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혼란 이탈리아 빗댄 이코노미스트 표지에 이 국민들 분노
보스톤코리아  2022-10-20, 15:56:07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 표지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 표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신호 표지가 이탈리아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자 최신호 표지에 고대 로마 여신처럼 차려입고 한 손에는 피자 모양의 방패를, 다른 한 손에는 창처럼 긴 포크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삽화를 게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리탤리(Britaly)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이 삽화를 실었다.

브리탤리는 브리튼(Britain·영국)과 이탤리(Italy·이탈리아)의 합성어다. 트러스 총리 집권 이후 영국이 정치·경제 대혼란 속에 이탈리아와 같은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가 비꼰 트러스 총리는 이날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공식 트위터에서 표지에 대해 "정치적 불안정, 저성장, 채권 시장에 대한 종속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영국의 상황은 이탈리아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표지는 많은 이탈리아인의 분노를 자아냈다. 고귀한 영국이 어쩌다가 이탈리아와 같은 후진국으로 전락했느냐는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니고 람베르티니 주런던 이탈리아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표지가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람베르티니 대사는 "스파게티와 피자가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음식이긴 하지만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제조업 강국인 점을 반영해 다음 표지는 항공우주, 생명공학, 자동차 또는 제약 부문에서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이탈리아를 훨씬 더 정확하게 설명해줄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경제 모델에 대해 당신(이코노미스트 편집자)이 감탄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리트윗하는 등 람베르티니 대사의 이 트윗은 많은 이탈리아인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람베르티니 대사가 설명한 대로 이탈리아는 독일에 이어 유럽 2위 제조업 강국으로 항공우주, 자동차, 제약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인들의 이탈리아에 대한 인식은 피자, 파스타, 젤라토(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곤돌라(베네치아 운하를 운항하는 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국에 대한 진부한 묘사에 이탈리아인들이 질릴 대로 질린 상황에서 이코노미스트가 또다시 클리셰(판에 박힌 진부한 표현)가 넘치는 표지에 이탈리아를 영국보다 낙후된 국가처럼 묘사하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표지는 영국 내부에서도 비판을 불렀다.

런던 소아즈대학(SOAS)의 안토니오 안드레오니 개발경제학 교수는 트위터에 "기술적으로 잘못됐고, 창의적이지도 않다"며 "영국에서 우리가 처한 혼란은 매우, 매우 영국적"이라고 썼다.

그는 "이코노미스트 표지는 계급주의적인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고, 여전히 깊은 식민지 정신이 깃든 영국 엘리트들의 산물이다. 영국의 상황은 피자와 스파게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영국 너만 엉망진창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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