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소년 '짱구'님을 보내드리며... |
신영의 세상 스케치 659회 |
보스톤코리아 2018-08-27, 10:33:08 |
향년 76세(1942년생)의 짱구님!! 지난 8월 15일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리고 8월 18일 매사추세츠주 뉴튼 소재 '성 앙뚜안 다블뤼 보스톤 한인 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있었다. 보스톤과 근교의 한인들에게는 40여 년을 회계사 일을 하고 계셨으니 김양일 회계사를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스톤산악회 산우들에게는 회계사 김양일(세레명:요한)님 보다는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사랑했던 산사람 '짱구님'으로 더 익숙하고 오래 기억될 분이시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신 짱구님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나눠주시던 분이셨다. '짱구'는 김양일 님의 '닉'이다. 보스톤산악회에서 각자 자신의 이름 대신 '닉네임'을 하나씩 만들어 서로 부르고 있다. 언젠가 보스톤산악회 회장(김상호)님이 '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자연과 함께 만나며 서로 자연의 한 사람으로 만나고 나누자는 것이다. 세상의 학식과 지위 높낮이를 떨어낸 채 그저 자연과 더불어 함께 만났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누림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산악회 모임을 통해 산을 오르내리며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참으로 편안해 좋다. 그저 산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만나는 이유일 것이다. 짱구님은 1970년 초에 미국에 유학을 오셨으니 참 오랜 세월 타국에서 사신 분이다. 이분에게서는 어쩌면 어릴 적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고 남들이 가고 싶어 하고 원하는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그리고 미국의 예일대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이류가 아닌 '일류'의 자리에 계셨다. 그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세상의 학식들 그러나 떠나는 일 앞에서야 그것이 뭐 그리 소용이 있을까. 짱구님을 뵐 때마다 참으로 박식하신 어른 앞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지루하지 않았다. 당신이 살아오신 세월 속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나눠주시곤 하셨었다. 장례미사에서 정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짱구님은 사람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포도주를 좋아하셨던 삶의 멋과 맛을 아는 분이셨으며 예술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나누고 누렸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세상 나이에 연연해 하지 않고 젊은이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어른이라고 해서 젊은이들에게 어른 대접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처럼 편안하게 만나 나누며 삶의 이야기를 음악과 문학과 예술을 통해 느꼈던 당신의 경험을 들려주시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눈 것이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말간 영혼으로 불러주시던 짱구님의 그 삶의 노래가 말이다. 산을 오르실 때는 여느 젊은이들을 쫓기는 어려웠지만, 당신의 보폭만큼만 걸으며 깊은 산속에서 계절마다 봄이면 꽃피고 여름이면 무성한 숲 그리고 가을이면 열매 맺고 겨울이면 온 세상이 하얀 산천을 통해 얼마나 많은 행복을 누리셨을까.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Mt. Washington을 힘들게 오르시며 정상에 올라 그렇게 기뻐하시며 감동하시던 짱구님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웅장하고 신비로운 거대한 자연 앞에서 그저 우리는 감사가 절로 나올 뿐이다. 산을 통해서 짱구님을 만났던 인연에 감사하고 산을 오르내리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소중하게 간직하련다. 많이 서운하다. 음악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서 그림의 시대별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서 와인을 산우들과 나눌 때 그렇게 즐거워하셨는데 많이 섭섭하다. 그래도 그동안 그 깊이 있는 예술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위안으로 삼는다. 그 어른을 통해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그것은 자연이 있어 가능했으며 예술이 있어 가능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김양일(짱구)님은 '만년 소년'이셨다. 참으로 맑고 솔직한 그런 꾸밈없는 '소년'이셨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더욱 개구쟁이 소년처럼 좋아하시며 행복해하시던 분이셨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정상에 오르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정상에 올랐다 내려온 아래 땅이 진정한 정상일지로 모를 일이다. 짱구님을 보내드리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짱구님은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보스톤산악회' 우리들의 영원한 '만년 소년'으로 남으셨다. 짱구님, 하느님 품 안에서 평안히 영면하소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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