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0년 만에 미국에서 거부들의 세상이 다시 펼쳐졌다고 15일 뉴욕 타임즈가 크게 보도했다. 뉴욕 타임즈는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가 집중됐던 20세기 초의 상황이 최근 재현되고 있다며 현재를 '신흥 부자의 시대'로 규정했다. 실제로 미국 전체 인구의 0.01%인 1만5000여 명의 부자(연 수입 950만 달러 이상)가 미국내 전체 소득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20세기를 통틀어 대공황 직전인 1920년대 후반과 도금시대(Gilded Age)라고 불리우는 1915~16년의 두 차례밖에 없었을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라고 뉴욕 타임즈는 분석했다.
도금시대는 남북전쟁 이후 산업화에 불이 붙은 때부터 20세기 초까지 록펠러, 카네기, 밴더빌트를 비롯한 거부들이 활동하던 시기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뉴욕 타임즈는 현재의 미국을 '신 도금시대(New Gilded Age)'로 표현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등 IT 붐과 투자 등으로 돈을 번 이들이 신도금시대의 새로운 거부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구 도금시대의 거부들은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선 똑같다. 한때 미 석유산업의 90%를 장악해 미 역사상 최고 부자로 꼽히는 존 록펠러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따져 1920억 달러로, 1918년 당시 미국 전체 부의 1.6%를 차지했다. 750억 달러 재산가이던 앤드루 카네기의 비중은 0.3%였다. 최근의 거부의 비중은 비슷해 이 시대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는 820억 달러로 0.4%, 워런 버핏은 460억 달러로 0.3%를 차지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긴 했지만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호황 없이는 신흥 거부들이 지금처럼 돈을 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업적도 없으면서 주식으로 거액을 번 사람들이 많다"고 비평했다.

전홍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