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쌍둥이 자매의 경쟁과 사랑
연극 피어리스의 작가 박지혜 인터뷰
보스톤코리아  2017-04-27, 21:11:55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컴퍼니 원 극단이 코플리 스퀘어에 있는 보스톤 공립 도서관에서 4월 27일부터 한달간 한인 2세 박지혜 작가의 ‘피어리스 (Peerless)’ 를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보스톤시와 보스톤공립도서관의 후원으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5월 6일 (토) 2시 공연에는 박 작가가 직접 관람하며 공연 후에 작가와의 대화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컴퍼니 원 극단의 헤일리 프루크양이 박지혜 작가와 최근 대담을 했다. 

한인 2세 박지혜 작가
한인 2세 박지혜 작가
 ‘피어리스’를 어떻게 쓰게 되었나?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한 삼주 동안을 진전 없이 꽉 막혀 있었다. 그래서 데이비드 아디미 희곡작가가 충고한대로 며칠동안 그 프로젝트를 완전 잊어 버렸다. 그렇게 며칠 쉬고 난 어느날 저녁 9시쯤에 침대에 앉아 있는데 영감이 떠올랐다. 스코틀랜드 희곡에서 영감을 받은 아시안계 쌍둥이 고등학생 얘기다. 
당장 책상에 앉아서 첫 장면에 나오는 쌍둥이의 대화를 15분만에 써내려 갔다. 일주일 동안 매일 그렇게 짧은 시간에 미친듯이 써나갔다. 전체 희곡의 반 이상을 그런 식으로 썼는데, 그 부분들은 하나도 고치지 않고 희곡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니까 더 진행이 안되었다. 여름 끝나가는 무렵에 세익스피어의 맥베쓰에 나오는 장면들을 죽 나열해 보면서 어떻게 끝맺을지를 결정하게 되었다.

피어리스에서는 대학 입학 경쟁이 주인공인 L과 M의 모든 면을 사로 잡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 그런 압박감을 본인도 경험했나?
나는 마그넷 공립학교를 다녔는데 수학/과학/전산학 잘하기로 알려진 학교였다. 이 학교에서 대개 세명이 하바드 대학 들어 간다. 그래서 누가 하바드 대학에 갈 지 모두다 알고 지낸다. 나는 분명히 그 세명 중 한명이 아니어서, 오히려 “최고”가 되려고 할 필요가 없어서 압박을 덜 받았다. 어느 대학으로 갈지는 몰랐지만, 대학이 장래를 크게 좌우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기 원하는 “좋은 아이비 대학”에 입학이 안돼서 좌절하는 친구들이 개인적인 타격을 받는 것을 옆에서 봐서 이 연극에 반영됐다. 또 20세 초반 뉴욕에서 개인교사를 상당히 했는데, 입학 준비가 점점 더 어릴 때부터 얼마나 경쟁적이 되어 가는지, 수많은 개인교사, 코치와 전문상담자들을 동원하는지 직접 보고 느꼈다. 

맥베쓰에서 시작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침투되어 고정된 가치관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
극소수만 일류 대학에 입학한다는 두려움이 너무 강해서 “어떤 부류에서 한명씩” 밖에 못들어 간다는 위험한 생각들을 불러 일으킨다.  ‘피어리스’에서 L과 M이 아무 것이나 잘 받아 들이는 D에게 하듯이, 극한 상황에 이르면 다른 사람을 그저 경쟁자로 보기가 너무 쉽다. 한발짝 물러나서 소수의 경쟁자만 만들어 놓은 사회 전체적인 구조를 되돌아 볼 시간과 공간도 없이 어린 나이부터 가치관이 굳어 버리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되겠는가?

시작 부분이 충격적이다. 이런 시도가 맥베쓰에서처럼 마술과 초자연적인 것을 찾아 보게 하는 것인가?
10대때에는 전혀 통제불가능한 것들이 너무도 많아 보였다. 나의 미래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거대한 그런 것들 말이다. 모두들 떨어질 (연극에서 꽝 소리내며 실제로 떨어지는) 입학통지서를 4월 15일 전후로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속수무책인 기분이었다. 세상이 신비스럽기만 하고 갈피를 못잡을 때에 마술을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보스톤 시정부와 보스톤 공립 도서관과 같이 이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더 많은 관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람료없이 기부만을 받기로 했는데, 작가로서 이런 기회를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좋다. 특히 젊은 층이 무리없이 관람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빨리 돌아가는 현대 생활에 익숙한 관중이 유머 감각과 빠른 진행에 맞고, 그런 관중들이 연극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전국적으로 돌아 다니면서 공연하다 보면, 무대에 연기자의 인종이나 부유함이 관중들과 아주 다를 경우에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관중이 “같이 대화”하는 분위기가 아니고 “쳐다보는” 분위기가 된다. 불행하게도 그런 상황이 많은 극장에서 일어나고 있고 극장이 누구를 “위한” 거냐는 무의식적인 신호를 보내게 된다.

지난 한해 많은 성공을 거두었는데, 앞으로 계획이 있나? 지금 진행 중인 일은? 
‘해나와 무시무시한 정자 (Hannah and Dreadful Gazebo)’가 오레곤 주 세익스피어 축제에 방금 시연되는 것을 보고, 막 동부로 돌아 왔다. 지금 무대 디자이너 트리스탄 제퍼즈와 ‘자, 여기에 왔어요 (Here We Are Here)’로 임시 제목을 정한 희곡에 전념하려고 한다. 디자이너와 감독은 주로 공연 전에야 작가와 상의를 시작하는데, 이번엔 작품 초기부터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의논하는 시도를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데, 희곡의 디자인 부분이 부각되면서 글에 반영이 되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나는 원래 오랫동안 배우로 지냈는데, 지금은 연기를 거의 안한다.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숙면 (Sleep)’을 나오미 리루카가 각본한 극에 출연할 수 있어서 들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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