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김씨, 흉노의 풍습을 따르다
보스톤코리아  2014-11-03, 17:48:49 
적석 목곽분 단면도
적석 목곽분 단면도

  2018-08-08

보스톤 전망대
<김 씨의 뿌리 (7) >

예전에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국 신화를 앞세우고 나라가 태어났다. 중국의 3황 5제, 일본에는 천조 대신 강림신화가 있고 로마는 전쟁의 신 마르스의 아들 로물르스와 레무스 형제의 개국신화가 있다. 아시아 각국의 건국 시조 탄생신화는 크게 2가지 유형이 있다. 북방유목 민족들은 천신강림 신화가 많고, 남방 농업 국가에는 난생 신화가 많다.

한반도에서는 두 가지 형태를 모두 볼 수 있다. 

고주몽, 박혁거세, 석탈해 탄생 신화는 난생신화이고 고조선 환웅은 천신강하 신화가 된다. 김수로왕은 난생이지만 하늘에서 내려왔으니 남방 농업 민족의 난생 신화와 북방 유목 민족의 천신강하 신화를 합쳐 놓은 모양새가 되었다.

북방 유목 민족인 김수로 왕이 남쪽으로 내려와서 왕이 되려고 했다면 남과 북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국 신화를 마련해야 했을 것이다. 구지봉 정상에서 김수로왕이 가야의 왕을 자청하는데 원주민 대표인 9간들이 동의하고 화답하는 장면은 양자가 모두 만족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신라 김씨의 시조 김알지는 왕도 아니었고 더구나 창업지주인 태조(太祖)도 아니었는데 하늘에서 금궤를 타고 내려온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건국 설화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허황되고 과장된 이야기로 전말이 엮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새로이 나라를 건국하는 이유를 절대자인 하느님이나 신의 의지로 포장하고 있다.

스키타이 이시코 표형분 (쿠르간)
스키타이 이시코 표형분 (쿠르간)
 

하지만 건국신화, 탄생신화도 인간이 만든 이야기라서 그 속에서 당시 종족의 원류나 시대 상황의 실마리를 잡아내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왕도 되지 못한 김알지가 무슨 연유로 탄생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삼국사기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김알지가 태어날 무렵에 이미 또다른 김씨들이 있었고 그 김씨들은 이미 권력의 정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신라 제5대 파사(婆娑) 니사금(AD 80 – AD 112)의 왕비는 갈문왕 허루의 딸로 사성부인(史省夫人) 김씨(金氏)였다. 

신라 김씨의 시조 김알지는 AD 65년에 태어났으니 파사 니사금이 왕이 되는 AD 80년에 김알지는 15세의 소년으로 파사왕비 김씨와 동년배이거나 더 어린 나이였을 것이다. 더구나 파사왕비의 아버지 갈문왕 하루와는 한 세대 차이가 나게 된다. 이것은 김알지가 태어나기 전에 또 다른 김일제의 후손이 갈문왕이라는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신라 건국 초기에는 보통 왕의 형제, 왕비의 아버지, 큰 세력가에게 갈문왕이라는 칭호를 부여해왔다. 신라 건국 초기에 갈문왕은 대단한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이었다.

제6대 지마 니사금(112-134)도 갈문왕 마제의 딸을 왕후로 삼았는데 역시 김씨였다. 제 9대 벌휴 니사금(184-196)은 석탈해의 손자로 그의 어머니 역시 김씨였다.

제11대 조문 니사금(230-247)은 갈문왕 구도의 딸이니 구도는 김알지의 6대손이 되고 구도의 아들이 13대 미추왕으로 AD 262년에 김씨로는 처음으로 신라 왕이 되었다.

경주 대릉원 적석 목곽분
경주 대릉원 적석 목곽분

이상에서 보는 바처럼 김알지 탄생 전후로 해서 신라 왕비는 거의 김씨가 독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김씨들의 입지와 세력이 대단했기 대문에 김알지 탄생 신화가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17대 내물 니사금(356-402)부터는 김씨가 신라 왕위를 독점하면서 김씨들은 그동안 축척해두었던 역량을 동원하여 사회개혁을 추진하고 새로운 문화 발전을 시작하게 된다.

신라 왕가의 묘제도 종래의 목관묘(BC2세기 - AD2세기) 목곽묘(AD2 - 3C)에서 흉노 스키타이 묘제인 적석목곽묘로 바꿔버린다. 전세계에서 적석목곽묘를 사용한 민족은 흉노, 스키타이와 신라가 유일하다.

전세계 어느 민족도 묘제는 자신들 조상의 묘제를 따르게 마련이다. 김씨가 신라왕을 독점하자마자 흉노식 묘제인 적석목곽분으로 바꿔버린 것은 신라 김씨의 원류가 흉노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19대 눌지 마립간(AD417-458) 때는 왕의 호칭도 니사금에서 흉노식인 마립간으로 바꿔버렸다. 마립은 흉노말로 머리라는 뜻이고 간은 수장을 의미한다. 마립간은 으뜸가는 수장이라는 뜻이다. 내물 니사금은 미추왕의 조카로 왕이 된 사람이다. 그가 미추왕의 딸을 왕비로 삼았으니 사촌간에 결혼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이 동성결혼, 근친결혼을 했다고 비난하기를 “부인을 취함에 동성으로 하지 않는 것은 부부가 유별한 것을 두드러지게 하고자 함이다. 신라가 동성이나 사촌을 취하여 부인으로 하는 것은 비록 풍속을 달리한다 할지라도 (1)중국의 예속(예법)으로 이를 판단한다면 대단한 잘못이다” 라고 혹평했다.

김부식은 북방 기마 민족의 풍습인 형사 취수(兄死娶嫂) 제도를 신라 김씨 왕가가 답습하고 있는 것을 비난한 것이다.

형사취수란 아버지나 형이 죽으면 아들이나 동생이 계모나 형수를 취해 함께 사는 제도로(수계혼) 이러한 제도가 흉노 사회에서 생겨난 배경은 남편을 잃은 과부나 그 자식들을 구제하려는 목적이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과부가 재가를 하면 지참금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어렵게 벌어들인 재산을 잘라내지 않으려고 이런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신라 김씨 왕조에도 형사 취수 풍습이 있었고 그 습속이 고려 때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고려 때 충선왕은 부왕 충렬왕이 죽은 후 서모인 숙창원비를 맞아 숙비로 봉했었다.

신라 김씨 왕조의 형사 취수 행태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흉노의 예를 하나 소개한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4명의 특출나게 잘생긴 절세미인들이 있었다.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 4명이다. 전한(前漢) 원제(元帝) 때 흉노의 호한야 선우가 왕소군을 알씨(閼氏: 선우의 왕비)로 삼아 ‘이도지아사’란 아들을 낳았다. 몇해 후에 호한야 선우(황제)가 죽자 호한야 선우의 또다른 부인의 아들 복주누약제 선우가 왕소군을 알씨로 맞이하였다. 부왕의 부인을 아내로 삼은 것이다. 

신라 김씨가 신라 왕을 독점하면서 묘제가 흉노식인 적석목곽분으로 바뀌고 왕의 이름도 흉노식으로 마립간이라고 부르며 흉노처럼 형사 취수 풍습이 허용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고 있는가? 신라 김씨의 실체가 북쪽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주해 
(1)김부식은 중국에는 형사 취수가 없었다고 했지만 모르고 그리 기록했을 것이다. 수양제는 부왕 문제의 후궁을 취했고 당태종은 형과 동생을 죽이고 그 부인들을 취했으며 당고종은 부왕 당태종의 후궁 무씨(측천무후)를 취했다. 당현종은 아들의 부인 양귀비를 빼앗아버렸으니 이것은 수나라와 당나라 왕실이 흉노의 분파인 선비족이라서 형사 취수에 관대하기 때문이었다.


고령 대가야 적석 목곽분
고령 대가야 적석 목곽분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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