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살얼음을 밟으라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6:35:03 
2014-09-26

살얼음을 밟으라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가. 나옹선사 시조 한수다. 세상은 순리대로 사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일게다. 구름은 멀고 하늘 높은 보스톤 가을날 읽기에 적당하지 싶다.  

청산靑山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蒼空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욕심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바람같이 구름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선사)

  한 달여 기다려야 할테지만, 보스톤에도 곧 눈과 얼음이 닥칠게다. 지레 얼음을 떠올리며 생각케 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여의박빙如履薄氷.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시경詩經이 원전이란다. 살얼음을 밟듯 한다는 뜻이다. 말이나 행동이나 몸이나 모두 조심하라는 해석이다. 

  한국군 사성四星장군이 불미한 일로 전역했단다. 장군님은 충청도 괴산이 고향이라던가. 양반마을인 거기서 고등학교를 나왔단다. 군인으로 별넷에 천정을 쳤다. 별무게에 어깨가 무거웠을테니 개천에서 용이 난게다. 시골고향 모교에서 한참 자라는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 한번 해달라 했다. (이건 내가 안다. 내 친구가 고등학교장인데, 그가 초청강사 모시는 일에 열성이다. 아이들에게 한마디라도 좋은 말 들려주려 말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내려갔을 게다. 

  고향인심은 남다르다. 강연후 밥 한끼 대접하는 건 마땅하다. 학교 동창들과 선후배들은 손목을 잡았을 터. 바쁘다는 핑게로 그냥 돌아선다면 ‘싸가지’ 없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점심식사에 반주가 있었을 게다. 여러잔이 겹쳐서 권하는데 마냥 사양할 수 없는바. 좋던 분위기 썰렁케 할 수는 없다. 헌데, 어처구니 없는 일은 높아진 시민의식 눈높이를 깜빡 했다. 더욱 엄격해야 할 몸가짐이 대낮술에 흔들렸으니 말이다. 술은 급하게 화장실을 불렀고, 덕분에 아까운 장수 하나를 잃었다. 몸가짐을 마냥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해야 했다. 그건 아쉽다. 

  한국 유명 정치인을 동료 정치인이 평했다. ‘그 사람은 옳은 말도 싸가지 없이 말한다.’ 싸가지란 말은 싹수란 말의 사투리라 던가. 오히려 얌체없고 깐죽이는 것처럼 들린다. 말은 얄밉고, 다정스럽지 않다. 주는것 없이도 괜히 미운 것처럼 말이다. 요사이 싸가지 없는 말들이 창궐한다.  

  한국에선 무슨 대책위원회 간부들이 무더기로 사퇴했단다. 대리운전기사와 시비가 원인이다. 집단폭행 사건인데, 때린 사람들이 오히려 다쳤다고 주장한다나. 대리운전자를 부른 걸 보니 다시 술이 죄다. 술과 밥을 산 국회의원 나리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일갈 했다던가. 국회의원은 대단한 벼슬인 모양이다. 그런데 말은 싸가지 없다. 벼슬이 닭벼슬이 아니길 빈다. 주먹질과 싸가지없는 말에 살얼음은 쉽게 깨질진저. 여의박빙如履薄氷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방탕함과 술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고’ (누가 21:3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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