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는 저를 사랑하시나요?" (올바른 성교육VII, 사춘기 여아 13-18세)
보스톤코리아  2014-11-17, 11:51:42 
지난번 칼럼을 통해 필자는 청소녀의 자존감 형성은 나쁜 성관계를 방지할 수 있는 ‘성교육’에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피력했다. 여아가 갖고 있는 천성이나 본성을 무시한 채, 사회가 요구하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나 ‘소녀 문화’에 여아를 억지로 집어 넣으려 한다면, 부작용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나의 부작용은 부모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여아와 비교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여아가 다른 아이보다 못할 경우 여아를 힐책할 수 있고, 부모의 힐책에 여아는 자신감을 잃게 된다. 

두 번째는 다른 아이보다 나을 경우도 마찬가지 결과가 온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다 보면 언제나 누군가 더 나은 대상이 있다. 그 결과 공부를 잘해도, 얼굴이 예뻐도 자신이 항상 무엇인가 모자란 느낌을 지니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반 컵 차여있는 물을 보며 반 컵‘만’ 있다고 걱정하며 불평하는 ‘부정적인 삶의 자세’인 것이다. 사회가 만든 ‘여성화’의 틀이 아닌, 자연스러운 환경적 조건에서 ‘한 인간화’의 가치를 가르쳐준다면, 여아는 자존감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자존감은 태어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삶의 태도가 바뀌면 누구든지, 언제든지 형성될 수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자존감’은 남이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오는 자연스러운 성장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부모가 여아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간섭을 줄이고, 설혹 하고 싶어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반대하지 않고 최대한 허락하려고 노력하면 여아는 새로운 곳에 도전하고, 실패를 하고, 다시 도전하고, 성공을 경험하면서 피땀 흘려 얻은 기쁜 감정을 경험할 것이다. 이 감정이 자존감이다. 실패를 성공만큼 중요하게 여길 줄 아는 것은 부모의 순수하고 정직한 애정이 뒷받침되어있다. 그 결과, 여아의 자존감은 반 컵 차있는 물을 보며, 반 컵‘도’ 있다고 감사하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K양은 처음으로 학교 등산 동우회에 참석하기로 마음 먹었다. 외양을 중요히 여겼던 K양은 일류 메이커의 장비와 등산복을 구비하지 않으면 자신이 무시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를 졸라 비싼 돈을 들여 등산 장비를 마련했다. 부모는 딸의 자존심을 지키려 주고 싶었다. K양은 막상, 산을 오르기 시작하며 체력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함을 발견했다. 창피했지만 도중 하산을 해야 만 했다.  

산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오래된 화원들의 낡은 장비, 닳아 빠진 등산복이 빛나 보였다. 넘치는 활기와 체력이 경이로웠다. 쩔쩔매는 자신에 맞추어 같이 오르려던 그들의 배려는 자신의 일류메이커의 장비와 등산복을 부끄럽게 했다. ‘자존감’의 형성은 물질로 살 수 있거나 한 번의 경험으로 오는 것이 아님을 경험한 것이다. 수십 번 등산을 하면서 쌓아진 자신의 체력과의 싸움, 경험, 선배들의 따뜻한 충고에서 이뤄지는 것을 깨달았다. K양은 자신의 체력을 향상시키고, 다시 등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존감을 얻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격려하고 실패와 성공을 같은 가치로 볼 수 있는 청소녀 여아는 ‘아버지와의 대상화’ 형성 과정이 튼튼하다. 프로이드는 이 과정을 오디프스 시기라고 명명했다. 필자는 이 시기의 형성이 청소녀 여아의 자존감 형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4~5세가 되면 딸은 아버지를 두고 어머니와 경쟁한다. 사랑스런 여아의 역할을 하면서 아버지의 호감을 사려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얻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딸은 어머니와 일종의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어머니를 대적하기에는 무력함을 알게 되고, 아버지에게 사랑 받는 어머니와 비슷해지려 한다. 그러면서 “이 다음에 커서 아빠와 결혼하겠다”며 오디프스 시기를 겪는다. 프로이드는 이런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할 경우 문제가 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으려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남아있고, 그래서 성숙한 여성성을 가지는 대신에 미성숙한 여성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게 되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 중 크게 두 가지를 열거한다. 첫 번째는 어릴 적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아버지와의 대상화가 결여되어, 남자 동일화(Male Identification)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린 여아는 아버지의 방임과 무책임하고 조건적인 사랑을 ‘우상화한 아버지’로 대체한다. 자신의 결핍된 사랑을 환상 속에서 충족시키는 것이다.

미성숙한 오디프스를 겪은 사춘기의 청소녀가 누군가에게 연정을 갖게 되면서,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오디프스 콤플렉스로 갈등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부재로 받았던 무의식 속의 상처와 왜곡된 관계가 다른 이성과의 처음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인기 많은 남아의 달콤한 감언이설이나 우상화한 행동은 여아가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치유해주거나 지금껏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랑을 보상해준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의 남아의 이 자기도취적인 사랑은 책임보다는 만족감과 희열에 집중되어 있음으로, 여아가 가져온 상처가 치유되기보다 더 큰 상처를 유발할 수 있다. 
 
제인은 무남독녀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지니며 성장했다. 결혼 6년 후, 어렵게 얻은 딸이었다. 어머니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금이야 옥이야 조심스럽게 키웠다. 제인이 태어날 무렵, 제인 아버지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리며 크게 성장하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회사일로 한 달에 20일은 해외 출장 중에 있었다. 어머니는 남편의 부재를 딸과의 밀착관계로 보상받으려 했고,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정의 착하고 순종적인 주부였다. 아버지는 능력 있고 멋있는 남자였지만, 출장에서 집에 돌아오면 제인과 재미있게 놀아주기보다는 권위적이고 무심했다.  제인이 사춘기가 오면서, 아버지와 더욱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남친이 생긴 이후로 학교는 뒷전이고, 집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주말에는 친구를 만난다며 집을 나가곤 했다. 남친과 헤어진 후, 제인의 행동은 것 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더 이상 제인의 행동을 감당할 수 없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대화를 하려 하자, 제인은 무시하며 방을 나갔다. 화를 참을 수가 없었던 아버지는 제인의 얼굴을 때렸고, 태어나서 처음 구타를 당한 제인은 충격에 빠졌다. 그 이후 아버지를 외면했고 말수가 급격히 줄어 들었다.

테라피 과정 중, 제인은 아버지의 부재로 온 내면의 깊은 상처를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신’같은 존재였다. 출장의 이유를 들며 자신의 중요한 날들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아버지였지만, 제인에게 아버지는 신의 존재였고 그러하기에 이해를 받아야 할 어린 소녀가 예측 불가능한 어른 아버지를 이해해야 했다. 그럴수록, 아버지의 존재는 더 선망되고 동경되었다. 제인의 옛 남친은 아버지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었다. 옛 남친은 제인의 마음을 홀려놓고 다가가려 하자 무심해졌다. 집착하는 행동의 원인을 제공하고는 제인이 집착하는 행동을 한다며 회피하고 무시했다. 제인은 남친이 더 선망되고 동경되었다. 모든 원인이 자기 때문에 일어 났다며 자책했다. 제인의 빈약한 자존감이 원인이였다.
테라피를 과정을 통해 제인이 어떻게 자존감을 가질 수 있었는지, 미성숙한 오디프스 시기를 겪게 되는 두 번째 원인을 이야기한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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