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
신영의 세상 스케치 800회 |
보스톤코리아 2021-07-19, 12:18:47 |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대를 익게 만드른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 이외수 '하악하악' 중에서 세상 나이를 늘이며 좋아지는 것들이 몇 있다. 그것은 노력해서 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어려서는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알게 모르게 서로 견주는 일들이 있었다. 그것은 서로가 알 듯 모를 듯한 아주 미미하고 세심한 정도의 것이지만, 파장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서로뿐만이 아닌 자식의 공부에까지 미치게 되고 아이들이 대학을 입학하고 진로가 결정되면서 서로의 길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가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바로 삶의 여정에서 만난 이런저런 경험으로 얻어진 지혜라는 생각을 한다. 쉰을 넘어 더욱 편안해지는 것 중 또 하나는 나보다 나이 든 언니들은 더욱 편안해 좋고, 젊은 동생들은 상큼한 생각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모르던 많은 것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고맙고 즐겁다. 어찌 보면 또래보다는 언니와 동생들에게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기 편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기 편안하고 배울 것들이 더 많아 더욱 좋은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세상 나이를 늘이며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눈과 귀가 넓어지고 받아들이는 가슴도 넓어지니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편안하고 여유로워 좋은 이유가 되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은근히 고집이 센 편이다. 남편은 '욱'하는 성격에 고집도 세다. 남편의 고집을 이길 수도 없을뿐더러, 그 고집을 꺾을 생각은 더욱이 없다. 3월이면 결혼 27년을 맞이한다. 이렇듯 만난 지 30년이 다 되어가니 저절로 서로를 알기에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것을 배워갈 뿐이다. 결혼 후 몇 년은 서로의 영역 넓히기에 바빠 명분 없는 싸움도 많이 했었다. 그런 시간이 있어 오늘이 있음을 알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서로 툭툭 던졌던 말들의 상처로 가슴에 남은 생채기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모두가 감사했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는 오늘이다. 그 어떤 것에 있어 자신의 선택은 중요하다. 그 결과와 상관없이 말이다.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도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아이들과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비지니스에 탁월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고 아내인 나는 인정을 한다. 그리고 남편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일(글쓰기, 사진, 여행 등)에 대해 인정해주고 격려해주고 후원해주는 사람이다. 세 아이의 진로 역시도 부모로서 의견은 나누었지만, 각자가 자신의 길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것은 부모로서 방향은 잡아줄 수 있지만, 결국 자신의 길은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그러할 테지만,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특별히 타국 멀리 와 사는 이민자들의 생활은 더욱이 관계의 설정과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다. 너무 가까이 오고 가면 무엇인가 속을 너무 보여준 느낌이랄까. 또한, 조금 멀리 가면 너무 소원해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으니 관계란 것은 인생에서 늘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모든 관계 속에서 무엇보다도 기대나 바람이 있기에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소원해지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서로에게 적당한 크기의 항아리(독)를 만들며 익어가는 삶이길. 이렇듯 이 나이쯤에는 너무 큰 항아리(독)를 선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적당한 크기의 항아리(독)를 선택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천천히 익어 발효되는 일에 더욱 시간을 들여야겠다. 무엇보다도 그 항아리에 무엇을 넣어야 할 일에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고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간에 나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믿음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세상 나이 오십 중반쯤에서 맞는 인생 2막은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를 간절히 마음을 모아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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