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 한국 정취 물씬 도예전
보스톤코리아  2013-10-28, 14:19:38 
150칸 약재 서랍장에는 각 칸마다 다른 형태의 씨앗이나 열매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우)
150칸 약재 서랍장에는 각 칸마다 다른 형태의 씨앗이나 열매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우)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가을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서드버리 숲속에서 ‘생명’을 소재로 한 독특한 도예 전시회가 개최돼 관람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국 토속신앙의 한 면모인 벅수를 비롯해 다양한 도기와 작품들이 선보인 이번 전시회는 이재옥 도예가의 지난 40여년 인생 역정을 담아 낸 것으로,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개최됐다.

‘외래로부터 나쁜 질병과 영혼을 막는다’는 벅수, 생명력과 번식력 강한 에치배리에(Echevarria plant)생명의 근원인 식물의 씨앗 등이 소재가 된 도예품들은 한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겨냈다.

더구나 숲속에 자리한 가옥 안팎 곳곳에 놓여 있는 작품들은 틀을 벗어난 자유로움이 배어 있어, 작품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다. 솟대 밑 나란히 서 있는 한쌍의 벅스(장승),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는 장독대…..

“40년을 미국서 살았지만, 세월이 갈수록 한국문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 진다”며 그리워하는 작가. 그리움이 쌓여 병인 된 양 몸이 약하다. 그런 이유로 늘 치유와 한국적인 것들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구워 내고 있다.

특히 150칸 약재서랍장을 가득 메운 씨앗작품은 이 작가가 지난 10여년간 만들어 낸 것으로, 각 서랍마다 가기 다른 씨앗들을 하나하나 빚어 채운 것이다. 

원인 모를 병마에 시달리느라 도저히 큰 작품들을 만들 수 없어서 시작한 작업. 가만히 앉아서 생명의 근원인 씨앗들을 빚어내는 시간들은 치유의 염원이 담긴 호흡이었을 터. 이 작가는 그 시기에 많은 치유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수년 전 치료를 위해 한국의 지리산 내 백궁선원을 찾아 국선도를 배우면서 더욱 회복된 그녀는 “그때부터 한국의 문화에 심취했다. 벅수를 보고 감명 받았고, 한복의 아름다움에도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벅스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언제든 어딜 가든 단아한 개량한복 차림이다. 

향후 솟대, 벅수, 장승, 돌무덤 등을 이용해 한국적인 정원을 만들 계획이라는 이 작가는 “진흙으로 만들고 구워 내는 것이 생활의 전부가 됐다”며 “작품을 통해 보스톤 지역에 한국 문화를 알려나가는 일이 보람되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최근 한지를 만들어 내는 작업도 손수 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나뭇잎, 씨앗, 금박 등을 넣어 만든 한지가 전시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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