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19]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
보스톤코리아 2018-06-11, 12:26:15 |
1951년에 만들어진 영화 <쿼바디스>의 제목 Quo Vadis, Domine?를 번역한 말이다. quo는 ‘어디’, vadis는 ‘가다’, domine는 ‘주여’를 뜻한다. 폭군 네로의 박해를 견디다 못한 성 베드로는 로마를 등지고 아피아 가도를 걸어가다가 반대 방향에서 십자가를 지고 오는 예수를 만나게 된다. 깜짝 놀란 베드로가 예수에게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라고 묻자, 예수는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히려고 로마로 가고 있다고 대답한다. 예수의 뜻을 알게 된 베드로는 발길을 돌려 로마로 가서 마침내 순교를 하고 후에 오늘날의 베드로 성당 자리에 안장된다. 라틴어로 dominus는 ‘주인’이란 뜻이다. 라틴어에서 남성명사는 -us로 끝나고, -e는 사람을 부를 때 붙이는 호격 어미이다. 히브리어로 ‘예수’라 발음되는 것을 라틴어로 왜 Jesus라 쓰는지 그 이유를 전에 설명한 적이 있다. J는 우리말 ‘예’의 첫 부분과 같은 반모음의 표시이고, -us는 남성명사 어미이다. 예수를 사형에 처한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남자이니까 라틴어로 Pontius Pilatus라 썼다. 영어로 Julius Caesar는 영어로는 [줄리어스 씨이저]란 엉뚱한 발음으로 변했지만 라틴어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라 발음한다. domin-는 ‘주인, 주’란 뜻을 가지고 영어로는 lord로 번역한다. 따라서 이 어원이 들어가는 단어들은 대개 ‘주인’과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면, dominate는 주인처럼 무언가를 다스리고 지배하고 점령한다는 말이다. dominant는 ‘우세한’, dominating은 ‘지배하는, 압도적인’이란 뜻이다. predominant는 미리(pre-), 주인(domin-)처럼 하는 것이니까 역시 ‘우세한, 압도적인’이란 뜻이다. dominus는 어떻게 ‘주인’을 의미하게 되었을까? 주인이란 한자로 主人이라 쓴다. 집을 점령한 사람이 주인이다. 라틴어 dominus 역시 ‘집’을 의미하는 domus에서 유래한다. SAT 시험에도 가끔 나오는 domicile(거주지)이 바로 domus의 변이형이다. domain은 집을 둘러싼 땅이란 의미에서 ‘영역, 구역’이란 의미로 일반화되었고, domestic은 집의 안쪽이란 의미에서 ‘가내의, 국내의’란 의미로 확대되었다. 비행기 국내선을 domestic airline이라 한다. 야생 짐승을 가축화하는 것은 집안으로 들이는 것이니까 domesticate이다. 집의 남자주인이 dominus이고, 여주인은 domina이다. 라틴어의 여성어미는 -a이다. 아주 오래전 한국의 오락프로그램에서 <네로 25시>란 개그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름 상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최양락이 ‘헷갈리우스’, 김보화가 ‘날나리아’란 이름으로 나왔다. 이런 걸 보면,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담당 피디가 라틴어 명사어미는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아무튼 이 domina가 줄어서 domna가 되고 이것이 프랑스어에 가서 dame으로 바뀌었다. 프랑스어 madam이 여기서 생긴 것이다. madam보다 어린 여자를 madmoiselle이라 한다. madam은 원래 ma dame 즉 ‘나의 여주인’이란 구절이 축약된 것이다. 나의 여주인이 madam이라면 ‘우리의 여주인’은 notre dam이라 한다. 우리의 여주인은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데 바로 그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해 지은 성당이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가 된 Notre Dame Cathedral이다. 라틴어 dominus는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에서 don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돈키호테는 Don Quixote로 쓴다. 무식한 영국인들은 x를 영어식으로 받아들여서 [퀵소테]라 발음하기도 하지만 스페인어에서는 x가 /ㅎ/로 발음되므로 [돈 키호테]라 발음한다. 미국 사람들은 Mexico를 [멕시코]라 하지만 정작 멕시코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를 [메히꼬]라 한다. TGI Friday에서 먹는 fajita를 전에는 영어식으로 [화지따]라 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스페인어식으로 [화히따]라 하는 걸 보았다. 본토발음에 충실하기로 한 것일까? 아무튼, 돈키호테처럼 특이한 사람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quixotic인데 이를 [퀵소틱]이라 발음하는 것은 원어하고는 참 거리가 멀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지역에서는 손님에 대한 존중과 대접의 의미로 손님에게 ‘주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don이 존칭으로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확대되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귀족 이름 앞에 don을 쓴다. Don Juan, Don Giovanni, Don Julio에서 보는 Don이 바로 이것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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