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다시 읽는 채근담 |
보스톤코리아 2019-10-21, 11:38:29 |
샘터라는 잡지가 있다. 오래전 널리 읽히던 얇은 월간지이다. 아직도 발간된다. 몇년전 잡지에 졸문을 보낸적이 있다. 글 제목이다. 다시 읽는 채근담. 일부분만 소개한다. 한국군대 졸병시절이다. 늦은 봄, 훈련중 휴식시간에 동료와 잡담하고 있었다. 내가 한마디 꺼냈다. ‘채근담에서 이르기를, 잡념은 잡초와 같아서 뽑아도 뽑아도 다시 돋아나는 법.’ 듣던 동기병사는 멍 때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른냄새가 진하게 풍겼기 때문이고, 군영軍營에선 듣지 못하던 별난 언어였으니 말이다. 먹물티를 내느라 그런 말을 꺼낸건 아니었다. 내가 채근담을 읽었기에 그런 말을 한것도 아니었다. 어디서 주워 들었던 걸 그냥 뇌까린거다. 이 일은 내게 손톱밑에 가시가 되었다. 읽은 일이 없는데, 읽었던 것처럼 말했으니 찜찜했던 거다. 세월이 흐르면서, 언젠가는 찾아봐야 할거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런 글귀가 있는가 직접 확인해 봐야 할거라는 다짐이었다. 오랜 세월후에 기회가 왔다. 손톱 밑에 가시를 빼기로 했다. 미국에 오고 한참 지난후 LA 한인타운에 갈 일이 생겼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한국 서점을 찾았다. 눈에 띄는 대로 책을 골랐고, 책 채근담을 찾아 냈다. 빠르게 책장을 넘겨 훑어 보았다. 글귀를 찾을리 만무하다만 말이다. 책을 구입했다. 그렇다고 책을 단숨에 밤새워 읽지 않았고 읽을 수도 없었다. 책을 읽는 걸 포기 한건 아닌데, 이따금 생각 날적마다 한번씩 들춰 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그 글귀는 찾아 내지 못했다. 잡초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건가? 채근담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가을이기 때문일게다. 서문이다. ‘찾아 오는 손님을 쫓고 외로이 띠집에 은거하여, … 선비와 사귀어 즐기되 … 허투로 두서너 소인들과 더불어 자연의 변화를 쫓아 산기슭에 마구 산책하지 않노라. … 시를 읊조리고 노래를 화답하되 … 한 말의 지위를 영화로 여기는 자와는 염량을 헤아릴 길 없고, 날고기에 파리떼가 모여드는 소굴에서 서로 사귀지 않노라.’ 이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올라서지는 못했다. 잡다한 고전을 인용했기 때문일게다. 사서삼경을 비롯해 노자와 장자는 물론 불교경전까지 인용된다. 관통하는 철학이 없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하지만 책은 선비가 가야하는 길은 명징하게 보여준다. ‘파리가 앞 발을 싹싹 비빌 때 이 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한국 모장관이 말했단다. 죽은 파리들이 향기름을 악취가 나게 만드는 것 같이 (전도서 10: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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