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2014년 1월 11일)에 보스턴 산악회 신년회 모임이 있었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던 신년회였다. 여느 해보다 신년회에 참석한 인원은 적었지만, 가족처럼 편안하고 오붓한 모임을 가졌다. 나 자신 역시도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벌써 만 3년을 보내고 4년 차를 맞고 있는데, 산악회 신년회에는 이렇게 저렇게 다른 일이 겹쳐 참석을 한 번도 못 하고 올해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애써주시는 수고의 손길이 있기에 이 모든 행사가 가능했으리란 짐작을 해본다. 김OO 회장을 위시해 김OO 부회장과 현OO 부회장 그리고 임원들의 수고에 늘 감사해 한다.
산을 오르는 시작 산행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안전하게 모든 회원이 하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일이기에 언제나 인솔자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리라. 회장이라는 직책이 늘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며 개인적인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을 통솔하다 보면 이런저런 좋은 얘기 싫은 얘기도 들어야 하는 자리가 또 아닐까 싶다. 언제나 두 귀를 먼저 열어 회원들의 얘기(의견) 듣기를 좋아하는 보산회(보스턴 산악회) 회장님과 부회장님 두 분이 있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다. 이번 보산회 신년 모임에 참석해 보니 무엇보다 서로에게 감사가 넘쳐흘렀다.
요즘처럼 겨울 산을 오르는 산행은 더욱이 회원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필요한 장비를 점검해야 하고 안전에 대한 준수 사항을 일러주고 다시 또 뒤돌아서서 일러주어야 할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까닭이다. 계절마다 만나는 산행길이 어찌 단 한 번이라도 쉬울 때가 있을까. 가을이면 가을대로 낙엽이 쌓여 조심스럽고 여름이면 여름대로 비에 젖은 빗길에 조심을 해야 한다. 그리고 봄은 봄대로 겨울에 쌓였던 눈이 녹아내려 또한 오르고 내리는 산행길에 더욱 안전을 위해 조심하여야 한다. 이럴 때마다 부모가 여러 자식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그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신년회 모임에 참석하며 일 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로 애써주신 회원님들에게 더욱 감사한 시간이 되었다. 산을 오르내리며 각 조마다 한 회원이 조장이 되어 조원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인솔하고 이끌었던 것이다. 그 누구 하나 뒤 쳐지거나 실족하지 않도록 챙겨주며 그 높은 산을 함께 오르내렸던 것이다. 때로는 산을 오르내릴 때의 마음을 솔직히 말하자면 내 가족보다 더 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힘든 산길을 함께 오르내리며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격과 가슴 벅찬 감동을 함께 느꼈기 때문이리라.
보스턴 산악회 신년회 모임에 참석하고 와서 나 자신이 참으로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회원들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연령도, 직업도 그리고 처한 환경도 그 어느 것 같아 같지 않은 모습으로 만났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오가며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있었다. 다름 아닌 저 높은 산을 함께 바라보고 서로의 땀방울을 닦아주며 타는 목마름의 갈증을 시원한 물로 축여주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에게 꿈을 주고 힘든 시간에 친구가 되어주며 삶의 깊은 고뇌를 함께 내어놓을 수 있다면 말이다.
이 시간에 일 년 동안 오르내렸던 산행 사진들을 모아 슬라이드로 보게 되었다. 참으로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 장씩 스쳐 지나는 사진 속에서 힘겹게 함께 오르내렸던 그 순간들이 추억이 되어 흘러 지났다. 그래, 그 누군가의 얘기처럼 인생 중반쯤에 오르면 인생은 추억을 먹고 사는 거라던 그 말이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산을 오르는 일이 너무도 힘들었기에 정상에 올라 만났던 바람은 더욱 시원하고 감동은 더욱 큰 것이며 추억은 더욱 짙게 남은 것이리라.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는 각자의 삶에 깊이 뿌리내려 앞으로의 인생에 살아 꿈틀거리는 내일의 꿈이 되고 희망이 되리라.
보산회 '정기 산행'은 한 달에 두 번 있다. 물론, '번개 산행'이 가끔 있기는 하지만 매번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정기 산행이 기다려지기도 하다. 만 3년 전 처음 산악회 회원이 되어 산을 오르던 날 산우님 한 분이 건네주신 얘기가 떠오른다. 어쩌다 비가 오거나 일기가 좋지 않아 정기 산행이 캔슬이 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하기에 너무다 기다려진다던 그 산우님의 말씀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그 얘기를 요즘은 나도 다른 신입 회원이신 다른 산우님에게 하고 있지 뭔가. 이제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만 3년이 지나고 4년 째를 맞으니 싫증이 날 때도 되었건만 산은 오르면 오를 수록 매력을 넘어 마력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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