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은행나무 |
보스톤코리아 2022-03-07, 11:29:26 |
은행나무를 본 적이 있으신가? 미국에서 말이다. 나역시 미국에선 쉽사리 보진 못했다. 인터넷을 뒤졌는데, 한국과 중국과 일본에 걸쳐 자라고 살고 있단다. 야생野生은 없고 모두 인간과 더불어 살며 커나가는 나무란다. 몇해전 이다. 우리집 근처 공원에서 키크지 않은 나무를 발견했다. 눈에 익었다 싶었는데 노란 잎사귀 달린 은행나무였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고 옛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 잎사귀 다 떨어진 나무는 구별이 쉽지 않다. 나목裸木일테니 무슨 나무인지 알수 없는 거다. 하지만, 잎이 나기 시작하면 어렵지 않게 알아차린다. 은행잎이 그러한데, 남다르게 생겼기 때문일게다. 역시 은행나무는 노란색 잎파리와 낙엽이 일품이다. 시 한편이다. 낙엽 저 순명을 다한 것들의 사뿐한 낙하! 나는 지구의 중심을 새로이 걷는다 (이시영, 은행나무 아래서) 내가 나온 학교 가로수 길도 장관이다. 넓고 긴 길 좌우로 은행나무가 나란히 심겨져 있다. 가을이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데 온천지가 자못 눈부시게 변하곤 했다. 푸른하늘과 더불어 기막히는 풍광인게다. 광화문 은행나무. 십수년 전까지 광화문 광장터엔 나란히 서있었단다. 일제日帝가 심었는데, 얄팍한 속내가 반가운 건 아니다. 그러나 가을에 어울리는 색감과 풍경이었을 게다. 이젠 근처로 옮겨 심겨졌다던가. 나야 눈여겨 보진 못했다만, 소음과 인파에 견뎌내는 건 쉽지 않을터. 은행나무 수령이 얼마더라. 700년? 아니 1500년 된 나무도 있다고 했다. 수명이 대단한데 오랫동안 살아남은 나무종種중 하나란다. 멸종을 면했고, 스스로 적응하면서 살아왔다는 거다. 그럴적에 은행열매는 불로장생약으로 쓸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민간요법으로 신경강장제로 쓰이지 않을까. 나이들어 키크고 잘생긴 은행나무는 품위있어 보인다. 의젓하다면 과할테지만 인간세상과 어울려 살다보니 인간을 닮을 수도 있겠다. 인간이 은행나무를 닮는건가? 한국에선 곧 대통령선거가 있다. 좋은 열매 맺기를 바란다. 은행잎 나듯 새로움일 테고, 물러나는 이는 은행 낙엽마냥 슬며시 내려앉을 터.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누가 6:4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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