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허황한 꿈
영민 엄마와 함께하는 재정계획 (538)
보스톤코리아  2019-08-01, 20:25:06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여름방학 동안 일할 곳을 찾는다. 젊은 친구들은 본인의 이력서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다. 금융회사에서 전화가 온다. 면접 보라고 한다. 기쁜 마음에 면접 장소에 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분위기를 띄운다. 다단계 금융회사 판매원(Associate or Distributor)을 모집하는 것이다.

다단계 금융회사(MLM, Multi-Level Marketing)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험회사나 금융회사가 아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보험상품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다단계 회사의 운영방식은 사기(Pyramid Scheme)와 유사한 점이 많이 있다. 다단계회사를 상대로 소송 건이 얼마나 많은지는 웹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험상품의 대표적인 것이 어뉴이티나 생명보험이다. 어뉴이티는 ‘주식시장이 폭락해도 원금이 보장되고 몇 퍼센트 이자도 보장하며 죽을 때까지 연금이 나온다.’라고 설명한다. 다단계 회사는 판매원에게 이점을 강조하며 교육한다. 이런 이유로 판매원 자신도 어뉴이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어뉴이티는 매우 복잡한 보험상품이다. 어뉴이티의 안내서(Prospectus)는 보통 300~400페이지가 된다. 이 모든 내용을 읽고 이해한 후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단계 회사는 이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는 파는 사람의 장밋빛 설명만 듣고 평생 모은 소중한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판매원이 보험상품을 파는 첫 대상은 당연히 가족, 친척, 그리고 주위에 있는 친지들이다. 판매원 자신도 어뉴이티가 좋은 투자종목이라고 생각하기에 조금도 부담감 없이 남에게 판다. 그리고 돈을 번다. 보험상품을 팔 때마다 수수료(Commission)를 받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종목을 판매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단계의 조직은 판매원 숫자가 매우 중요하다. 한 판매원이 3~5명의 판매원을 모집하고 다른 판매원도 비슷한 숫자로 판매원을 계속 모집하면 판매원의 숫자는 수없이 불어난다. 사회에서 받는 부정적인 시선과 질문을 다단계 회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점을 판매원에게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미리 교육시킨다.  

다단계 회사는 학생은 물론 청년과 일반인도 열심히 모집한다. 경력이나 학력도 필요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을 어떻게 파는지 약 2주간 훈련으로 수료증(Life License)을 수여 하고 판매인을 재정설계사라고 말한다. 기본적인 재정 지식이나 경험 없이 평생 모은 남의 돈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지 일반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판매원 본인이 보험상품을 많이 팔고 부하 판매원도 많이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현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판매원 대부분이 중간에 포기한다. 이런 이유로 다단계 금융회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판매원을 모집한다. 직장이 없는 사람, 현 직장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 여가시간에 돈 벌 수 있다는 유혹, 인생 역전이라는 허황한 꿈과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을 계약한 가족과 친지들은 재정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뉴이티에 숨어있는 잘못된 점을 결과로 이해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생명보험 자체도 누가 사망해야만 알 수 있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단계 금융회사는 영업을 지속해서 할 수 있으며 수많은 법적인 문제로 복잡해지면 회사 이름만 변경해서 또 영업하는 것이다. 

다단계 판매원 자신도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얼마나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젊은 판매원이 고급 외제 차를 곧 살 수 있다고 부푼 꿈을 말하는 이유이다. 보험상품의 실체를 잘 알고 있는 판매원이나 직원도 하던 일을 중단할 수 없다. 남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일단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민 와서 자식들 키우며 정신없이 산 이민 일 세대, 금융 지식이 많지 않은 투자자의 무지를 이용해서 투자의 ‘만병통치약’처럼 보험상품을 판다. 정직하게 땀 흘려 모은 돈, 한순간에 남 좋은 일만 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명덕, Ph.D., Financial Planner
 &Registered Investment Adviser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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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덕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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