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모래시계 |
보스톤코리아 2015-05-25, 11:27:32 |
남성넘버원이란 흘러간 노래가 있다. 이별의 인천항을 부른 박경원이란 가수가 불렀다. 가사만 소개한다. 일절과 이삼절을 섞었다. 유학을 하고 영어를 하고 /박사 호 붙어야만 남자인가요 대학을 나와 벼슬을 하고 /공명을 떨쳐야만 대장부인가요 나라에 충성하고 정의에 살고 /친구간 의리있고 인정 베풀고 남에겐 친절하고 겸손을 하는 /이러한 남자래야 남성 넘버원 돈도 권력도 명예도 갖지 못했다고 남자가 아닌 건 아니다. 노래는 진정한 남자는 소박한 남자라야 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남자가 헛된 공명심에 들떠 과욕을 부린 남자보다 더 훌륭하다는 거다. 몽테뉴 말이다. ‘한적한 삶에서 이행하는 의무도 화려한 삶에서의 의무 만큼이나 어렵고 긴박한 것이다.’ 넘버원 남성이 사는 비법이다. 벌써 이십여년 전이다. 연속극 모래시계가 히트했다. 나 역시 한참을 연속극에 빠져 있었다. 청년 강우석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젊은 검사는 정의감에 넘쳤고, 강직했으며, 하숙집 딸과 결혼하는 건 가슴이 찡했더랬다. 그만하면, 검사가 될 만하다 싶었다. 그만하면, 사법고시란 제도도 나쁘지 않다고 믿었다. 연속극에서 그의 아버지가 들려 주던 당부의 말이다. 가난하고, 힘이 없었다만 가르침은 엄별하다. ‘세상엔 옳은 게 있고 그른 게 있구먼. 옳은건 백년이 가도 옳은 것이고, 그른 건 천년이 지나도 그른겨. 내 말 알아듣겠냐?’ (아버지가 어린 아들 강우석에게 하던 대사 중에서: 모래시계) 현직 도지사가 모래시계 검사의 모델이라 했다. 세월이 흘러, 검사는 국회의원 뱃지를 여러 번 달았고, 정당대표까지 했더랬다. 게다가 이젠 도백道伯이다. 오를만큼 올랐고 모을만큼 모았을텐데, 여전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아니면 돈맛을 알았던가. 권력의 맛을 즐겼던가. 입맛이 씁쓸하다. 하긴 태산처럼 듬직해야 할진대, 그가 너무 가벼웠다. 너무 촐랑대는 듯 싶었고, 너무 급했다. 말이 가볍기가 솜털 같더니만, 검은 돈을 먼지처럼 생각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공금으로 집안살림에 보태썼다고 했다. 나랏돈은 눈 먼돈이라 생각했던 모양인 게다. 세상일이 연속극과는 사뭇 다른듯 싶다. 아버지의 훈육이 헛되었다. 그른 일은 수십년이 흘러도 그른 법이다. 주제곡 ‘백학’은 처연했다. 선곡은 탁월했고, 목소리 뒤에 숨은 악기소리는 깊고 넓게 바닥에 깔렸다. 목소리는 날카롭지 않은데, 마구 후벼 파냈다. 연속극 ‘모래시계’에 나오던 러시아 노래 말이다. 연속극 마지막 장면이다. 주제곡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태수가 물었다. 친구 우석이 대답했다. - 나 떨고 있냐. - 아니, 너는 괜찮아. 지금은 그 사람이 오히려 떨고 있을 게다. 웃기는 짜장이 다시 떨고 있는 거다. 짜장면이 불어 터지면 먹을 수 없다. 웃기는 짜장이 웃기는 짓을 하면, 웃음도 안나온다. 주제곡 백학을 다시 찾아 들어야 겠다. ‘그 생각을 아시고 이르시되 너희가 어찌하여 마음에 악한 생각을 하느냐’ (마태 9: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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