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교수 심층 인터뷰 : 한국 “보수가 보수다워야” |
보스톤코리아 2014-02-10, 12:58:11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대부분의 강연이 그렇지만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일부는 먼저 일어났다. 표창원 교수의 진면목은 강연 후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더 확연히 드러났다. 자리를 일찍 뜬 참석자들은 9회말의 역전극을 놓친 야구장의 성급한 관객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질문을 메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비판적인 의견에도 전혀 동요함이 없었다.
질의 응답이 끝나고 기념촬영 그리고 가벼운 환담까지 지나고 나서야 인터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강연의 내용과 겹치는 질문에도 조금의 피곤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사전 질문을 조율한 일도 없었음에도 조금의 머뭇거림이나 막힘이 없었다. 그동안 동문서답형 인터뷰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일까. 그가 신선했다.
자리를 먼저 뜬 참석자, 그리고 참석 못한 보스톤코리아 독자들을 위해 인터뷰를 가감없이 전한다. 좋은 경기는 재방송도 흥미롭지 않는가.
▶스스로 보수라고 하는데 보수란 무엇인가? 왜 보수를 비판하나?
보수와 진보간의 가장 큰 차이는 전통을 지키느냐 변화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전통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이 체제, 문화, 이념, 윤리, 도덕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 구조 바꾼다, 시스템을 변화 시키거나 이렇게 하자는 생각은 전혀 아니다. 지금의 체제, 법률, 우리가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 온 전통문화 예절을 지키고 싶다. 지키자는 것이 옛 것을 그대로 고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시대 상황에 맞게끔 개선하되 본질을 지키자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수라고 생각한다.
현재 보수가 안보라는 것이 너무 중요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시겠지만 전통적 가치, 예절, 문화...헌법적인 권리 경시하는 현상이 보인다. 그 부분을 많이 비판하면서 보수가 보수다워지기를 바라는 거다.
▶많은 분들이 한국이 분단된 특수 상황이기에 종북 좌파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종북좌파를 척결해야 대한민국이 안전해 지고 발전된 나라가 되는 것일까?
성폭행 범은 어떤가. 특히 아동 성폭행범, 우리가 그들과 공존해 나갈 수 있나. 못견디니까 죽이자, 잘라버리자 한다. 현실에서 그들을 죽이고, 자르자 법을 만든다면 실현 가능할까. 그들이 다 잡힐까. 그런 무시무시한 형벌을 피하고자 숨어들지 않을까. 대신에 그들을 잡고 싶고 실적을 내보여야 하니까 실제론 아니지만 조금 우리와 다른, 여성 옷을 즐겨 입는 변태 등 유사한 사람들이 철퇴를 맞는 것은 아닐까.
종북이 다수가 되면 안된다. 간첩이 다수가 되어선 더욱 안된다. 현실과 실제를 보자. 그들이 너무 안 좋으니까 그들과 조금 비슷해 보이면 욕하고 비판하고…그러면 진짜 종북들이 잡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까지도 종북좌파로 불린다. 그러면 진짜 종북좌파들은 어떨까. 자기네 편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도구로 삼는다. 오히려 제가 더 방패막이가 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길 것이다.
분명히 안보가 중요하고 우리사회에 북한의 첩자가 많아지면 안된다. 진짜 종북들을 찾아내고 발을 못붙이게 하려면 무분별하게 정치적 이익 때문에, 선거에 이기기 위해 반대편, 혹은 야당, 비판적 지식인, 정부의 잘못을 끄집어 내고 바로잡는 목소리, 이런 것들을 종북으로 몰아서는 안된다. 현재의 과도한 종북몰이, 이것은 절대로 반대한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미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게 정부와 여당 그리고 지지자들의 입장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 당연이 헌법적 가치니까 지켜야 한다. 이 원칙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는 사람에게 죄가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과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 사실과 정황, 그리고 목격, 진술 그것을 밝혀내는 수사, 이를 종합, 증거를 모아서 기소하는 행위, 법정에서 재판절차, 이게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무죄추정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언급했던 성폭행, 살인 사건, 존속 폭행일 때는 기소나 재판이 이뤄지기 전에도 저놈 죽여라 하는 분들이 보수측이다. 오직 이 정치적 의미가 담긴 사건에 있어서 갑자기 반대다. 과거 인권단체나 진보쪽의 인사들이 이야기하는 무죄 추정원칙, 피의자 인권보호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사건에서 인권단체처럼 무죄추정을 주장한다면 똑같이 강력범들에게도 이를 주장하든지 도덕주의처럼 이 사건에서도 단죄하든지 해야 한다. 이석기 사건에서는 공산당 빨갱이 종북주의자로 미리 규정하며 전혀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기모순이다.
국정원 사건이 유죄라 하는 것이 아니다. 절차문제다.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수사조차도 제대로 안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고려를 하거나 하지 않고 의혹이 제기 되는 것을 유죄로 단죄한 것이 한 번도 없다.
▶스스로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댓글 등으로 박근혜 정부가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
충분히 존중한다. 반대의견도 마찬가지 무게로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다. 채동욱 총장 유석열 팀장 등 댓글 수사팀들이 낙마한 것에 대한 반대, 비판 여지가 있는데 그런 비판을 제기하기 때문에 잘하고 있는 것도 잘못하게 된다고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말한 것 같다.
과거의 문제를 빨리 용기있게 절차적 결과에 맞게 매듭지었다면 지금은 중국과 일본 영해 침범에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야의 선거공약이자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었던 복지 문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니까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었던 것은 정부가 먼저 리드해야 한다.
▶감금인가 잠금인가. 왜 같은 문제를 두고 해석이 분분해 지는가. 어느 한쪽은 분명 억지 주장이 아닌가. 한국은 계속 의견이 이처럼 갈리며 서로 시각 차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 이념적, 지역적 세대간 갈등과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렇게 정치적인 사건이 아니라면 그렇게 갈등을 겪을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강도 사건이었다면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아프고 나뉘어 있다. 객관적으로 보거나 법과 절차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론을 내린 채로 보고 있다. 개인의 인권과 경찰권의 절차적 문제가 복합되어 있는 사건이다. 우리편이나 남의 편이냐가 먼저 들어가 버렸다.
하나가 옳으면 하나가 그릇된 것은 아니다. 감금의 요소도 잠금의 요소도 있다. 질 것 같은 두려움에 상대방에 유리한 요소가 있다면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진보적 인권 옹호적 측면에서 댓글을 달았던 김모씨가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면 충분히 고발할 이유가 있고 고발 자격도 있다.
반대로 경찰 조사를 안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편을 떠나서 보자면 싸울 게 없는 사건이다. 이쪽 아니면 저쪽이다 흑백논리로 보니까 풀리지 않는다.
▶정치참여 의사는?
지금 정치를 하고 있는 분들도 저보다 못한 분들이 아니다. 정치 현실 자체가 잘못된 것을 만들어 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남들보다 정치를 잘할 거라는 생각에 뛰어 들었다가 진실과 정의가 집단의 이익과 진영의 이익을 위해 저를 속이고 합리화 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정치 하시는 분들이 잘할 수 있게 조언, 비평하는 게 제 역할이다.
▶안정적인 경찰대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지금 본인은 안녕하신가?
안녕하다. (가족에게) 마음이 편하고 금전적으로 안녕한 것은 아니지만 그전 못지 않게 곤궁함 없이 잘 살고 있다. 보장되거나 안정되지는 않지만 발행한 책의 인세도 있고 방송출연, 강연도 있다. 막상 해보니가 굶어죽지 않는다. 불안정한 게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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