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인연과 필연사이 |
보스톤코리아 2019-11-25, 11:14:16 |
인연이란 말은 종교적 낱말이다. 내게 인연이라면. 피천득선생 글이 먼저 떠오른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본다. 보통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한쪽 짜리 글을 읽은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 것이다.’는 글이 내 눈길을 잡았다. 내게는 그 짧은 글을 읽었던 인연이 가볍지 않아 오히려 깊었다. 글도 인연이란 말과 함께 누룽지마냥 밑에 깔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다. 촘촘하다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생은 결코 촘촘하지 않다. 숭숭뚫려 넓고 빈 공간에서도 옷깃을 스치기도 할터. 우연한 만남이 그러하다. 잔잔하다 해야 할진대, 충격은 컸다. 내 눈이 그 글과 충돌했던 거다. 어느 소설가가 쓴 글이다. 글을 쓴 소설가가 아직 어릴적이다. 그의 어머니가 박완서작가의 집에 파출부로 일을 했단다. 박완서작가는 나어린 소녀에게 파출부 어머니를 통해 자신의 신간소설을 선물했다고 했다. 글쓰는걸 재미있어 한다는 말을 들은 다음이었다. 오만과 몽상. 선물로 주고 받은 책 제목이었단다. 선물을 받은 소녀는 오랜세월이 흘렀어도 한번도 박완서 작가와 마추친 적은 없었다고도 했다. 소녀는 결국 소설가가 되었다. 박완서 작가는 돌아갔다. 하지만 글을 쓴 소설가는 이런저런 모임을 통해 박완서작가와 교류한다고 했다. 박완서작가 동료작가나 후배들과 만남이 있다는 거다. 세상사 우연과 인연은 묘하기도 하다. 내 아내의 서가에도 박완서작가의 작품이 몇권 꽂혀 있다. 아내는 박완서의 팬이었다. 내게도 묘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군대 졸병시절, 가을 추석언저리 였다. 지역교회에서 위문을 왔다. 행사가 끝나고, 내무반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철모 밑에서 지페를 발견했다. 연세든 권사님이 놓고 가신거다. 혹시 군대간 손자를 생각하셨는지도 모른다. 두어주 후, 휴가를 나갔다. 집에 들렀을적에 어머니께 그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 대답이다. ‘오마나, 이렇게 고마운 일이. 어쩜 그런일이.’ 그 즈음, 어머니도 친구분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오셨단다. 여행중 한 무리의 병사들과 조우하셨다. 어머니도 자식생각에 병사하나를 잡아세우고 지폐몇장을 건네셨단다. 뭐 단것이라도 사서 먹으라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인연인가 우연인가. 스쳐 지나가는 유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거의 없다. 유성과 지구와 충돌한다면 기막힌 인연일 것이다. 우연이라 해야겠다. 아니면 필연인가? 그들이 필연 그대가 온 것을 들으리니 (사도행전 21:2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견목록 [의견수 : 1] |
물쌀 | |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는 보통 사람이 인연인것도 몰라보는 어리석은 사람보다 더 어리석다. 그리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내는 현자는 외롭기 그지없음에 틀림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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