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57회
보스톤코리아  2016-08-15, 11:37:47 
올해로 71주년을 맞는 광복절 한 세기를 맞을 만큼에서 서 있는 광복절과 나는 얼마만큼의 거리에서 있는가. 그저 의례적인 한인 행사처럼 때가 되면 치러지는 그런 느낌으로 있는가 말이다. 광복을 맞이하기 위해 쏟아냈던 우리의 선열들의 검붉은 피를 우리는 기억하는가. 이렇듯 나의 기억에서마저도 뜨거움이 식어지고 아스라해진다면 내 아이들과 그리고 자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여행 날짜를 챙기다가 8월 15일 광복절을 보게 되었다. 가슴 한켠에 묵직하게 죄어오는 이것은 명치 끝이 아려오는 이 마음은 광복을 위해 피흘린 선열들에 대한 죄스런 마음인 게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훈의 <그날이 오면>

심훈의 <그날이 오면> 시편을 만나면 광복의 그날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를 죽음도 두렵지 않을 그런 기원임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한 독립 만세!!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대한 독립 만세!! 그토록 우리 온 민족이 염원했던 광복일인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8.15 광복을 맞아 한반도가 일본에게서 독립하여 국권을 회복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혹여, 국경일이라는 의미로 태극기를 계양하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공휴일이라는 것에 더욱 치중하는 그런 마음이 아닐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진정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광복의 날이다. 

한 생을 놓고 보더라도 칠십 일 년이라는 세월은 지천명(知天命)을 넘고 이순(耳順)을 지나 고희(古稀)를 맞은 백발이 성성한 인생이다. 어찌 보면 긴 세월로 퇴색되고 빛바랜 오랜 시간일지도 모른다. 특별히 우리 세대를 지나 자손들에게는 그리고 타국에서 사는 우리들에게는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않으면 잊히기 쉬울 일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광복의 날을 기다리며 뜨거운 피로 순국하신 선열들께 참으로 부끄러운 심장이 된다. 내 자식에게까지가 아닌 내 자손들에게까지가 아닌 바로 지금의 나 자신이.

그 압박의 세월 속에 묶이고 눌리고 갇힌 그 뺏긴 세월에 얼마나 몸부림치며 자유를 원했을까. 그리고 자유를 얻었다. 그렇다면 그 간절했던 선열들의 바람만큼 우리는 충분히 누리고 살고 있는가. 잠시 광복 후 71년을 돌이켜 돌아보면 우리는 경제적인 부흥으로 물질은 풍요로워졌는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참으로 안타까울 만큼 어지러워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정신적인 부분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풍요로서의 지나침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복잡함을 정리해보며 지금의 나의 자리와 우리의 자리를 재확인 해봐야겠다.

우리는 심훈의 <그날이 오면>처럼 광복의 날에 기뻐서 춤을 추고 새 꿈을 꾸며 소망을 가지고 오늘을 사는 것이다. 그 오늘을 사는 까닭은 지난 과거의 시간을 통해서 오늘을 더욱 감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몫을 다하며 누리며 사는 일이다. 그리고 내일의 그날이 오면 그날의 감사와 자신의 자리에서의 자리매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이라면 후회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을 삶일 거란 생각을 해본다. 올해로 71주년을 맞는 광복절을 통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거룩한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기리는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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