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온도 차이 |
보스톤코리아 2018-05-21, 13:41:07 |
아내는 컴퓨터로 한국뉴스를 보고 있었다. 가볍지 않게 흥분하며, 아내가 들려준 말이다. 돌아가신 내 장인 유언이었다. 당신이 모았던 용돈을 남기셨고, 이북에 남겨두고 온 아들에게 전해달라. 생전에 아끼던 잠바도 남기셨는데, 그것도 주라고 당부하셨단다. 내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장인이 흘렸던 눈물은 훨씬 뜨거웠을 것이다. 한반도 소식이 날아든다. 뜨거운 소식이다. 한국신문에서 읽었던 한 컬럼 제목이다. 종전終戰입니다! 제목은 환희에 넘쳐 들떠있다. 그런데, 읽어 가면서 찜찜한 기분이 드는건 어찌된 영문인가. 이십여년전 인가. 김일성의 사망뉴스에 흥분한 적이 있다. 곧 통일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앞지른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적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땐, 한국민 모두 열광했을 것이다. 뜨겁기가 체온을 훨씬 넘겼더랬다. 너의 다정함의 온도는 36.5도을 넘겨 내게 화상을 입힌다. (김우석, 다정한 온도) 한국 다른 중앙 일간지에 실린 컬럼도 있다. 한 구절만 그대로 옮긴다. ‘오래 당할 수록 작은 호의에도 쉽게 감동한다.’ 컬럼은 걱정반 부탁반 말을 이어갔다.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할것이고, 북핵이 완전히 폐기된 뒤에 감동하자고 했다. 글은 그닥 뜨겁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다. 먼저 글과 온도차이가 확연하다는 말이다. 감동과 온도 차이가 어디 한국에서 뿐이랴. 분명 평양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도 다를 것이다. 북경은 어떨 것인가? 모스크바는, 그리고 동경에서는 어떠한가? 하긴 그 사람들은 제 주판알 튕기는데 골몰하고 있을 게다. 에어컨을 팔것인가 아니면 히터를 수입할까 궁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싱톤이나 보스톤에서 느끼는 온도 차이도 결코 작지만은 않다. 그날 밤, 그건 폭죽이었고 불바다였느니라. 밭고랑 사이를 정신없이 뛰었지. 내 어머니가 생전에 들려주던 말이다. 공중폭격이 있었는데 폭탄이 사방에서 터졌다고 했다. 6.25전쟁이 준 참화인데, 어머니에게 그날밤은 트라우마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걸 가슴에 안고 어머니는 눈을 감았다. 날이 뜨거워 졌다. 당연히 기온이 올라갔다. 뜨거운 불가마라 한다면 과장이다. 하지만 너무 달궈져 터질까 걱정아닌 걱정이다.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뜨거워서 (시편 39: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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