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아들 & 며느리 'Baby Shower'에 다녀와서...
신영의 세상 스케치 852회
보스톤코리아  2022-08-01, 11:21:29 
막내아들과 막내며느리가 지난 2021년 6월에 결혼했다. 그리고 8월 말이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니 나는 이제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물론 실감 나지 않는 일이라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연년생인 세 아이 중 막내가 지난해 6월 만 30살에 동갑내기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한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만났으니 10년이 다 되도록 이어진 인연이었다. 아직도 여전히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엄마의 마음도 흐뭇하다. 요즘처럼 쉬이 만나고 쉬이 헤어지는 세상에서 이렇게 서로 사랑하며 사니 두 아이가 귀하게 여겨졌다.

며늘아이가 미국 아이라 특별히 시어머니 노릇을 할 일도 별로 없다. 한국 며느리 같았으면 아마도 몇몇 시어머니 잔소리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아들아이와 며늘아이가 재밌게 사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고맙고 행복하다. 더욱이 며늘아이가 예쁜 것은 조용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한국음식을 맛나게 잘 먹어준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막내아들이 청국장을 좋아해 먹은 후 돌아가는 길에 싸서 보낸 일이 있었다. 물론, 며늘아이에게 물어본 후 보냈지만, 한국 사람도 부담스러운 그 냄새를 이해해준 것이다.

7월 24일(일)에 Sturbridge, MA 소재에 있는 'The Barn at Wight Farm'에서 'Baby Shower'가 있어 다녀왔다. 7월과 8월 한 달 반 정도를 수강하는 공부가 있어 뉴욕에 와 있는 중이었다. 12시 30분의 약속이라기에 뉴욕에서 아침 9시 정도부터 준비하고 출발했다. 커네티컷이 며늘아이의 친정이라 커네티컷에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2시간 30분 운전을 해서야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그 목적지에서 1시간여 더 가면 우리 집이 더 가까운 장소였다. 마치고 집으로 갔다가 하룻밤 묵고 뉴욕으로 출발할까도 생각했었다.

나와 딸아이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이 참여했고, 사돈 댁 친구들도 여럿 참석해 축하해주었다. 한국 사돈 이었더라면, 모두가 더욱 편안했을지 모르지만, 아닌 것에 대해 논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좋은 것만 생각하자고 마음먹으니 모든 것이 감사이고 축복이라고 고백을 했다. 맛난 음식과 세팅은 모두 친정어머니(사돈 댁)가 하셨기에 우리는 모두 맘껏 먹고 웃고 기꺼이 축하해주었다. 선물을 꺼내어 보여주고 모두가 박수를 보내고 화들짝거리는 이 시간이 또한 어느 날엔가 또 하나의 추억이 되겠구나 싶으니 가슴이 뛰었다.

며느리의 베이비 샤워를 하면서 문득 33년 전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구나 싶었다. 세상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나 서운함이 별로 없다. 누구나 그때그때의 나이에서 충분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이를 먹으며 편안한 것들이 꽤 많아진다고 생각을 해본다. 사람 관계에서 누구와 견줄 필요도 없으니 편안해져 좋고,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맘껏 칭찬해줄 수 있는 나이가 되어 감사하다. 나보다 나이 어린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 속에서 배우기에 좋고 나도 함께 젊어진다.

나는 연년생인 세 아이를 정신없이 키웠다. 등교할 시간이면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은 부산스럽고 시끄러워진다. 완전 군대식이다 샤워를 누가 먼저 하든 간에 딸아이와 큰아들 그리고 막내아들 아이의 윗옷과 아래 옷 그리고 양말을 줄을 세워놓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의레 자기 옷을 스스로 챙겨입고 아래층에 내려와 밥을 먹고 등굣길에 오르곤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연년생인 세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셋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언니들이랑 나이 터울이 컷다.

막내아들과 막내며느리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딸이라고 한다. 우리 시댁은 딸이 귀한 집이다. 시고모님도 외동딸 우리 시누이(누나)도 외동딸 그리고 우리 집 딸아이도 외동딸이다. 우리 첫 손녀도 외동딸이지 않을까 싶다. 미국 이름은 둘이서 생각하다가 Tessa Jane Shin으로 지었다면서, 엄마와 누나 그리고 형에게 묻는다. 한국 이름은 무엇이라 지으면 좋겠느냐고 말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딸아이(고모)가 8월에 낳으니 '여름'이라고 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모두 좋다고 해서 '신 여름'으로 지었다. 어서 보고 싶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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