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역사 (5) 1884년 선거, 머그웜프, 그리고 ‘개혁’
보스톤코리아  2014-01-13, 13:12:20 
링컨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1860년 선거를 출발점으로 남북 전쟁 이후의 대통령은 약 사 반세기동안 공화당의 몫이었다. 그 반대 급부로서 재건이 끝나는 1877년 이후  남부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민주당의 표밭 (Solid South) 역할을 하게 되는데, 습관의 탓일 수도 있고, 인구의 요인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과거 노예였던 ‘흑인’을 ‘아프리카계 미국 시민’으로 만든 공화당에 대한 남부 백인들의 인종주의적 반발도 컸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 남부와 북부 간의 혹은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또 다른 중요한 갈등 요인이 관세와 금본위제에 대한 입장, 즉 경제적인 문제였음은 사실 거론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중요한 한가지. 공화당의 독주에 대한 핵폭탄급 제동은 어쨌거나 공화당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1884년 대통령 선거. 공화당의 제임스 블레인과 민주당의 그로브 클리블랜드가 맞붙었다. 결과는 소수점 아래의 근소한 차이기는 했으나, 그로브 클리블랜드의 승리였다. 우드로 윌슨이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1912년 선거 이전에 민주당 출신으로 당선이 되었던 대통령은 클리블랜드가 유일했으니, 이례적인 결과였다. (이후 클리블랜드는 1888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벤저민 해리슨에게 패하지만 189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여 해리슨을 누르고 두번째로 대권을 거머쥔다.) 

1884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했던 첫째 요인은 자살골이었다. 당시 공화당의 열성 지지자였던 개신교 목사 사무엘 버챠드가 보통선거 일 주일 전 치러진 공화당 전국 위원회의 종교분과 회합에서 발언한 “우리는 공화당원이며, 공화당을 떠나 그 뿌리가 ‘Rum, Romanism, 그리고 Rebellion’인 정당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 가져온 후폭풍이 어마어마했다. 민주당의 지지세력인 아이리시계 카톨릭에 대한 노골적인 인신 공격과 남북전쟁의 책임을 남부에게 전가시키는 Rum, Romanism, Rebellion이라는 표현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은 민주당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게 된다. 

1884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두 번째 패인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자살골이었다. 공화당 당적을 가지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이 공화당 후보였던 블레인 대산 상대방 후보였던 클리블랜드를 지지하는 한편, 공화당의 개혁을 요구했다. 클리블랜드가 뉴욕주지사 출신이었던 점도, 그리고 신규 이민자들의 표가 민주당으로 쏠렸다는 점과 더불어, 공화당 내의 반란표 역시 이 선거에서 클리블랜드가 승리하게 되는 바로 그 근소한 차이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이다. 이들을 머그웜프 (Mugwamps)라고 부른다. 머그웜프들의 일부는 민주당으로 이동했고, 일부는 독립적인 정치인으로 남기도 했다. 혹은 여전히 공화당에 남아 공화당의 요직을 차지하는 머그웜프들도 있었다. (공화당에 잔류하기는 했으나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도 뉴욕 상류사회 출신으로 머그웜프의 일원이었고, 태머니홀의 스캔들을 풍자하는 정치만화를 꾸준히 그렸던 토머스 내스트 역시 머그웜프로 알려져있다.)

머그웜프들이 누구일까? 흥미롭게도 머그웜프들의 “출신 성분”은 대개 뉴욕과 뉴잉글랜드 지역의 상류층 출신으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이었다. 언뜻보면 “개혁”과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성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왜 그들은 개혁을 요구했을까? 
19세기 후반 미국 정치는 여러 모로 부패해있었다. 앤드류 잭슨 대통령 재임기에 시작된 엽관제 (Spoils System)의 관행은 19세기 후반 병폐가 심각해졌다. 엽관제란 선거에 대한 기여가 공직자 임명을 좌우하게 되는 관행이다. 자연스레 정치 보스의 영향력이 정당정치를 지배하게 되었다. 엽관제의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은1883년이다.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당선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암살되는 사건이 터진 것. 암살범은 공화당의 자유-개혁 노선인 잡종파 (Half-Breeds)인 가필드가 대통령이 됨에 따라 공직 임명에 실패한 건장파 (Stalwart)의 찰스 기토였다. 그는 가필드에게 총을 겨누며 “다음 대통령은 (가필드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이 된) 체스터 아서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결국 가필드의 대통령직을 승계한 아서는 엽관제에 의한 공직 임명을 금지하고 자격 시험에 의해 공직자를 임명하는 펜들턴 공무원법 (Pendleton Civil Service Act, 1883)을 제정하게된다. 

그러나 엽관제가 금지가 되었다고해도 여전히 정치 보스와 그들이 관리하는 지구당 (Political Machine)은 막강한 배후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게다가 진화하는 정치 보스들은 2차 산업화와 함께 유입된 신규 이민자들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기업화하는 추세에 있었다. 가령 민주당의 트위드 (Tweed)가 이끄는 태머니 홀은 사실상 뉴욕시 예산을 거의 장악하고 있었다. 머그웜프들은 바로 그 지구당 정치 (Machine Politics)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머그웜프들이 우려했던 것은 이민자들 (특히 민주당의 고정 표층 노릇을 하는) 아이리시계 이민자들의 급증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지구당 정치 시스템을 개혁해야했고, 정치 보스들의 힘을 무력화해야 했다. 때로 이들은 19세기 후반 성장한 산업자본의 폐해에 대해 노동자와 농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머그웜프들의 사회 배경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때로 신흥 산업 재벌의 독점을 비판하는 쪽에 서기도 했던 것. 20세기 초반 시오도어 루즈벨트의 개혁주의 (Progressivism) 참여와 개혁당 (Progressive Party) 창당을 이해할만한 한가지 단서는 바로 머그웜프가 제공하는 셈이다. (계속)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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