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600회
눈에 보이는 땅을 달라 했으나 사람의 지경을 넓혀주신 그 깊은 사랑!!
보스톤코리아  2017-06-12, 10:54:54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이런 경험을 거듭할수록 그분의 놀라운 사랑과 한없는 은혜를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내게 어려운 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가족의 건강으로 힘겨운 고비를 여러 번 겪어야 했으며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잘 견딜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시니 견디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에 살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다만 내게 일어난 것이며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그저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이다.

20여 년이 훌쩍 넘은 일이다. 우리 집 세 아이가 유치원(Pre-K), 유아원(Pre School)에 다닐 때쯤 주일이면 교회에서 주일학교 유치반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우리 교회 옆에는 땅이 넓디넓은 농장(Farm)이 있었다. 그 농장 주인은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였다. 주일학교 어린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밖에서 놀다가 작은 돌멩이들을 가지고 놀다가 가끔은 그 농장 쪽으로 넘어가곤 했었다. 그럴 때면 여지없이 그 농장 할아버지가 교회 쪽으로 오시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돌을 농장으로 던져 달려왔다고 그럴 때면 할아버지께 미안하다고 인사를 몇 번 드렸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내게 새로운 기도 거리가 생긴 것이다.
"하나님, 저 땅을 제게 주십시오!"
"저 땅을 제게 주시면 하나님 일에 꼭 사용하겠습니다!" 하고 말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을까. 우리 교회에 새로 부임해 오신 홍 목사님께서 얼마를 지내신 후 주일 예배 설교 시간에 옆 농장 이야기를 하시면서 '저 땅을 달라고 기도하시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우연이지만 우연이 아닌 듯싶어 마음에 뭉클해 왔다.

가끔 엉뚱한 나는 이렇게 남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꿈을 꾸며 때로는 그 꿈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만이 아닌 진심으로 기도를 올렸다. 그래서 그 농장이 정말 내 것이 꼭 아니더라도 내 남편이 비즈니스가 잘되어 그 땅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 것이다. 사실 나는 우리 교회와 붙어 있기에 그곳에 농아학교나 노인복지관 같은 곳을 생각했었다. 그래서 지난번 산티아고 여행을 함께 다녀온 언니랑 수화(Sign Language)도 얼마 동안 열심히 배운 때가 있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하면 그 지난 시간 모두가 감사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훌쩍 지났을 무렵 세 아이를 키우며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문득 그 땅(농장)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 할아버지는 여전히 오가는 운전 길에 가끔 뵙기도 했었다. 아무래도 저 땅이 매매되려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식과 손자들 대에서 팔리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남편에게 교회 옆 농장 얘기를 했더니 이 사람은 그 자리에 '인도어 골프 연습장'을 만들면 딱 좋을 자리라고 한다. 아, 이렇구나! 이렇게 똑같은 장소를 두고도 서로의 생각과 비전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또 느꼈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서로 웃었었다. 

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나는 문학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5년부터 <보스톤코리아>에 칼럼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히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열심과 성실로 보낸 시간 동안 나 자신도 놀라울 만큼 좋으신 선생님들을 만나게 하셨으며 그로 인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의 힘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놀랍고 신비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때를 따라 이뤄가시는 그분의 깊은 사랑과 은혜의 손길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다시 또 생각해도 감사한 날들이다.

올봄이었을 게다. 교회 옆을 지나다 그 땅(농장)이 새로운 농작물을 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장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모양이었다. 그렇게 혼자 생각을 하며 그렇다면 이제는 저 농장(Farm)이 팔리겠구나 싶어 혼잣말을 흘렸다. 그리고 얼마 후 뭔지 모를 무슨 공사가 시작되었다. 알고보니 다행인 것은 사람들의 주택이나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 아닌 'Bridges at Andover(Memory Care Assisted Living)이라는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했다. 나는 눈에 보이는 땅을 달라 했으나 그분은 내게 사람의 지경을 넓혀주셨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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