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54회 |
보스톤코리아 2016-07-25, 12:00:12 |
너무 빨리 돌아가는 문명 앞에 정말 골이 흔들린다. 뭔가 제대로 보려 할 때쯤이면 저만치 가있는 요즘 현대과학과 의학 그 외의 것들이 그렇다. 그야, 발달한 만큼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 관련이 있으니 더욱 좋은 일이다. 그런데 요즘 더 빨리 돌아가는 것이 IT 분야이지 않던가. 올봄에 S사에서 출시한 새로운 휴대전화를 구입하였다. 기계라면 정말 문외한인 내가 사용하는 것이라고는 통화와 사진 담기 그리고 카카오 톡과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보이스 톡 정도밖에는 뭐 할 줄 아는게 없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유용한 정보들도 많다는데 몰라서 놓쳐버리는 것이 많다. 가끔 아는 것이 없어 혼자 휴대 전화 매뉴얼을 찾아보다가 모르겠기에 남편에게 물어보는데 몇은 한국 언어를 선택해 올린 것이 있었다. 한국말이 서툰 짝꿍이 제대로 일 처리를 못 해주니 속상하고 말았다. 그리고 가끔 가깝게 지내는 동생에게 물어보면 한국어와 영어가 섞여 있어 힘들다며 아예 한국말로 다 바꿔놓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영어가 편한 부분이 있기에 모두를 한국어로 바꿔놓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남편이나 동생이나 모두가 내 마음에 썩 들지 않지만, 또 몰라서 물어보는 것을 어쩔까. 얼마 전의 하루, 휴대 전화가 갑자기 먹통이 된 날이 있었다. 내가 저장한 비밀번호가 갑자기 틀리었다며 다시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몇 번을 반복해도 안 열린다. 한 번씩 시도하면 할수록 다시 시도해보라는 시간은 길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3분 후에 해보라는 것이 나중에는 30분 후에 다시 시도 해보라는 것이다. 그때는 당황했는지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 볼 생각마저도 나질 않았다. 휴대전화의 내 비밀번호는 분명한데 안 열리는 것이 이상해 계속 반복시도를 해본 것이다. 그렇게 반나절은 전화를 손에서 떼지 못하고 들고 있었던 기억이다. 그렇게 반나절을 보내고서야 어떻게 되었는지 전화가 열렸었다. 그런데 그제에 또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방금 전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열었던 휴대폰이 갑자기 또 먹통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두 번은 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해 보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전원을 꺼 보면 제대로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웬걸, 전원을 끈 다음 잠시 후에 다시 전원을 키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열리는 것이 아닌가. 아하, 이제는 알것 같았다. 그것은 지난번 반나절을 끙끙거리며 전화를 열어보려 했던 무지에서 나온 지혜 덕분인 것이다. 어디 휴대전화뿐일까. 우리네 삶의 여정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무엇인가 내 생각과 마음대로 계획했던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혼란스러울 때를 만나지 않던가 말이다. 이럴 때 멈추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해 가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고 실패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급한 일일수록 돌아가라는 지헤의 말씀이 바로 이런 일을 두고 한 말씀인 게다. 삶에서 급한 일을 만날수록 잠시 깊은 심호흡으로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일과 마주할 수 있다면 여유의 마음이 생겨 일을 그르치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죄(잘못)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랑은 더욱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모르는 것이 죄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배우려 노력하지 않는 게으름이 죄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처럼 작은 일상에서 겪는 경험들을 통해 조금 더 나 자신에게 배울 기회가 주어지니 고마운 일이 아니던가. 더도 덜도 말고 내가 노력한 만큼만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시간을 내어 배워보고 싶어졌다. 무작정 어렵다고 뒷전에 놔두지 말고 더딘 걸음이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며 걸을 수 있다면 이것은 또 하나의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되는 이유이다. 이제는 더욱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정보들이 많을 것이다. 그 정보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려면 아무리 기계가 싫더라도 친해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모르면 배우고 알면 가르치며 사는 삶이 우리네 나눔의 삶이 아닐까 싶다.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우리가 되는 세상 말이다. 모른다고 움츠러들지 말고, 안다고 밀어내지 않는 그런 삶이면 좋겠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배웠다고 조금 더 가졌다고 으쓱대지 않는 겸손과 다른 사람보다 덜 배웠다고 덜 가졌다고 움츠러들지 않는 자신감이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삶이고 존재인 까닭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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