한담객설閑談客說: 일상의 기쁨 |
보스톤코리아 2022-10-31, 11:07:45 |
지난 달이다. 오래전에 사귀던 친구가 한국에서 방문했다. 점심을 같이 나누던 중, 손자손녀가 화제에 올랐다. 돌보는 일은 부인의 몫인데, 자주 아이들을 방문한다고 했다. 내 친구 역시 아이들과 놀면서 즐긴다 하던가. 한국 중년남자들의 즐거움이란다. 누구는 카메라에 빠져 있다고 했다. 사진기는 대개 고가품이고 렌즈는 종류도 많은데, 무척 비싸다고 했다. 요새야 모두 등산이다 낚시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골프도 취미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 조금은 다른 미국남편들 이야기 이다. 그러나 잔듸를 돌보는것 역시 남편들의 몫이다. 잔듸를 깎는건 즐거움이나 취미라 할 수있겠나. 일상의 기쁨 말이다. 소소한 행복이라 할수도 있다. 일상은 소소한 일의 반복일테니, 크게 바뀌지는 않을 터. 큰 무리없는 말의 조합이라 해야겠다. 지난 여름엔 가뭄을 겪었다. 때문에 앞마당 잔듸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덕분에 잔듸를 깎아야 하는 수고는 덜었다. 예년과 달랐는데, 보통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깎아야 했던 거다. 손바닥 만한 잔듸 마당이다만, 내겐 땀나는 작업이다. 땀을 흘리고 나면 간이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볼적도 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데, 그건 색다른 기쁨이다. 성취감일 수도 있고, 밀린 숙제를 한 기분인게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가을이 깊어 가는 이즈음 낙엽을 치워야 한다. 지붕에 올라가 거터 역시 살펴야 한다. 가장인 내 몫인데 피할수 없는 숙명이라 해야 하나? 매주 해야 하는 가사노동도 기다린다. 집안 청소와 걸레질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자상한 남편이며 가장이란 말은 아니다. 아참, 더 있다. 매주 모았던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이런 일이야 기쁨이나 즐거움이라 할 수는 없겠다. 성취감도 아닌데, 그저 일상의 할 일들인 게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랴. 가을이다. 곧 지붕에 올라가야 하고, 낙엽이 나를 기다린다. 겨울이 닥치면 쌓인 눈도 치워야 한다. 내 일상의 기쁨이라 애써 위안한다. 그 성에 큰 기쁨이 있더라. (사도행전 8: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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