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린 (역사 학자 )

-주몽의 탄생-

「삼국사기」는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동부여의 해모수왕이 돌아가시자 개구리왕자인 금와가 동부여의 왕위를 계승하였다가 태백산 남쪽 우발수 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그 여자에게 벽처에 와 사는 이유를 물었더니 말하기를 "저는 하백(河伯)의 딸입니다. 이름은 유화라고 합니다. 동생들과 놀러 나왔는데 한 남자가 와서 자칭 천제의 아들 해모수 라고 하면서 저를 웅신산(熊神山)아래 압록가에 있는 집으로 유인하여 정을 통하고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중매도 하지 않은 모르는 남자에게 몸을 바쳤다고 책망하면서 저를 내 쫓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발수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라는 것이다. 꿈에서도 만나보기 어려운 천제의 아들을 만나서 사통까지 하였다니 그 영광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며. 경경일렴(耿耿一念) 그를 사모하는 정은 날로 더 하여 부모를 원망하지도 않고 인적이 드문 우발수가에 와서 해모수가 다시 찾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 아닌가, 그녀를 보니 요조의 자태(姿態)와 단아한 언사(言事) 들으니 활발한 기상은 비심상 인물이라 참으로 인정이 가는 사연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자기의 핍절한 사정을 숨김없이 말할 수 있으니 지애로운 품성을 갖춘 여인으로 돋보여 그녀를 후궁으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 금와왕은 기이하게 여겨 그 여자를 궁궐로 데려다가 컴컴한 뒷방에 두었더니 햇볕이 그 여자에게 비추어서 몸을 피하면 또 햇빛이 따라와 드디어 애를 배고 알 하나를 낳았는데 그 크기가 닷되들이 됫박만 하였다. 금와왕은 불길하게 생각하여 그것을 내다버리게 하였다. 개와 돼지에게 주었더니 냄새만 맡고 먹지를 않았다. 그래서 길 가운데다 버렸더니 소와 말이 이를 피해갔고, 들판에 갖다 버렸더니 새들이 몰려와서 날개로 덮어 주었다. 금와왕은 그것을 깨버리려고 하였으나 깰 수 도 없었다. 그리하여 그 어미에게 돌려주었다. 어미가 그것을 물건으로 덮어 따뜻한 곳에 놓아두었더니 껍질을 깨고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골격이 준수하고 영특하였으며 깨끗이 잘 생긴 남자아이였다. 나이 7세 때에는 재능이 뛰어나 스스로 활 과 화살을 만들어 쏘는데 백발 백중이었다. 부여의 말에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고 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주몽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삼국사기의 주몽의 탄생 설화 이다. 매우 신화적이며 전설적이다. 그런데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퇴고 역사서라고 하는 「삼국유사」는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 이다. 허나 미안한 말이지만,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은 전하는 자료를 찾지 못했음인지 삼국사기 동명왕(주몽)의 사적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삼국유사의 내용을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면 한국역사에서 거침없이 인용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서는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가를 잠시 살펴보고 넘어가자. 동명왕의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에 대한 사적이 중국의 역사서에 처음 보인 것은 후한서(後漢書, 范曄)이다. 후한서의 부여국전에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에 대한 역사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부여국은 현토의 북쪽 천리에 있으며, 남쪽은 고구려, 동쪽은 읍루, 서쪽은 선비와 접경하고 있다. 북쪽에는 익수(溺水)가 있고 지방은 2천리 이다. 본래 예맥의 땅이다. 처음 오랑케 색리국(索離國)왕이 출타하였다가 돌아와 보니 시녀가 아이를 뱄다는 것이다. 왕은 그녀를 죽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녀가 말하기를 “앞서 하늘의 기운이 있어 보니 병아리만한 큰 것이 내게로 내려와 그로 인하여 몸이 있게 되었습니다.” 라는 것이었다. 왕은 그녀를 가두었는데 얼마 후에 아들을 낳았다.

왕은 그것을 돼지우리에 버리게 하였다. 그런데 돼지는 냄새만 맡고 먹지를 아니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구간에 버렸더니 말도 또한 그러했다. 왕은 신의 뜻이라 생각하고 그 어미에게 거두어 기르게 하였다. 이름을 동명왕 이라 했다. 동명은 자라면서 활을 잘 쏘았다. 왕은 그의 용맹을 꺼려하여 또 죽이려고 했다. 동명은 남쪽으로 달아났다. 남쪽의 엄사수(蓋斯水)에 이르러 물에다 대고 활을 쏘니 고기와 자라들이 모두 물위로 떠 올라와 동명은 그것을 타고 강을 건넜다. 그리고 부여로 와서 왕이 되었다. 이것이 후한서 부여사의 첫 머리에 실린 부여왕 동명에 대한 기사이다. 그런데 후한서의 저자는 이때까지 부여와 고구려가 각기 다른 나라임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주몽의 탄생설화가 중국역사서에서 고구려편 에 정식으로 실린 것은 양서(梁書, 姚思廉 찬, 서기 627-644년경) 에서부터이다. 양서의 저자 요사겸은 동명왕(주몽) 에 대한 사적을 다음과 같이 전해주고 있다. "고구려의 시조는 동명왕이다. 동명왕은 본이 북쪽 오랑케 고리국왕 의 아들이다." 그 뒷부분은 후한서의 부여국의 내용과 별로 차이가 없으므로 약하기로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동명왕이 고리국 왕자였다고 하였는데 후한서 에서는 색리국 왕자라고 하였다. 이렇게 기록마다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색(索)자가 아니며, 또한 칼집 고도 맞지 않는다. 그것은 해돋을 고 자의 고리국 이어야 맞는다. 이에 대하여는 말이 다소 길어지게 됨으로 다음 장 의 동부여에서 다시 알아 보기로 하자.

<2주후에 계속>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에 관한 역사는 위서 (魏書, 魏收찬, 서기 550-558년경)에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고구려는 부여에서 나왔다. 그들 자신이 말하기를 선조가 주몽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주몽과 고구려에 대한 역사는 위수의 위서가 그 어느 역사서 보다 도 진실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 이후의 주서(周書), 수서(隋書), 북사(北史)등의 내용은 모두 위서의 그것에 근거하였으며, 또 삼국사기의 동명왕편도 위서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옮긴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역사서를 보나 동명왕(주몽)의 탄생설화는 거의 신화에 가까운 전설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역사적 진실성이 결코 무시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것은 적어도 상고시대의 역사기술에 있어, 구전적역사 에서 문헌기록의 역사로 이행되는 과정을 잇는 역사기술의 한 형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같은 사실은 사마천의 사기(事記)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주몽의 어머니 유화를 가까이 하였다는 사실과 그리고 금와왕이 유화를 데려다가 어두운 방에 가두어 두었더니 햇빛을 받아 아이를 배어 주몽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서로 상반되는 말이 된다. 그러나 전설이 무비낭설(無非浪說)이라고 하여 그 역사성이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주몽의 탄생설화는 은나라의 사조 설(楔)의 난생(卵生)설화 와 그리고 주나라의 시조 후직(后稷)의 감생(感生)설화를 겸한 형식이라 고 하겠다. 서경에 보면 중국의 은나라 시조 설은 알에서 태어났다 고 하였으며, 주나라의 시조 후직은 어머니 강원(姜原)이 들에 나갔다가 큰 발자국을 밟고 기쁨을 느끼고 임신하여 알을 낳았는데 그것이 불길하다고 생각하여 돼지우리에 버렸더니 돼지는 냄새만 맡고 먹지 아니 하였으며 마구간에다 버렸더니 말도 역시 같았고 들에 내다 버렸더니 새들이 와서 깃으로 덮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과 후직의 탄생설화는 주몽의 어머니 유화가 주몽을 낳은 설화와 매우 흡사하다. 고대에 아버지 없이 천지신명의 감화나 자연의 기운을 받아 임신하여 아들을 낳은 것을 감생전설 이라고 한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그 어머니가 햇빛을 받고 임신하였다는 사실은 그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고대에 있어서 위대한 영웅이나 성신의 존엄은 그 아버지가 없고 하늘의 기운을 받아 탄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어쨌든 주몽의 탄생설화는 매우 신화적이며 전설적이다. 그것은 고구려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 주몽의 탄생을 중국의 은나라 의 시조와 주나라의 시조의 그것과 같은 입장에서 작성하여 시조의 존엄함과 신성을 나타내려는데 그 뜻이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다음호에 계속>
어쨌든 주몽은 어려서부터 지혜가 출중하였으며 7세의 어린 나이로 직접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았는데 백발 백중이라고 하였다. 주몽은 천부의 재능을 타고 났던 것이다. 그런데 사극 주몽에서는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설에 그의 아버지라고 하는 해모수를 실제 인물로 하여 그로부터 무술을 익혔다고 표현하고 있다. 중국의 한나라의 이장군 (李廣)을 능가하는 무술실력과 영리하고 자애로운 지혜를 가진 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 고구려의 창업자 시조 주몽을 진지한 여과도 없이 주연배우의 연기에 맡겨 소심하고 나약한 왕자로 만들었다는 점은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다. 뿐만 아니라 주몽이 한나라 군사와의 싸움에서 폭약을 사용했다는 시대적인 착각도 문제이지만 그가 부여의 세자 대소와 동맹하여 현도 태수의 군대를 대파했다는 일은 역사 기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건들이다. 더구나 애매한 것은 부여의 왕실에 신녀의 등장으로 마치 바빌론의 역사영화 장면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작가 최완규는 스스로 평하기를 "국민 대다수가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이 희박한 현실에서 사극주몽의 방영으로 한국국민이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을 한층 높였다"는 점에서 그 성과가 컸다"고 자부하였다. 과연 사극 주몽은 대중에게 안일한 드라마 였는가. 그에 대한 비난의 소리도 없지 않다. 사극 주몽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장면이나 또는 사건 발생이 장소와 시대적인 혼란으로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몽은 성공한 드라마 라는 것이 중평이다. 그 말인즉 "우리의 고대국가인 고구려가 그 옛날 중국의 한나라에 대항하여 용감하게 싸워온 우리 선조들의 용맹과 민족자존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 그것이 사회적인 관심을 일으키는데 자극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있을 수 있는 논평이다. 드라마의 특성상 관객의 흥미를 위하여 극본에 에피소드를 집어 넣어 사극을 재미있게 꾸밀 수도 있다. 모름지기 작가나 연출가가 대중의 흥미와 현대적인 감각을 최대로 살리기 위하여 창작의 예술적 기교를 높였기 때문에 일반 시청자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장면도 있다. 그러나 문예의 기교를 앞세워 역사의 큰 줄거리마저 바꾸어 놓는다면 그것은 사극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역사적 사실과는 관계가 없는 흥미본의로 사극을 꾸민다면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역사를 망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역사문학이 역사상 유명한 사실을 주제로 하고 그 사실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보편성을 표현하는 것이 그 가능이라면, 역사적 사실에서 취재하여 제작하는 사극은 더더욱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어느 사학자가 말하기를 과거는 아름답다고 하였다. 그렇다. 과거는 현재를 가늠해주고 미래를 지향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과거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역사발전에 있어서 소중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극은 대중의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더욱이 사극의 주제가 역사적 특정사건이나 실제적 인물인 경우에는 더욱 사실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역사소설을 읽는 독자나 사극을 보는 시청자는 언제나 역사적 사실을 연상하면서 보기 때문에 역사지식이 부족한 이들은 거기에 나타난 장면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드려 그것이 마치 역사적 사실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극을 제작하는 작가나 연출가는 모름지기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그 시대를 꿰뚫는 안목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상상력과 창작력이 풍부하여 사실에도 가당치 않는 사건을 꾸며내며 그것을 사실인양 조작한다면 관객들은 가작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흥미를 돋굴 수 있을지 모르나 후세를 위하여 참으로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우리나라의 역사 특히 고대사에 애매모호한 점이 많다는 데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다음 장에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그리고 관계자료를 고증하면서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 실정을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