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k v. Bell (1927): 광기에 지배당한 지성 1. |
보스톤코리아 2017-01-23, 13:39:44 |
“만일 우리 사회가 명백하게 이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아예 태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면,그들의 타락한 자손들이 범죄를 저질러 처형되기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그들의 저능으로 인해 굶어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이들의 출산을 막는 것이 전 세계에게 더 낫다. 삼대의 저능은 출산을 금지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1927년 Buck v. Bell 판결에서 대법원 판사 올리버 웬델 홀름스 (Oliver Wendel Holmes Jr.)가 했던 말이다. 판결은 (수감 시설에 수용된) ‘정신박약자 (feebleminded)’들을 대상으로, 환자의 동의 없는 불임시술을 강제했던 버지니아의 불임 시술법 (Sterilization Act of 1924)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원고는 버지니아 샬로츠빌 출신의1906년 생 젊은 백인 여성 캐리 벅 (Carrie Buck). 그녀의 엄마인 에마 (Emma Buck)는 싱글맘이었다. 구걸과 매춘을 하다가 정신 이상자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이후 캐리는 앨리스 돕스 (Alice Dobbs)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그녀는 돕스 가족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한편 5학년까지는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17세때, 돕스 부부의 조카로부터 강간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이듬해 딸인 비비안을 출산했다. 집안의 치부와 같은 사건이 벌어졌기에, 돕스부부는 의사들을 통해 캐리가 ‘간질발작’과 ‘정신박약’ 증세가 있다는 진단을 받아낸 후, 캐리를 정신이상자 수용 시설로 보내고, 캐리가 낳은 딸을 대신하여 키웠다. 캐리가 수용소를 나가려하자 버지니아주는 1924년 불임시술법을 근거로 캐리에게 강제로 불임시술을 시행하려 하였다. 캐리 벅의 입장에서 보자면 버지니아의 강제 불임시술법이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 8조의 위반이었으며, 법 앞에 평등을 명시한 수정헌법 제 14조의 위반이기도 했을 것이다. 캐리에 대한 강제 불임시술을 시행하려 했던 버지니아 주정부가 1924년 강제시술법의 위헌요소를 몰랐을까? 오히려 이 법이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신이 박약하기때문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캐리 벅의 변호인조차 불임시술법의 지지자였다. 사실 불임시술법 지지자들은 캐리 벅의 케이스를 정신박약은 유전되기때문에 강제시술법은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케이스”로, 그리고 앞으로의 위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고자 했다. 박사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일종의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법정에서 증언한다. 사실 학교에 다닐 때 나름 괜찮은 학생 평가를 받았던 캐리였지만, 그녀는 정신박약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에마와 캐리 벅스는 성적으로 문란하다.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증거다” 그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들이 강간에 의한-따라서 혼외관계에 의한- 원치 않는 임신을 했기때문이다. “게다가 캐리의 딸도 다분히 정신 박약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자 그런데 이 판단이 내려지던 시점에 캐리의 딸은 고작 7개월. 박사님들은 어떤 근거로 7개월짜리 비비안이 정신박약아로 클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을까? “애가 뒤로 가려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황당하지만, 이리하여 대법관 홀름스가 이야기하는 “3대에 걸친 정신박약” 스토리는 완성이 되었다. 대법원은 “환자 개인의 건강을 위하여, 그리고 사회 전체의 복지를 위하여” 정신 이상자들에게 불임시술을 해 주는 것은 헌법에 위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잠깐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법은 어떤 종류의 사람은 태어나도 좋고 어떤 종류의 사람은 태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규정할 수 있을까?이 비인간적이고도 황당무계한 버지니아의 강제 불임시술법은 왜 탄생했을까? 첫번째는 경제적인 이유일 것 같다. 20세기 초반, 간질 발작 환자와 정신이상자를 수용하기 위한 수용시설이 지어졌다. 그러나 수용소를 관리하던 알버트 프리디 박사는 시설 입소자가 자꾸 늘어나다 보면 주정부 예산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으므로, 아예 그 수를 줄여버리자고 주장했던 것. 그렇다면 과연 무슨 근거로 대법원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를 것이며, 저능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20세기 초반,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우생학’에 근거, 열등한 사람들의 출산을 억제함으로써 인류 전반을 개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즉, 버지니아의 불임시술법은 우생학적 단종법 (斷種法)이었다. 따지고 보면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홀로코스트와 결코 다르지 않은 논리인 셈이다. 그런데 우생학에 근거한 불임시술법은 버지니아에만 특이하게 존재했던 법이 아니다. 1907년 제일먼저 인디아나가 버지니아와 비슷한 근거를 가진 강제 불임시술법을 통과시켰다. 그후로 25년간 불임시술법은 약 30개주에서 앞다투어 통과되었다. 벅 대 벨 판결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많은 주가 시행하고 있었던 불임시술법에 일종의 헌법적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되었다. 그리고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약 65,000명의 사람들이 정신 박약을 이유로, 혹은 다른 종류의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소인을 이유로 강제 불임시술의 대상이 되었다. (계속) 보스톤코리아 칼럼리스트 소피아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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