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고등어 자반
보스톤코리아  2019-03-21, 19:46:14 
몇 주전이다. 우리교회 장로님 말씀. 요샌 한담객설에 왠 생선이 풍년?  한담객설을 격려차원에서 읽으신 거다. 하긴 그렇다. 올초 명태를 시작으로 미꾸라지를 거쳤다. 이제 고등어로 간다. 

잡힌 생선은 손질하지 않으면 맛이 변한다. 사정이 그럴적에, 생선위에 소금을 뿌려야 한다. 곧 염장鹽藏인거다. 어느 글에서 읽었다. 한국 안동이야기 이다. 몇이 모였을 적에 각자 고향 해산물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참 들으면서 쓴 입맛만 다시던 안동양반 왈曰. ‘우린 자반고등어!’ 안동은 내륙에 있다. 해산물을 해안가로 부터 운송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거다. 당연히 신선한 생선은 귀했을 터. 그러니 소금에 절인 고등어자반만 밥상에 올랐을 게다. 아니 자반고등어라 해야 맞다. 헷갈리는데, 자반이란 말이 쉽지는 않다. 

자박자박이라 하기엔 굳었다. 차라리 꾸덕꾸덕이란 말이 어울릴것이다. 자반고등어를 후라이팬에 살짝 구운거다. 아내가 저녁상에 자반고등어를 올렸다. 밥 반찬인데, 반가운 마음에 가시를 대충 발라내고 그냥 먹어 치웠다. 아내가 눈을 흘기며 혀를 찼다. 

속 다 비우고 
솔솔 파도의 알갱이를 뿌린 
고등어 한 손 

등푸른 바다의 지문이 새겨진 
지느러미부터 
아가미를 지나 
눈까지 
누우렇게 한 간으로 배이면 

세상 바라보는 비릿한 시선도 
하나로 포개진다 
(고미숙, 중년부부 에서)

안동에 자반고등어 뿐이랴. 양반의 고향일 텐데, 대단한 선비들이 많았다. 퇴계까지 올라갈 것도 없다. 근대에도 이회령선생 집안에선 전재산을 팔아 온 식솔들이 만주로 갔다. 독립운동을 위해 간거다. 존경해야 마땅하다. 

어족 풍부한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들이다. 이제 남은 생선은 무엇인가? 갈치가 있고, 꽁치가 남았다. 그러고 보니, 피라미도 있고, 꼴뚜기와 망둥이도 있다. 이런 것도 생선인가. 해산물이라 해야 할까? 요사이 물고기 이름이 한국신문에 번번히 오르내린다. 

성경에도 물고기는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갈릴리 호숫가에서 잡히는 고기이름은 뭐라던가? 고등어는 분명 아닐 것이다.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누가 5: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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