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대기만성大器晩成
보스톤코리아  2014-11-03, 17:44:20 
 2014-08-0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달력으로는 아직 한창 여름이다. 하지만 새벽녁에는 가을냄새가 난다. 마음이 벌써 서늘해졌나. 곧 귀뚜라미가 울겐가. 보스톤에도 귀뚜라미가 있던가. 방충제 덕에 멸종되었나?
  한 주일 모두 안녕하신지 안부를 묻는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처럼 인사했다.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 한다. 축구는 축구로만 즐겨야 한다. 텔레비젼 연속극과 코미디는 연속극과 코미디로 봐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코미디를 보면서 교훈적인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게다. 헌데, 한국정치는 정치로만 보여지지 않는다. 때때로 이주일식 코미디처럼 보여지고,  레드삭스 게임처럼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응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게임은 더 재미있다. 하긴 보스톤에서 애틀란타와 시애틀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건 재미가 덜하다.  시간내서 쳐다볼 일도 없다. 

  한국에서 재선거가 끝났다. 극적인 드라마를 엮어냈다고 언론에선 호들갑이다. 내가 봐도 재미가 쏠쏠하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했는데, 볼만한 게임이었던 거다. 내가 은근히 응원하던 손모라는 유력정치인이 은퇴했단다. 신인에게 밀려 낙선한 뒤끝이다. 그건 자못 섭섭하다. 그는 여러모로 인물이 됨직했지 싶다. 자질에서는 잘 갖춰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몇퍼센트 부족했던 모양이다. 정치판에서 점잖는 건 미덕이 아닐진대 너무 점잖았는지도 모른다. 투표권도 없는 내가 별소릴 다한다. 

  목수木手의 법칙이라 던가. ‘찾는 연장은 작업을 마치면 눈에 보인다.’ 지난주 졸문을 보내고 보니, 크고 작은그릇에 관한 사자성어가 눈에 띄었다. 소기이영小器易盈이다. 작은 그릇은 쉽게 채워진다는 말이다.  한자로 쓰지 않아도, 쉽게 아는 말이고 하나마나한 소리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은 들었어도, 소기이영은 처음 보는 한자어漢字語이고 알지 못했다.  아는 척에 폼 좀 잡으려 썼다.  어느 주석註釋에서는 노자老子의 대기만성大器晩成이 큰그릇은 늦게 완성된다는 말이 아니란다. 오히려 ‘큰 그릇은 영원히 만들어질 수 없다’고 했다. 글쎄 누구말이 옳은지, 각자 입맛에 맞게 해석해도 상관없을 듯하다. 대기만성은 내 결혼식에 주례말씀 중 한 구절이다. 내가 늦되는 모양이다. 

  영화 명량의 대사라고 했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구 한말 유학자 황현선생이 말했단다. ‘세상에서 글 아는자 노릇하기가 어렵구나.’ 말을 섞는다. ‘장수된 자의 칼값을 하기 버겁고, 세상에 그릇 노릇하기가 어렵다.’  배운자들과 칼찬자들은 제 밥값이나 할수 있을겐가. 

­어제는 내 손으로/ 처음으로 밥을 해먹었다.
내가 먹기 전에/밥 한 그릇을 먼저
어머니 무덤가에 갖다드렸다.
(정호승, 밥한그릇 중에서)

  그 정치인도 큰 그릇인데, 큰그릇 노릇은 쉽지 않았던 듯 싶다. 그릇 모양이 그럴듯 하지 못했던가. 정치인으로 큰그릇에 금이 갔거나, 이가 빠진 흠결이 있었던가. 넘칠 때까지 채워지지 않고, 금이 간 사이로 물이 샐 수밖에 없었나. 그 사람 이름은 활달했는데, 은퇴한다 했으니 이제는 시詩를 쓸지도 모르겠다. ‘저녁이 있는 삶’. 말이 그윽하고 시詩스럽다.  큰 그릇은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 대기만성大器免成.
‘나무 그릇과 질그릇도 있어 귀하게 쓰는 것도 있고 천하게 쓰는 것도 있나니’ (디모데 후서 2: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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