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82회 |
보스톤코리아 2017-02-06, 13:46:16 |
"엄마, 나 지금 잘 살고 있지?" "걱정 말아요, 엄마!!" 이 세상에는 계시지 않은 내 엄마한테 가끔 운전하며 엄마에게 말을 건넬 때가 있다. 내게는 기도의 시간이기도 하다. 다른 장소보다는 이상하게도 운전대에 막 올라 시동을 켜기 전 기도처럼 엄마를 떠올리곤 한다. 물론, 즐거울 때보다는 마음이 우울하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더욱 떠오르는 얼굴이 엄마이지 않던가. 이렇게 엄마랑 얘길 하고 나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가라앉았던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이다. 그랬으리라, 내 엄마도 철없는 늦둥이 막내딸을 볼 때마다 마음에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으리라. 멀리 있던 막내딸을 두고 어찌 눈을 감고 가셨을까. 가끔 내 엄마가 몹시도 그리운 날이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또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지 않을까 하면서 보고픈 마음을 달래보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내게 해주셨던 그 극진한 사랑과 정성과 희생을 깨달아 알 때 즘 그때는 이미 내 곁에 아니 계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나눠주며 내리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나를 합리화시키고 위로하며 오늘을 사는가 싶다. 우리 집 딸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다. 그리고 젊은 아빠 엄마와 덩치 큰 남자 동생을 양쪽에 늘 거느리며 다니는 아이다. 내게는 딸아이가 참으로 부러운 대상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버지 쉰에 얻은 막내딸이라 내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였으니 젊은 아버지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으며 내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은 본 적은 더욱이 없었다. 그리고 딸만 넷이 있고 터울이 다섯 살 이상씩 되는 가정에서 늦둥이 막내로 자라 부모님께 늘 귀염둥이로 자랐지만, 또래가 없어 외롭고 쓸쓸했던 기억이 더 많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딸아이가 부러울 때가 있다. 세 아이가 연년생으로 자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던 시간이었지만,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는 생각을 한다. 딸아이가 지난 1월에 만 스물 일곱 살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일찍 결혼한다던 딸아이 말은 이제는 물 건너간 얘기라고 요즘 가족들이 모이면 우스갯소리로 한다. 자유분방한 엄마의 거침없는 생활 방식에 이 아이는 무엇인가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 세 아이의 청소년기에도 아들 녀석 둘보다 딸아이랑 더 많이 부딪쳤던 기억이다. 나이가 한둘 더 늘수록 요즘은 엄마를 많이 이해하는가 싶다. 딸아이는 대학에서 아라빅 히스토리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졸업 후 하고 싶어 하던 선생이 되어 보스턴의 한 고등학교에서 9학년 담임을 맡아 즐거워했었다. 그렇게 두세 달을 지내며 가르치는 일보다는 덩치 큰 아이들의 선생님에게 하는 농담(Joke) 버거웠던 모양이다. 집에 오면 몇 차례씩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못 들은 척 넘겼었다. 그리고 몇 달이 더 지나서 엄마 아빠한테 신중하게 하는 것이다. 딸아이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힘들게 얻은 선생님 자리를 무작정 그만두라 하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교사 생활이 버겁다는 딸아이 얘기를 듣고 부모로서 무작정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빠와 엄마는 딸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6개월이 채 되기 전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딸아이는 결국 학교 몇을 골라 임시교사가 되어 바쁘게 생활하게 되었다. 그것도 쉽지 않을 일이 정해지지 않은 자리를 찾아다니려니 버거웠을 것이다. 그 후로는 모르는 척 지켜보고만 있었다. 나중에서야 마주 앉아 딸아이에게 부모로서 한 마디 해주었다. 직장을 그만둘 때는 다른 곳을 미리 찾아 정해놓고 그만두는 것이 순서라고 말이다. 걱정은 늘 부모의 몫인지도 모른다. 내 어머니도 일찍 떨어져 살던 늦둥이 막내딸을 늘 걱정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딸아이를 걱정하는 이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딸아이는 제 몫만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임시 교사생활을 하던 딸아이가 지난해 초쯤 한 곳에 임시 직장을 얻어 다니고 있었다. 그곳이 어디냐고 자세히 묻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을까. '걱정 말아요, 엄마!!' 하며 딸아이는 하는 일이 즐겁다며 열심히 다니더니 지난해 8월 '하버드 대학교' 내 정식 직원이 되었다. 걱정했던 엄마는 모두가 감사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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