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왕이 될뻔도’ 했다가 간신으로 몰린 흥원에 대하여 좀더 살펴보자. 진흥왕과 사도왕후 사이에 태어난 공주들이 있었다. 태양공주와 은륜공주가 그들이다. 그들은 진흥왕의 적녀로서 어머니 사도의 인통姻統인 대원신통을 이어 왕실을 잘 번성시킬 수도 있었는데 방탕한 행실과 수 많은 남성편력으로 후손들은 통統을 얻지 못하고 일부는 역적으로 몰려 처형 당하기도 했다. 

먼저, 태양공주는 오빠인 진지왕(금륜)을 섬겼다. 진지왕이 왕위에 오른지 4년째 되던 579년 그는 정사政事는 돌보지 않고 정사情事에만 몰두한다는 죄목으로 어머니 사도태후와 미실의 세력에 의해 폐위되었다. 그리고 차기 왕으로 일찍 죽은 장남 동륜태자의 장남 백정을 왕으로 옹립하였다. 그가 제26대 진평왕이다. 폐위당한 진지왕은 곧 사망하였다. 그러니 남자없이는 살 수 없는 태양공주는 하종348) 을 유혹하였다. 하종은 그의 행실을 좋아하지 않아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 후 태양공주는 진평왕을 섬겨서 두 아들 태원과 호원을 낳았다. 그런데 태양은 진지왕을 섬길 때도 그랬듯 진평왕을 섬기면서도 사신私臣들과 성적으로 문란한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그 두 아들들은 자라면서 진평왕을 닮은데라곤 조금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석연찮은 아버지의 혈통과 태양공주의 행실로 인하여 그들은 통統을 얻질 못했다(화랑세기). 통이란 분명 왕위를 이을 수 있는 제통帝統을 말함일 것이다. 태양공주가 진흥왕과 사도왕후의 적녀 공주로 성골이 분명하고 어머니 사도가 대원신통의 종주宗主로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분명 그녀가 낳은 두 아들 태원과 호원이 성골의 신분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차기 왕위 계승에서 제외되었다. 흥원은 진평왕의 손자로서 호원의 아들이다. 한편 다른 아들이 없었던 진평왕은 차기 왕으로 폐위된 진지왕의 아들인 용수/용춘도 염두에 두고 딸 천명공주와 혼인시켰지만 결국 차기 왕위는 ‘용봉의 자태’ 를 가진 또 다른 딸 덕만에게로 물려주었다.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 선덕왕이다. 그리고 남편을 셋이나 맞았지만 선덕은 자녀가 없었다. 그 다음 왕위는 선덕여왕의 사촌인 승만勝曼에게로 이어졌다. 그가 제28대 진덕왕으로 두번째 여왕이다. 진덕왕의 부모는 국반(진평왕의 동생)과 월명(만천 갈문왕 박노朴奴의 딸)이다. 두 여왕 모두 후사를 생산하지 못하여 남자든 여자든 성골은 씨가 말랐다. 그리고 차기 왕으로 진지왕의 손자 김춘추(용수의 아들)가 제29대 왕으로 즉위하면서 ‘진골의 왕’ 시대를 열었다. 즉 성골은 남녀 모두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고 더 이상 태어날 수도 없었다. 왕위계승이 그렇게 돌아가자 왕통이 늘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진평왕의 손자 흥원은 조정을 원망하였고, 동시에 누이를 김흠돌에게 첩으로 삼게하면서 문명왕후를 믿고 권세를 누리던 흠돌과 함께 결탁하였다. 

다음은 은륜공주, 은륜은 진흥왕과 사도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이다. 은륜은 처음에 조카인 진평왕을 섬겼으나 왕의 총애를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대원신통의 인맥姻脈 계승을 염려한 사도태후는 하종으로 하여금 윤륜을 섬기도록 하였다. 하종은 이미 첫부인 미모가 있었지만 사도태후의 명으로 은륜을 부인으로 맞아 아들 효종과 딸 하희, 월희, 효월을 낳았다. 은륜공주 역시 언니 태양과 같이 골품을 믿고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하종은 부인의 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버지 세종이 부인 미실을 대하는 것처럼 그 역시 은륜공주의 문란한 행실을 모른척하며 의연하게 살았다. 그 때 태양공주가 가까이 살면서 하종을 심하게 유혹하였지만 하종은 초지일관 평정심을 유지하였다. 

김흠돌은 풍월주의 소임을 다한 후에도 낭정에 관여하면서 낭정이 어지럽혔다.  ‘흠돌의 난’이 일어나기 전의 화랑도 내부를 들여다 보면 자의태후가 왜 풍월주를 폐지했는지 잘 알 수 있다. 27세 풍월주가 된 김흠돌은 흥원을 화랑도의 2인자인 부제로 삼았다(흠돌은 656년에 풍월주가 되었다). 부제는 차기 화랑의 수장인 풍월주가 되는게 관례였지만 28세 풍월주는 김오기에게로 이어졌다. ‘흠돌의 난’ 의 주모자들인 흠돌과 진공, 흥원의 결탁을 마지막 풍월주인 32세 풍월주 신공信功을 중심으로 보면 좀더 쉬운 그림이 그려진다. 신공은 26세 풍월주 진공眞功의 아들이다. 또 신공의 어머니는 흠신欽信은 김흠돌의 누나이다. 그리고 신공의 정처正妻는 흥원의 딸이다. 이렇게 혈연으로 맺어진 그들은 정치적으로도 결탁하여 흠돌의 후견인이었던 문명태후가 죽고나자, 그간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덮을 길이 없어 방도를 모색하다가, 문무왕의 죽음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서 왕위마저 노리면서 정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의태후(21세 풍월주 김선품의 딸)의 지혜와 김오기의 활약으로 난을 진압하고 그들을 처형하였다. 그리고 자의태후는 화랑도의 풍월주 제도를 폐지하였다.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