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망사건 전국적 잇따라 발생
보스톤코리아  2014-04-21, 11:43:22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동은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의지해야 할 부모에 의해 버림받고, 방치되고, 학대받아 숨지고 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12년 동안 학대로 숨진 아동은 공식 집계된 인원만 97명이다. 매년 8~9명의 아동이 가정에서 살해당한 것이다. 전국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아동 학대 사건을 보면 학대받는 아동이 처한 상황은 비참하고 끔찍하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아동보호 전문기관 확충 등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잇따라 발생
지난 7일 인천에서는 7세부터 17세 사이의 4남매가 원룸에서 7년간 방치된 채 살아오다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대구에서는 20대 초반 아버지가 게임 하러 나가야 하는데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28개월 된 아들의 명치를 주먹으로 3차례 내리치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살해했다. 

비정한 아버지 정모(22•무직•절도 등 전과3범)씨는 쓰레기 봉투에 아들 시신을 담아 길가에 버렸다. 아이의 시신은 지난 13일 오후 3시30분쯤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또 지난 2월 가출한 중학생 딸을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아버지 강 모(39)씨가 지난14일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아버지는 두 아들도 상습 폭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는 친부와 계모가 의붓딸을 장기간 학대해 사망케 하는 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아이 죽인 계모, 형량 낮다 여론 확산
지난 11일 대구지법과 울산지법에서 잇따라 열린 계모 치사 사건 선고 공판을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서 형량이 너무 낮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아이를 죽였는데 겨우 징역 10∼15년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 법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울산 검찰은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형이 선고된 계모 박모(41)씨에 대해 살인죄와 구형한 사형 형량을 인정받기 위해 항소키로 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대구지검도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1일 징역 10년과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은 계모 임모(36)씨와 친아버지 김모(37)씨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칠곡 계모와 울산 계모에 대한 형량은 단순히 양형기준만을 따진 기계적인 적용이었을 뿐 맞아 죽어갔던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대구지검과 대구지법, 울산지검과 울산지법 모두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약 80%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찬열(새정치•경기수원갑)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공식 보고된 아동학대 6796건 가운데 친부가 41.1%, 친모가 35.1%였다. 계모는 2.1%, 계부는 1.6%였다.

 울산과 칠곡 계모사건으로 계모들의 아동학대가 많은 것으로 인식돼 있지만 친부모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학대가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대 장소도 '피해아동 가정'이 79.6%로 가장 많았다. 다만 학대의 강도는 친부모와 계부모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학대 빈도는 '거의 매일'이 38.7%, '2∼3일에 한 번'이 15.4%로 조사됐다.

친부모의 학대가 많은 건, 기본적으로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데다, 가정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최윤용 상담원은 부모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동 학대는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해자인 부모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이찬열 의원은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에 의해 가정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과 신고가 중요하다"며 "신고의무 이행을 높이는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 마련 나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 부모의 아동학대로 어린이가 숨진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리고 있다"며  "우리 아이 한 명 한 명을 잘 키워내는 일은 우리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인만큼 이제 아동학대를 더이상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사회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피상적인 대책만으로 예방, 근절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비인도적 아동학대를 보면 누구라도 고발, 신고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종합대책을  세워야  하겠다"고 지시했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아동보호 전문기관 확충 등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 공동지침을 마련하는 등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법무부는 보건복지부와 안전행정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또 아동학대 사건 공동지침을 마련하는 등 특례법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아동학대범죄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안’은 학대 행위자에 대한 엄벌뿐 아니라 보호처분을 통한 관계회복과 피해아동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덧붙였다.

여성가족부 역시 아동학대가 가정폭력 방지, 부모역할 강화, 양육 및 가족 가치에 대한인식 개선 등 가족정책의 관점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보고 복지부, 법무부, 경찰청 등과 협의를 거쳐 공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및 가정해체방지 특별위원회' 설치 제안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동학대 예방, 방지는 우리 사회의 기초와 근본을 바로 세우는 문제"라며 국회 차원의 가칭 '아동학대 및 가정해체방지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전 원내대표는 "지난 2월 발표된 정부 아동학대 종합대책은 참으로 '빈 껍데기' 대책이고 11일 당•정협의에서 내놓은 대책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핵심과제로 지적한 아동학대 예방과 신고의무자, 교육예산, 아동전문보호기관 지원예산 확보 방안 모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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