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회의록 파문 제2라운드
보스톤코리아  2013-10-16, 12:56:20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다시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지난 2일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삭제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여야는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최근 기초연금 논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의 인사파동 등으로 여야가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 NLL(서해북방한계선) 대화록 삭제 주체논란까지 불거짐에 따라 정국은 더 극심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대화록 등록됐다 삭제된 흔적 확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 2일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등록됐다가 삭제된 흔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정상회담 후 특수 장비를 갖춘 국가정보원에 정상회담 녹음파일을 풀도록 한 뒤 국정원으로부터 초본을 받아 이지원에 탑재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다며 수정본을 만들도록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인사는 수정본을 만들어 한 부는 이지원에 탑재하고, 다른 한 부는 복사해 국정원에 넘겼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 수정본을 1급 국가기밀로 지정해 보관하다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3월 2급기밀로 강등했다. 국정원이 지난 6월 공개한 회의록은 이 수정본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사초를 폐기했다는 주장인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오히려 회의록의 존재를 명확히 확인했다며 사초 실종은 새누리당의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재인 겨냥 책임론제기
여권은 “사초 실종은 국기문란”이라며 “일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겨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노무현 정부가 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회의록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확실해졌다”며 “사초 행방불명의 당사자인 문재인 의원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자초지종을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도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원본이 있다’고 주장을 했고. 그 바람에 여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을 해서 열람을 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조사해 보니 원본은 삭제를 했고, 국가기록원에 넘기지도 않았다. 문 의원이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참여정부측 인사들도 참여정부에서 대화록을 삭제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과적으로 대화록의 존재를 분명히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오늘 검찰 수사결과에서 분명해진 점이 있다. 바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현재 보관되어 있는 봉하이지원 시스템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더 이상 정상회담 회의록 사초 폐기 운운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정치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초안과 최종본, 상반된 입장
검찰과 참여정부 측은 청와대 e지원 시스템을 복사한 이른바 '봉하e지원'에서 발견된 2개의 회의록에 대한 성격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이 대화록이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대화록을 포함해 서로 내용상 동일성을 가지고 있고, 모두 개별적으로 완결된 회의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초안과 최종본이라고 표현한 종전의 입장을 바꿔 '삭제됐다 복원된 회의록', '발견된 회의록'이라고 봐야한다며 "초안이 오히려 원본에 가까운 만큼 임의로 삭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참여정부에서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회의록은 초안과 최종본의 형태로 단 2개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초안은 회담 직후 국정원에서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초안을 토대로 불안전한 부분을 수정한 것이 최종본이라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최종본이 존재하는 이상 초안은 중복된 자료인 만큼 이관 대상이라고 할 수 없어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회의록 최종본이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인사 줄소환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의혹과 관련해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일과 7일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과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을 조사한데 이어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과 박경용 전 업무혁신비서관에 대해 지난 10일 검찰청 출두를 통보했다.

김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마지막 기록관리비서관을 역임해 대통령기록물의 이관작업에 깊이 관여했고 박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의 문서관리시스템 이지원 설계에 참여한 인물이다.
검찰은 두 사람에 이어 12일에는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조명균 전 비서관으로부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녹음파일을 건네받아 자신의 메모를 가해, 대화록을 만든 바 있다.

이밖에 검찰은 14일에는 이창우 전 청와대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을, 15일에는 김경수 전 연설기획비서관(현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을 불러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채 봉하 이지원에 머문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음원파일 공개 여야 공방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실제 대화내용과 대화록의 최종본이 일치하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대화록 음원파일 공개를 놓고 여야공방이 치열하다.

'저자세 회담'으로 비칠만한 내용이 있어 노무현 정부가 최종본만 남겼다는 의구심이 제기된 상태에서 새누리당은 의혹 해소 차원에서 대화록 음원파일을 공개해 최종본과 대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세에 몰리며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 왔던 민주당은 음원파일 공개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토씨, 호칭을 바꾸는 것도 엄연한 조작"이라며 음원파일 공개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고,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이 발견했다는 대화록 초안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8일 "적법적 절차에 따라 (국회가) 요청을 하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음원파일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원장은 "NLL 대화록 음원파일은 USB에 저장 돼 있다"며 "국회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요청하면 검토해서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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