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위안부'가 아닌 '대한민국의 딸'이다
신영의 세상 스케치 635회
보스톤코리아  2018-03-05, 10:43:00 
악~ 하고 경악하고 말았다, 그 참혹하고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참담했던 조선인 위안부 대학살의 영상 앞에서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 현장을 담은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일본군이 조선인 위안부를 집단으로 학살했음을 입증하는 영상이 74년 만에 발굴된 것이다. '(1944년 9월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는 내용이 담긴 미·중 연합군의 문서를 뒷받침하는 영상기록이다. 증거가 나왔으니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려 본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 현장을 담은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위안부 학살 현장을 찍은 영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상은 27일 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3ㆍ1절 99주년을 맞아 개최한 한ㆍ중ㆍ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컨퍼런스'서 공개됐다. 일본의 아시아ㆍ태평양 전쟁 패전 직전인 1944년 9월 15일 중국 윈난성 텅충(騰沖)에서 미ㆍ중 연합군 볼드윈 병사가 촬영한 것이다.19초 분량의 흑백 영상은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한 후 한 데 버려진 참혹한 모습을 담고 있다. 시신을 묻으러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군 병사가 시신의 양말을 벗기는 장면도 포착됐다." 

"연합군은 1944년 6월부터 중국과 미얀마 접경 지대인 윈난성 쑹산(松山)과 텅충의 일본군 점령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7일 쑹산을, 일주일 뒤인 14일엔 텅충을 함락했다. 당시 일본 작전 참모였던 쓰지 마사노부(辻政信)는 쑹산과 텅충 주둔 일본군에게 "지원 병력이 도착하는 10월까지 계속 저항하라"는 사실상의 '옥쇄(강제적 집단 자결)' 명령을 내린다. 당시 이곳엔 일본군에 끌려온 조선인 위안부 70∼80명이 있었는데, 이를 거부한 조선인 위안부들은 일부 민간인과 함께 학살당했다고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설명했다. 함락 시 연합군에 포로로 잡힌 23명의 위안부만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일본군의 이 같은 위안부 학살은 연합군도 인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앞서 연합군이 텅충이 함락되기 직전 '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라고 기록된 문서를 발굴해 공개했다."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 신 영

깊은 산 속 차가운 눈보라보다도 
인정 없는 바람의 서러움보다도
가슴에 매서운 회오리 일렁거림은
당신의 가슴에서 잊힌 내 이름
빛바랜 기억의 잃어버린 내 이름
이제는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들녘에 핀 이름 없는 들꽃이라고
무심히 지나친 발자국의 무례함
걸어갔던 당신의 발자국을 되돌려
다시 들꽃을 찾아 그 이름을 불러
당신의 깊고 뜨거운 입맞춤으로
이제는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아픔과 설움으로 쌓인 폭설(暴雪)에
눈물이 고여 추녀 밑 고드름을 내고
봄비에 잔설(殘雪)의 마음도 녹아
가슴에 남은 미움도 떠나보내고 
남은 응어리진 설움도 흘려보내니
이제는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시린 아픔과 고통의 기억들마저도
봄 햇살에 겨운 마음으로 녹아 흘러
짓눌린 가슴에 남은 상처를 씻으며
파란 하늘을 나는 자유의 날갯짓은
젖은 날개 퍼덕이던 내 영혼의 몸짓
이제는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2 008년도에 보스턴을 방문하셨던 이용수 할머님을 뵙고 메모했던 글.

이제 몇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아흔을 넘기신 이용수 할머니(91)의 모습을 한국 뉴스를 통해 뵐 때면 마음이 아리고 가슴이 저린다. 참담하고 피멍 든 억울한 가슴을 누르고 일본에 사죄 한마디 듣고 싶었던 이용수 할머니와 그 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었다. 그런데 사죄는커녕 적반하장(賊反荷杖)에 안하무인(眼下無人)격인 뻔뻔스럽고 파렴치한 일본의 대응 방법과 행동에 더 화가 치밀고 견딜 수 없는 치욕스러움에 몸을 떠는 것이다. 그 억울함과 진실을 알리고자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함께 울고 눈물을 닦아주며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사죄를 받는 날까지.

10년 전(2008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님이 일본군의 만행을 겪은 산증인으로서 미 와싱턴을 방문하고 이어 미 보스턴에 오셔서 일본군의 위안부에 대한 잔혹했던 실상과 만행을 폭로하고 알리고자 미 여러 지역을 순회하던 때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내 이름은 위안부가 아닌 '대한민국의 딸 이용수"라고 외치던 그 할머님의 멍울 진 가슴의 소릴 잊을 수가 없다. 이번에 찾은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 현장을 담은 영상 자료들을 통해 그동안 억울함을 호소하던 할머님들의 증언이 더욱 확연한 진실과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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