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어떤 첼리스트의 노동
보스톤코리아  2007-08-05, 00:41:37 
어떤 첼리스트의 노동 (한혜영(1954~))

연주자는 꽃잎을 불러 모으거나
깃털을 불러 모으는 마술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므로 음악을 감상하는 일이란
깃털로 만든 이불을 덮고 누워
꽃잎에서 추출한 향기를 맡는 것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방금 전에서야 연주자들 역시
노동자라는 사실을 어이없이 깨달은 것이에요
탄맥(炭脈)을 찾아 끝도 없이 내려가는
광부(鑛夫)라는 거, 삽 한 자루가
전 재산인 저 첼리스트를 보란 말이지요
땀 뚝뚝 흘려대며 필사적으로 놀려대는
저 삽질
어지간해서는 가슴 더워지지 않는
뭇 영혼에게 땔감 대주는 일이란 얼마나
고단하고 숨 막히는 작업인가요
진작 땔감 떨어진 무쇠난로처럼
싸늘하게 식어 말없이 웅크리고 앉아있던
내 가슴에 석탄 한 삽을 막 집어넣고 돌아서는
첼리스트의 등허리가 그사이 부쩍 휘었군요

해설) 이 시로 마음이 따스해지고 평안해진다. 예술의 힘이야말로 한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어, 위대한 공헌을 하고 있음을 돌이켜보게 하고 새삼 감사하게 된다. 인간의 정신에 땔감을 공급해주는 한 사람의 첼리스트. ‘뭇 영혼에게 땔감 대주는 일이란 얼마나/고단하고 숨 막히는 작업인가요’라고. 그처럼 힘겨운 노역이 없었다면 우리 영혼을 감화시키는 음악이 어찌 창조되었겠는가 라고, 우리 마음을 일깨우는 감화를 준다. 진지한 땀방울의 노역으로 인하여, 이 삭막한 세상은 마침내 딱딱하지 않고, 생이 부드러워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이 시가 오랜 감동으로 젖어든다.  

한혜영 시인은 충남 서산 출생. 1994년 [현대시학] 및 1996년 <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뱀 잡는 여자>가 있다. 장편소설<된장 끓이는 여자>, 동화<팽이꽃><뉴욕으로 가는 기차><비밀의 계단><붉은 하늘><날마다 택시타는 아이>등이 있으며, 계몽문학상, 시조월드문학대상, 미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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