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잡다한 역사 (3) 선거, 그리고 슬로건
보스톤코리아  2016-10-31, 12:07:11 
누구나 기억하다시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시절의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였다. 현직대통령의 당선에 슬로건이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결국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려고 했더라는 냉소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요즘이다. 전직 대통령은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고 선거에 임했더랬고, 확실히 "실천"이나 "경제"라는 구체적인 단어들이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는 정치를 꿈꾸는 국민들의 바램 혹은 '나도 잘 살고' 싶은 욕망이 투영된 선거 결과를 봤다. 

실제 결과의 승패를 차치하고서라도, 캠페인 슬로건이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일부인 것은 사실이다. 캠페인 슬로건이 맥락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올 리는 없다. 짤막한 슬로건으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선동을 한다는 것은 투표권자의 드러난 혹은 감춰진 욕망을 자극하는 치밀한 작업이니 "시장조사"가 당연히 앞섰을 것이다. 

가령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는 과거의 미국은 위대했으나 현재 (즉, 오바마 행정부 8년)의 미국은 위대하지 않다는 메세지를 통해,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인'들의 현재 정권에 대한 불만 혹은 분노를 자극한다. 그런데 사실 트럼프의 현재 캠페인 슬로건은 1980년 도널드 레이건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도록 Let Make America Great Again>에 대한 오마쥬 (혹은 표절!)이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함께해서 더 강한 Stronger Together>는 다양한 맥락으로 읽힌다. 가령 특정 이민자그룹에 대한 반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트럼프에 대한 반박의 메세지로 읽힐 수도 있고, 민주당 내에서도 좀더 보수적인 그룹과 버니 샌더스의 열풍에서 확인했던 진보적인 그룹들을 향한 메세지로 읽힐 수도 있다. 지금이 어렵다면,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세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가진 힐러리인만큼 그런 대통령과 함께하면 '더' 강하다는 메세지도 들린다. 

정책보다는 이미지가 주축이된1840년 선거
미국 대선에서 캠페인 슬로건이 처음 중요하게 등장한 것은 일명 '통나무집 선거'라고 불리는 1840년 대선이었다. 민주당 후보로는 현직대통령이었던 마틴 밴 뷰렌이, 그리고 휘그당 후보로는 윌리엄 헨리 해리슨이 출마했다. 자칫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도 있던 노예제나 중앙은행(National Bank) 문제를 직접 건드리기 싫었던 해리슨 진영이 내세운 슬로건은 "통나무집과 사과술(Log Cabin and Hard Cider)"였다. 무자비한 인디언 토벌로도 이름을 날리며 테쿰셰 연합을 무너뜨린 티피카누 전투를 이끌었던 군인 출신 해리슨 대통령은, 서민이 사는 통나무집, 하층민이 즐겨마시는 사과술의 은유를 통해 자신이 서민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폭넓은 지지층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해리슨은 버지니아의 부유한 가문출신이었다).

1840년 선거에서는 로고송도 등장했다. 그 로고 송 중 하나인 Tippecanoe and Tyler, Too 는 해리슨이 승전한 티피카누 그리고 또다른 전쟁영웅으로 해리슨의 러닝메이트였던 타일러를 통해 상대당 뷰렌의 유약한 이미지를 공격했고, 이내 슬로건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혹은 테큠셰의 저주에 의해서!) 해리슨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폐렴에 걸려 한달만에 사망했고, 타일러는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1950년 대의 두 선거:나는 아이크가 좋아요
정책에 관한 내용은 없는데 이미지는 지배적이었던 또 다른 슬로건은 아이젠하워를 선택한 1952년 선거에서도 등장했다. 물론 1932년 선거이후 1944년 선거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출신 프랭클린 루즈벨트(FDR)가 연임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8년 선거에서 다시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이 당선되었으니, 그 피로감에라도 한 번쯤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화당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유세장을 가득메운 피켓에는 "I like Ike", "We like Ike"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Ike 는 아이젠하워의 별명이다). 심지어 1956년의 캠페인 슬로건은 "I still like Ike" 였다. 2차대전의 영웅이자 미소가 멋진 아이크가 좋다는데 구구절절한 이유따위는 별 의미가 없었던 그런 시대였다. 이정도라면 "(상대당 후보인) 제임스 K. Polk는  누구인가?"를 캠페인 슬로건으로 내세운1844년 선거의 헨리 클레이(휘그당)와는 비교도 안되게 효과적인 선거 슬로건이었다. 

1920년, 정상으로 돌아가자 (Return to Normalcy) 
1차 대전 참전 이후 사회적 혼돈의 상태에서, 윌슨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가 바닥을 칠 무렵, 공화당의 워렌 하딩이 들고나온 선거 캠페인 슬로건은 Return to Normalcy였다. 시오도어 루즈벨트, 우드로우 윌슨 등이 기여했던 혁신주의(Progressivism)을 통한 개혁도 더이상은 싫다, 이민자도 싫다, 갑자기 세계 무대에서 고상하고 정의로운 척하는 것도 질렸다…하는 정서에 부응하는 슬로건이었다. 당시 하딩은 "미국은 영웅(hero)이 아니라 치유(healing)를, 가망없는 처방(nostrums)이 아니라 정상(normalcy)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연설하곤 했다. '정상으로 돌아가자'고 외친 하딩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그는 매우 비정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전문성 없고 부패한, 일명 오하이오 갱단(Ohio Gangs)이라고 불리는 측근들의 비리와 스캔들을 어쩌지 못했다. 그 스트레스때문이었을까? 하딩은 연설 여행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임기중 사망한 다섯번째 대통령으로 기억되었다.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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