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은검초(銀劍草) |
보스톤코리아 2007-07-22, 00:55:07 |
은검초(銀劍草)
장충길(1951~) 조상의 땅 중에서 가장 신성한 할레아칼라 분화구 오름 목 차디찬 암석들 사이 미끄러지듯 화산재를 딛고 서 있는 외계인, 해발 3천 미터 극한 속에서 한 방울 이슬로 목을 축이고 온몸에 형형한 은빛이 스밀 때까지 오직 돌아갈 별을 생각한다. 끈적끈적한 것들은 다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꽃과 나무와 풀은 물댄 동산의 말처럼 왕성하고 요염하지. 아무리 아름다울지라도 아랫것은 더럽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오염원이지. 오를수록 메마르고 오염을 허락하지 않는 태양의 집, 구름 위의 황막한 영토, 태우고 태워 남은 재 또는 광물질들만 모여 사는 요요寥寥한 멸절의 옥獄, 그곳이 은검초銀劍草 서식처인 걸. 아래로부터 온 너희 젖은 손으로 그를 만지지 마라. 언젠가 죽을 너희를 위해 그가 죽으리라, 반드시 죽으리라. 오직 한 번 그의 별에 보내는 불꽃신호, 대형원통 꽃을 피우고, 자진自盡하리라. 은빛 칼은 처음부터 예비한 것이다. 해설) 이 시에 마음을 빼앗겨 보라. 여기, 신비로운 자태의 은검초가 형형한 빛을 내뿜고 있다. 그는 하와이 할레아칼라 분화구 화산재위에 뿌리를 내리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한 정신적 아름다움의 칼날을 번뜩이고 있다. 지상과 결코 섞이지 않는 그 순결한 고매함이 강철처럼 의연하게 빛난다. "오염을 허락하지 않는 태양의 집/구름위의 황막한 영토"위에 오직 피어있는 은검초, 순교자와도 같은 도도함을, 요요한 멸절의 옥처럼 빛을 발하는 이 은검초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모습에, 넋을 잃어보라. 장충길 시인은 경남 밀양 출생.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KBS 선임 프로듀서로 재직중이며,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
의견목록 [의견수 : 0]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
|
프리미엄 광고
161 Harvard Avenue, Suite 4D, Allston, MA 02134
Tel. 617-254-4654 | Fax. 617-254-4210 | Email. [email protected]
Copyright(C) 2006-2018 by BostonKorea.com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and Managed by Loopiv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