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39회
보스톤코리아  2016-03-28, 11:37:50 
몇 달 전부터 한미예술협회(회장 김병국) 주최로 준비해오던 국악 콘서트가 보스톤에서 열린 것이다. 이렇듯 멋진 국악 연주회가 먼 타국에서 우리 이민자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가끔 한국을 방문하면 전주 한옥마을을 돌아보며 국악 콘서트장을 찾아 연주회를 관람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 귀한 국악의 소리와 국악의 명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즐겁고 행복했다. 이 소식을 한인 신문의 지면과 웹사이트를 통해 전해 들으며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그 설레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았을 것이다.

첫날의 연주는 가야금을 위한 신곡 연주회 (New Sound for Silk Strings)가 웰슬리 대학교 쥬엣 아트센터 오디토리움 (Wellesley College Jewett Art Center Auditorium)에서 있었다. 첫날의 연주를 놓치기 아까워 가까운 친구와 약속을 해놓고 기다리다 둘이서 다녀왔다. 이지영 교수의 가야금 연주와 더불어 김도연의 가야금과 Chase Morrin 피아노의 어우러진 하모니는 참으로 곱고 아름다워 숨이 멎을 만큼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연주회였다. 참으로 감동으로 만났던 가야금 연주는 내 평생에 다시는 더 만나보기 어려울 것 같은 내 영혼을 휘돈 짜릿하고 황홀한 연주였다.

그리고 며칠 후 브랜다이스 대학교 슬로스버그 뮤직센터 (Brandeis University Slosberg Music Center)에서 ''국악, 영혼의 소리'라는 타이틀로 국악 연주회가 준비되었다. 그 국악 콘서트에서는 가야금 산조와 판소리 흥보전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었다. 이날 뮤직센터의 200여 석의 좌석이 모두 찼으며 한국인들도 있었지만, 미국인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그만큼 한국 국악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이날 특별히 사회와 해설을 맡은 해금 연주가이며 서울대 국악과의 미국인 교수인 힐러리 핀첨-성의 연주와 한국어는 정말 놀라웠다. 

공연의 순서 순서마다 가슴에서 꿈틀거리는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한(恨)이라는 정서를 또 부인할 수 없었다. 참으로 한(恨)스러운 연주와 소리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처음 <영상화상> 중 '염불도드리'와 '타령'을 시작으로 서공철류 가야금산조, 판소리 <흥보가> 중 '박을 타는' 대목 그리고 승무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씻김굿과 태평소 시나위로 막을 내렸다. 가야금과 해금과 아쟁 그리고 대금과 장고와 피리 그 하나하나의 소리가 어우러져 저토록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과 그 소리가 이처럼 가슴을 파고들며 흔들어 댈 수 있음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한국의 국악과 전통춤을 좋아하는 내게 개인적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소리는 무엇보다도 낮은 바람 소리의 대금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듣던 국악 음악에 취해 있을 무렵 피리 소리가 가슴을 사무치도록 파고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바로 '내 그리움'의 소리였다. 내 어린 시절 추억 중의 하나는 친정아버지께서 피리를 좋아하셨으며 시간이 있으실 때마다 피리를 연습하며 불곤 하셨다. 그 시대에는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된다며 밖에 나타내는 것을 꺼리셨지만, 내게는 빛바랜 아련한 추억이며 그리움이 된 것이다. 피리 소리를 들으며 멈추지 않던 울음을 참느라 힘이 들었다.

국악 공연과 더불어 브랜다이스 음대 로비에서 <Landscapes of the Soul: Korean Contemporary Art>의 주제를 가지고 한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번 한인 작가 미술전에는 김희정, 유수례 외 여러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하여 국악 공연과 더불어 풍성함을 더해줬다. 이번 전시회에서 개인적으로 더욱 감명 깊었던 것은 부족한 졸작의 사진 한 점을 출품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다이즈 대학은 우리 집 딸아이가 졸업한 모교이기도 해 더욱 마음이 닿은 곳이기도 하다.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딸과의 지난 추억이 스쳐 지났다.

'국악, 영혼의 소리'는 브랜다이스 대학교 슬로스버그 뮤직센터의 공연장을 휘감아 울리기도 전에 우리 모두의 가슴에 울림으로 다가왔다. 연주하는 내내 멈추지 않는 심장은 온몸과 마음을 휘돌아 굳어진 돌덩이가 되게 했다. 참으로 감동적인 영혼의 울림이었다. 공연장에서의 연주자와 관람하는 우리는 모두 둘이 아닌 하나로 공명하고 말았다.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시고 수고하신 한미예술협회 회장과 임원 그리고 회원들께 감사드리고 특별히 음악을 담당한 김유경 님께 감사드린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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