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천년 같고
보스톤코리아  2014-02-24, 11:53:06 
올겨울은 추위가 길고 깊다. 보스톤은 서울보다야 춥겠다만, 황해도 사리원 쯔음과 비교 할만 할까. 내어머니는 자주 황해도 추위를 입에 올리셨다. 내 부모님 고향이 황해도다. 

추위와 싸우는 당신. 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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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이들은 자주 헷갈려 한다. 뭐가 중요한지 뭣이 덜 중요한지 구별하지 못하는 거다. 그저 궁금하면 달겨든다. 그러니 몰라도 먹고사는데 전혀 지장없는 일들만 골라서 한다. 여기서 과학은 순수자연과학을 말한다. 이건 내 생각인데, 내가 순수과학을 해서 밥 벌어먹고 산다. 

어느 물리학자 일게다. 우주의 나이를 일년으로 잡아 계산했단다. 우주 나이가 일년이라 할적에 지구생일은 9월 14일 이란다. 공룡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타나 사나흘 살다가 멸종되었단다. 한편, 인간은 뉴이어 이브 10시 30분에 태여났다고도 했다. 그럼, 우주의 나이가 일년이므로, 인간나이는 한시간 반이다. 궁구르기는 커녕, 아직 눈도 못뜬 나이다. 아이고, 그렇다면 내 나이는? 괜한 숫자이야기를 꺼내 헷갈리게 해서 송구하다. 

이런걸 읽으면 찰나刹那는 찰나다. 찰나가10-88 초秒라 했던가.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은 힉스에게 갔다. 힉스 파티클 수명이 10-24 초라 했다. 이 숫자는 찰라보다는 훨씬 긴 시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과학을 해서 먹고 산다해도 내게는 감을 잡을수 없는 수치다. 깊게 생각해 봐야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데 도움되지 않는다. 십만 달러 이상 화페단위는 내게는 너무 큰 숫자라는 말과 같다. 머리만 아플테니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  하루가 천년같고, 천년이 하루같고.

우리교회에 신좌경권사님이 계시다. 우주의 나이가 일년이라면, 우리 권사님은 여전히 연부역강年富力强하시다. 게다가 권사님은 기억력이 아주 비상하시다.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황해도 액센트가 엷게 섞인 톤으로 조용히 말씀하셨다. ‘글이 짧아서 더 좋아요.’ 권사님이 덧붙였다. 허걱, 그 말씀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 해야 한다. 아직도 성경을 끊임없이 읽고 계시고, 신문을 꼼꼼히 챙겨 읽으신다 했다. 아마, 이제는 카톡도 하실지 모른다. 짧은 문장을 좋아하신다 했으니 말이다. 

권사님은 황해도에 계실지 모를 내 큰고모님 연세다. 항상 건강하시고 아름다움 간직하심을 감사할 뿐이다. 꽃보다 고모. 아아, 이대나온 여자.

‘주께는 하루가 천년같고 천년이 하루같은 이 한가지를 잊지 말라.’ (베드로후서 3: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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