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보트 출신 유학생이 주정부 아시안 최고위직 되기까지
보스톤코리아  2016-03-17, 23:41:53 
남팜 매사추세츠 경영개발부 차관
남팜 매사추세츠 경영개발부 차관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남팜(Nam Pham), 매사추세츠주 경영개발부 차관의 영어 발음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 총영사들의 국제 비즈니스 촉진행사인 지베인(GBANE) 행사 사회자로서 그의 진행은 매끄럽고 당당했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그가 그가 원하는 것을 고급영어로 정확히 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 액센트가 있다. 내가 액센트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말할 것이 있으면 액센트가 있더라도 상관없다”라는 게 베트남 난민 출신인 남팜 차관의 말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말할 것인가” 하는 사명감과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자존감을 가지면 “많은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매사추세츠 현 베이커 주정부에서 아시안으로서는 가장 고위직을 맡고 있다. 인구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중국계가 아닌 베트남계가 최고위직을 맡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주정부 마크 스테팬 대변인에 따르면 베이커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아시안 관료는 남팜차관 외 메디케이드/매스헬쓰 청의 디렉터 데니얼 싸이(Daniel Tsai), 난민 및 이민청의 디렉터 메리 트루엉(Mary Truong ), 그리고 푸 메이 (Phu Mai) 에너지 환경청 수석보좌관 등 3명이다. 메리 트루엉은 남팜 차관의 부인이다. 

매사추세츠 주정부에 한국계 고위직은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다. 한국계 관료는 5-6년 전 그레이스 리 재무차관이 그나마 최고위직이었다. 한인들의 관직 진출이 이만큼 드문 일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남팜 차관의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월 29일 파크 플라자에 있는 주정부 경영개발부 사무실로 그를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는 두가지다. 1세대 아시안 부모들은 자녀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모두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을 경험한 그들에게 정치는 기피대상이다. 변호사, 의사가 가장 많이 접하는 부모들의 아시안 2, 3세들의 선망직업이다. 

둘째는 자원봉사에 인색하다. 미국사회에서 아시안이 공무원에 진입하는데 장벽이 있지만 이를 깨뜨리는 유일한 방법이 자원봉사다. 자원봉사를 통해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 남팜 차관은 “좀더 적극적으로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 거기서 중요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정부 공무원 채용 웹사이트에 공고되는 자리는 이미 인맥을 통해 채용할 사람이 정해진 것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남팜 차관은 “모든 것은 관계에 기초한다”고 말했다. 사람의 삶은 인맥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치 지망생들이 제대로 된 정치인으로 자라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20-30대에서 시작한다. 이때부터 이들과 자원봉사로 인맥을 형성해야 한다. 남팜 차관은 “공화당, 민주당 누구를 지지하든 상관없다. 정말 진심으로 도우면 언젠가는 그 정치 지망생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기를 지원한 사람을 중심으로 정치 인맥이 형성되고 정계에 진출이 가능하게 된다. 메리 트루엉 국장은 실제로 베이커 주지사를 오래전부터 적극 자원봉사했었다. 트루엉 국장은 이를 “장기적인 투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사회에서 아시안의 목소리가 적은 것은 아시안 문화가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남팜 차관은 진단한다. 그러나 “미국사회에는 (아시안이 생각하는 것처럼) 위계질서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누구나 미국의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지적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했다. 미국의 정부 시스템도 아시안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이 장벽을 깨뜨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음 좋지 않다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그는 19세인 1975년에 미국에 난민으로 왔다. 형제자매만도 8남매. 부모와 할머니까지 있는 대가족이었다. 난민캠프를 지원해줄 수 있는 교회가 미네소타에 있어서 그곳으로 가서 정착했다. 그가 처음 영어를 배운 곳은 교회 지하실이었다. 이후 실제적으로 영어를 배운 곳은 세차장이었다. 세차 요원으로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영어를 익혔다. 좀더 나은 영어는 미네소타 칼슨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배웠다. 청소부, 공장직원도 그가 경험한 일터였다. 

그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장학금을 받고 정치 경제학을 전공했다. 보스톤과 인연을 맺은 것이 이때다. 그는 미국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 학과를 택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냐는 질문에 웃으며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정부직과 은행직을 거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는 보스톤 뱅크를 거쳐 뱅크오브어메리카, 시티즌스 은행 등을 고위직까지 거쳤다. 그에게 큰 어려움은 아시안이 은행내에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됐다. 

남팜 차관과 친분관계가 있는 김민수 가야 호텔(건설 중) 사장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한국 사람을 좋아하고 부부가 모두 한국드라마를 좋아한다. 의리있으며 많은 정보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남팜 차관과 한국도 여러 차례 같이 갔었다”고 밝혔다. 

남팜 차관은 아시안의 가장 큰 단점으로 “젊은이들을 나이에 근거해 판단, 잘 믿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20-30대이며, 베이커 행정부의 주요직도 20-30대다. 젊은이들이 주요한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두번째로는 크렙버킷신드롬을 꼽았다. 한마리의 게는 버켓을 잘 기어올라 탈출하지만 여러마리를 두면 서로 잡아당겨 아무도 탈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같은 베트남민족임에도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늘 가능하면 많은 친구를 만들고 적은 적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의 지적이 인터뷰를 마친 지금까지 쉽사리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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