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촛불과 산불
보스톤코리아  2022-03-28, 11:18:42 
책에서 읽었다. 구절 하나가 눈을 잡았다. 시대와 어울리는 말이라 해야 겠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 
바람이 불면 산불은 번진다.

촛불. 지난  몇해동안 한국 신문방송에 자주 등장했다. 우연인가. 대통령 선거바람이 일적이었다. 강원도에선 산불이 크게 났단다. 바람 탓이었던가. 어마어마한 산야와 가옥들이 잿더미로 변했다고도 했다. 묘하다 해야 할까. 촛불과 산불은 아무 상관관계도 없다. 그러나 무섭게 번져 나가는 건 같다. 바람이 분다면 세력이 굉장하다는 말이다.  

요새야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닐게다. 요원의 불길인데,  ‘들판의 불길 같은 엄청난 기세’  라는 뜻이다. 세력 따위가 무섭게 퍼져 나갈 적에도 이말은 쓰인다.  대한뉴스에 나올 법한 말이고, ‘… 새마을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적으로 진행….’ 쯔음으로 쓰일 게다. 그러나 마른 풀에 성냥을 섣불리 갖다 대면  안된다. 마른들에 불이 붙으면 무섭게 번지며 타나가기 때문이다. 성냥불이 들불이 되는 거다. 

논두렁 태우기. 나 역시 본적이 있다. 정월 대보름 전후인데 해충을 태워 없애는 방법이라 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별 효과는 없단다. 해충을 죽이지만 익충도 역시 많이 타서 죽는 다는 거다. 게다가 불길이 멀쩡한 임야로 번져 나갈 수도 있다. 빠르고 넓게 퍼져 나가는 불길앞에 손을 쓸 틈이 없을 터. 정녕 요원의 불길 되는 거다. 벼룩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도 있다. 

작가 김훈의 언변이다. 한창 촛불이 왕성하게 타던 시기이다. 2017년이라 했고 늦겨울쯔음 일게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에 함께 가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감기에 걸렸다며 거절했죠.” 

그는 혼자 광장을 찾은 적이 있단다. 시대가 공회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덛붙였다. 공회전空回轉 이라.  말없이 티비를 껐던 이들이 공통으로 느꼈을 지도 모르는 감정일게다. 사무치지도 않을테지만, 공허한 느낌이랄까. 

이건 내 생각이다. 시대 뿐만 아니다. 엔진도 공회전이 길어지면 화재 위험이 생긴다. 과열되면 불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께 위로의 말씀 전한다. 

주앞에서 밀랍 같이 녹았도다 (시편 97: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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