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봄날은 간다 II |
보스톤코리아 2015-05-18, 12:18:02 |
말이 아득하다. ‘사랑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 포스터 문구라 했다. 짧은 보스톤의 봄은 아깝고, 사랑은 안타깝다. 봄도 사랑도 너무 짧아 애틋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성큼 여름이 닥쳤다. 며칠 전엔 벌써 90도였다. 이건 여름 기온이고, 여름도 청춘이다. 더 푸른 청춘이 성큼 다가섰다. 민태원 선생의 청춘예찬의 첫 몇구절이다. 중수필이라 했고 중重이라 했으니 무겁다. 하지만 청춘은 벚꽃마냥 가벼워 바람에 휘날린다. 이 수필도 한창 청춘인 고등학교 때 배웠다. 선생 말대로 청춘은 말로만 들어도 가슴 설렌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봄날은 간다. 흘러간 백설희표 한국가요 제목이다. 원조가수가 부른 것도 삼삼하다만, 주현미나 장사익이 부른 것도 좋다. 요새 젊은 가수들이 재해석해서 불러도 들을만 하다. 하긴 이 노래는 재해석 할 필요도, 편곡할 필요도 없다. 원곡대로 불러야지 싶은 게다. 나만의 취향이다. 지난 해엔 1절을 같이 불렀는데, 올 봄엔 2절을 나눈다. 2절 가사가 오히려 더 가슴을 저민다. 청춘은 봄바람이라 했는데, 봄날은 가는 것처럼 들린다. 봄날을 보내야 여름이 온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2절) 한국엔 노년층인구가 급히 증가한다고 했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시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퇴를 하고 나면, 남은 이삼십년은 무얼해야 하는가. 청춘은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듯 흘러갔고, 헉헉대며 달려온길 아득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가야할 기나긴 길이 만만한것도 아니다. 카톡을 통해 조크를 전해 받았다. 현역에서 은퇴한 친구가 말했단다. ‘이번에 장로가 되었다’. ‘내친김에 목사가 되련다.’ 허걱. 장로가 되었다는 건 이해 하겠다만, 무슨 목사?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입맛 씁쓸한 해석에 헛웃음이 나온다. 장로는 장기간 노는 남자이고, 목사는 목적없이 사는 사람이란다. 요즈음 내 친구 장로?와 목사?들 소식은 젊고 싱싱하다. 나이든 청춘이 지나간 청춘만 못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 하는 모양이다. 누구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라 수십일간 걷기 여행을 시작했다. 인생 후반전에 역전을 꿈꾸는지 그건 묻지 않았다. 봄날을 보내고, 또 다른 여름을 준비하는 듯하다. 누구는 산골에 집을 짓고 있다. 보내오는 사진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혼자 준비하고 설계하고 집짓기를 감독하고 있단다. 젊은 활력이 가상하다. 누구는 재취업. 아직도 팔팔하게 젊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겠단다. 다른 누구는 베트남으로 아프리카로 봉사여행을 떠났다. 또 다른 누구는 야생화를 기른다. (내가 말했다. 야생화는 말그대로 야생에서 자라야 하는것 아닌가? 정원에서 기른다면 더 이상 야생이 아니지 않는가?). 나야 또 다른 청춘을 맞기에는 너무 이르다. 내 청춘은 아직도 진행중이며 전반전이 끝나는 휘슬이 울리지도 않았다. 어느 국회의원이 가요 봄날을 간다를 열창했단다. 어머니의 날 축하노래로 말이다. 그것도 무거운 무슨 공식회의 석상이라 했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로 어울리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웃기는 짜장들이 별짓 다한다.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하게 하사 네 청춘을 독수리 같이 새롭게 하시는도다.’ (시편 103: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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