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
신영의 세상 스케치 718회 |
보스톤코리아 2019-11-11, 11:08:05 |
2년 전 미국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며 한국에 오면 초등학교 친구들과 즐거운 만남을 갖게 되었다. 철부지 어릴 적 친구들이라 만나면 그 누구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속 시원히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어 어찌나 편안하고 재밌는지 모른다. 한국 방문 중에 시부모님께서는 중국 방문 중이시라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친정 언니들 집을 찾아 인사를 하고 다음으로 초등 친구들을 만났다. 초등 친구들 중에는 성격이 활달한 친구가 있어 모임을 주선하고 챙기는 고마운 친구가 있다. 그 친구 덕분에 모두들 환한 웃음과 배꼽이 들석거리는 행복을 맛볼 수 있었다. 한국의 가을은 10월 말이 되어도 따뜻한 기온과 함께 이제 막 단풍 물이 오를 뿐 단풍이 채 들지 않았다. 도착해서 첫 주말은 그렇게 초등친구들과 함께 모여 낮은 산길도 오르내리고 맛난 음식도 먹고 재밌는 수다도 하고 주변의 문화관광지도 돌며 알차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40여 년이 넘은 어릴 적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몇 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누구시며 누가 반장을 했고 누가 부반장을 했다며 서로의 어릴 적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기억 속 풍경들을 꺼내어 퍼즐조각을 하나둘씩 찾아 끼워맞추는 것이다. 여자아이들 고무줄 놀이에 고무줄을 끊고 치마를 들치고 달아나던 개구쟁이 녀석들도 오십의 중반에 오른 중년이 되어 있었다. 모두가 서로의 얼굴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어릴 적 그 아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경기 북부 시골 작은 마을에 살던 '촌아이들'이 모이니 그 아이의 모습에서 덧붙일 그 무엇도 없었다. 그 가정의 부모님을 형제.자매들을 모두가 잘 알기에 나를 치장할 작은 액세서리마저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동심으로 돌아가 화들짝 거리며 서로의 웃음을 맞아주고 안아주는 것이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얻지 못하는 '삶의 힐링'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달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지만, 행사에 참석하고 강의 시간 맞추고 하다 보면 시간이 그리 넉넉지는 않다. 도착해 2주 정도는 그나마 시간이 여유롭게 흘러가지만, 2주를 넘기면 훌쩍 시간이 흐른다. 그래서 한 번 만났던 친구나 지인들도 두 번 만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초등 친구들도 한 번 더 만나고 돌아가고 싶지만, 그리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더 만나고 돌아갈 친구는 일을 지는 모를 일이다. 여하튼 이번 여행에서도 어릴 적 초등 친구들과의 만남이 내게는 큰 기쁨이었고 돌아가서도 오래도록 우려먹을 행복이다. "얼레리 꼴레리!!" "OO가 OO를 좋아한테요!!" "우연아, OO가 너 좋아했던 거 아니??" 이렇게 초등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로 깔깔거리며 웃음꽃이 피었다. 나의 천방지축 장난기의 발동이 걸려 그 아이를 앞에 놓고 그럼 그때 나를 좋아한다고 얘기하지 그랬어 하고 묻는다. 다시 한 번 모두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커진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재잘거린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좋다. 가다듬지 않은 원석같은 그 느낌이 좋았다. 내 이름의 유래를 찾는다. 호적에 오른 이름은 '영재'였는데 내 가족과 친지들 그리고 초등학교 친구들은 '우연'이 이름을 지금까지도 부른다. 갑진년 '용띠'인 내가 한 살이 줄어 '뱀띠'로 호적에 올랐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한 살 위 오빠가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잃었기에 늦둥이 내가 엄마 뱃속에 잉태된 것이었다. 그래서 생일도 늦은데 한 살이 더 줄어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옆집 친구와 동네 몇 친구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2주 동안 매일 울었다. 그리고 엄마 손을 잡고 2주 후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입학할 수 있었다. 이번 모임에서는 초등 친구들에게 지난해 여름에 출간한 산문집 <자유로운 영혼의 노래를 부르며>를 선물하였다. 친구들 중에는 사학자 친구가 하나 있었다. 땅파고 사는 땅꾼이라나?! 그 아이에게 참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성격이 유했고 리더십이 있던 아이였다. 자유분방하고 어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큰 박수로 응원해 주었다. 각자의 길에서들 열심히 살고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고 사회 봉사의 일도 하면서 보람되게 살고 있었다. 이번 초등 친구들과의 만남이 참으로 감사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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