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에서 수도자의 삶으로
보스톤코리아  2014-02-03, 13:08:48 
안토니오 성당에서 첫미사를 집전한 다미안 박성호 신부
안토니오 성당에서 첫미사를 집전한 다미안 박성호 신부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보스톤 다운타운, 직장인들이 바삐 오가는 도심 속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성 안토니오 성당(St. Anthony Shrine)은 60여년 역사를 지닌 곳으로, 월시 보스톤시장도 선거 전날 들려 촛불을 밝혔다고 알려진 곳이다. 

소외된 자, 빈곤한 자들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고 주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하루에 7번 미사가 열리는 이곳에 젊은 한인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지난 11일 첫영어 미사를 집전한 이 수도자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누가봐도 성공적인 스펙을 지닌 젊은이. 그가 손에 쥔 성공의 열쇠꾸러미를 내려놓고 가난과 금욕과 헌신적인 수도자의 삶을 택한 사연이 궁금했다.  

지난 1월 초 막 사제 서품을 받은 ‘작은 형제회’ 소속 다미안 박성호 신부(Fr. Damian Park, OFM,37세)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이 늘 같지 않다”고 말하며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철학적인 서두를 뗐다. 그는 결국 ‘죽음의 병마와 싸우던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이 계심을 느꼈기 때문’으로 대답했다. 

7년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뜬 어머니가 오랜 세월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늘 평안했던 모습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순종’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는 그. 

처음 어머니의 육체가 쇠약해 지는 상황만을 바라보았을 때는 인간의 나약함과 무력함에 대한 답을 구하려 힘들었다는 그다. 

하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평안히 상황을 받아들이는 어머니를 보며 ‘이 또한 그 누구의 삶 못지 않은 소중한 인간의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어떻게 하면 어머니처럼 봉헌의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하면서 ‘어머니 곁에 하느님이 함께 한다’는 믿음이 강해져 마침내 선택한 게 수도자의 길이었다. 

박 신부가 한국에 있는 성 프란치스칸 수도원에 입문한 건 9년 전. 
그는 열심히 공부해 얻은 서울대에 카이스트 졸업이라는 스펙을 내려 놓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늘나라 가는 데에는 쓸모없는 스펙”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또한 힘들고 고된 시간도 있었고, 짐을 싸 나가는 동기들도 봤지만 수도자로서의 삶을 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가 원하는 대로 내 자신을 온전히 투신할 수 있는 삶이기에 행복하다”는 그는 “수도자의 삶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희생적인 삶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4년전 워싱턴D.C.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과학과 달리 신학, 철학 공부는 힘들었다. 영어로 수업을 듣고 과제물을 해내는 것이라 더욱 힘들었지만 워싱턴 D.C.의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에서 3년간의 신학공부를 모두 마치고 지난 가을학기부터 보스톤 컬리지에서 철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주중에는 공부하는 사제로, 주말에는 사목하는 사제로 지내고 있다. 추후 사제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면서 철학을 강의하는 것이 꿈이다.

케난 오스본(Fr. Kenan Osborne, OFM) 신부를 존경한다는 그는 3년 전 캘리포니아 방문시 느꼈던 감동을 이렇게 전했다. 

“그 분은 한국인인 내가 그곳에 온 걸 전해듣고 직접 나를 찾아와서 한국말로 인사를 먼저 건넸다. 정말 유명한 분인데 너무 겸손하셨다. 사람들을 대할 때는 정말 스스럼이 없었고, 학문에서는 철저했다. 내가 학자가 되면 저런 분처럼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때 한국의 명문대 출신 과학자의 길에 들어섰던 그는 이제 진리에 대한 견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학적 진리만 진리가 아니라, 사람들 안에서 만나는 상식적인 것들도 진리”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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