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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서 가장 많이 기록된 인물이 우암 송시열(1607~1689년)이다. 그는 3천번 이상 언급되었다고 한다. 실록에 그의 이름이 언급된 횟수는 2,625번296)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송시열을 지칭하는 다른 대명사(송영부사, 신, 관직명, 또는 그 등)까지 포함시키면 3,000번이 넘을 수 있다. 송시열은 1689년 82세의 나이로 숙종으로부터 사약을 받고 죽었다.297) 그리고 죽은 이후에도 한 왕조에서 160년 이상 정사에서 그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것은 그와 그가 신봉한 주자학이 조선조에 끼친 영향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도 이런 인물이 있다. 바로 김유신이다. 삼국사기 총50권 중에서 권41~50이 열전인데, 이중에서 3권, 즉 권41~43이 김유신이 차지하였다. 김유신이 ‘대영웅’으로 후세에 각인된 배경도 아마 김부식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화랑세기의 기록으로 보면 뒷부분의 몇몇 풍월주를 제외하고는 기록된 분량이 모두가 김유신과 비슷하거나 더 많다. 또한 내용면에서도 김유신만 특출하게 대영웅적으로 묘사하거나 기술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15세 풍월주 김유신에 관해서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보다는 화랑세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그의 행적/업적과 가계를 추적해 보고자 한다.

15세 풍월주 김유신은 612년 만 17세의 나이로 풍월주에 올랐다. 그의 부모는 각간 김서현과 만명부인이다. 모계를 먼저 보면, 만명의 부모는 숙흘종과 만호태후이다. 숙흘종은 입종(진흥왕의 아버지)과 금진낭주 사이에서 태어났다. 만호태후는 처음에 동륜태자와 혼인하여 백정(진평왕)과 백반, 국반을 낳고, 동륜이 보명궁주의 치맛폭을 풀려고 월담하다가 개에게 물려서 ‘개죽음’을 당한 뒤 숙흘종과 결혼하였다.

부계를 보면 서현의 부모는 김무력과 아양공주이다. 김무력의 부모는 가야의 구충(구형)왕과 계화이다. 구충왕의 부모는 겸지왕과 숙씨(신라인 각간 출중의 딸)이고, 조부는 질지왕이다. 서현의 어머니 아양공주는 진흥왕과 사도왕후의 딸이다.

여기서 신라 귀족의 신분(또는 인통姻統)이 부자 사이에서도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서현은 어머니가 아양공주로 사도왕후의 딸이기에 대원신통이다. 그런데 김유신은 어머니가 만명으로 만호의 딸이기에 진골정통이다. 그래서 처음에 만명과 서현이 야합을 했을때 만호는 서현이 대원신통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명은 서현을 무척 사랑하였고, 부모에 의해 감금되기 까지 하였다. 이에 이부동복의 오라비 진평왕이 만명을 도우려고 김서현을 만노萬弩(현 충북 진천)의 태수로 봉하여 그들을 도망하게 하였다(자세한 내용은 12세 보리공조와 삼국사기 기록된 내용을 보리공조에서 다루었다). 그리고 임신 20개월만에 김유신이 태어났다. 그 때가 595년이었다. 그러자 딸의 혼인을 반대했던 만호가 ‘태양과 같은 위용 天日之表’ 을 가진 손자를 보고 싶어 하였다. 그래서 서현과 만명은 유신을 데리고 왕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김유신은 대장부로 성장하며 가야파의 지원을 받았다. 물론 만호태후의 후광이 가장 컸으리라 본다. 이에 김유신은 14세 풍월주 호림의 부제로 있던 보종의 양보로 15세 풍월주에 올랐다.

보종공은 미실궁주의 막내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7세 풍월주를 역임한 설화랑이다. 설화랑은 부인 준화낭주가 있었지만 미실을 끝까지 모신 충신이었다. 미실이 말년에 영흥사로 들어가 살때 따라가서 호휘대장이 되었고, 미실이 병을 얻었을때는 자신이 대신 앓겠다고 기도를 하였다. 마침내 그는 병을 (대신)얻어 58세에 죽었고, 미실은 자신의 속옷을 관속에 넣어 마지막 연인과 이별하였다. 그들이 낳은 아들이 보종으로, 그는 전통적으로 15세 풍월주에 오름이 마땅하였지만 미실의 권유로 양보하여, 김유신이612년 15세 풍월주에 올랐다.

296) 인조14년~27년: 18회, 효종 원년~10년: 136회, 현종 원년~15년: 1040회, 숙종 원년~46년: 994회, 경종 원년~4년: 33회, 영조 원년~52년: 266회, 정조 원년~24년: 88회, 순조 원년~34년: 33회, 헌종 2년~15년: 7회, 철종2년~14년:10회 등.

297) 1688년 10월, 소의昭儀 장씨(장희빈으로 더 잘 알려진 장옥정이다)가 아들(이윤, 후일 경종)을 출산하였다. 숙종은 1689년 1월 아들 윤에게 원자(왕의 장자, 후일 세자)의 명호를 내릴 뜻을 신하들에게 알렸다. 윤(경종)이 후궁의 소생이라 방심하고 있었던 서인은 황망한 가운데서 당연히 반대하였고 남인은 이를 지지하였다. 결국 남인의 승리로 정권이 서인에서 남인으로 바뀌게 되었고 서인들이 대거 축출되었다. 이 사건을 역사는 ‘기사환국’이라 부른다. 이때 송시열이 서인을 대표하여 책봉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제주도로 유배되었다. 그해 6월 서울로 압송되어 오다가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82세의 일기를 마쳤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조선왕조실록,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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