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사퇴… 박근혜 정부 총체적 국정위기
보스톤코리아  2013-10-07, 11:17:15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박근혜 정부의 '인사파동' 사태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박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주요기관의 수장들이 연달아 사퇴하면서 국정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퇴과정에서 거센 마찰음이 발생하면서 국정혼란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사태의 뒷배경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끄는 현 청와대의 의사결정 및 조율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출범 7개월을 맞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운영을 어떻게 다잡을지 그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잇따른 인사파동
박 대통령의 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뒤집기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제출, 박 대통령의 사표 반려와 정홍원 국무총리의 업무 복귀 지시를 거부한 채 거듭 사퇴의 뜻을 밝힌 끝에 지난달 30일 사표수리가 확정됐다.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도 지난달 28일 25년 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하고 공직을 떠났다. 검찰총작직에 오른 지 180일만이며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한 때로부터 17일만이다.

이뿐 아니라 국가 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장은 한 달이 넘도록 공백 상태다. 부총리급의 헌법기관장인 양건 전 감사원장은 외압을 언급하며 사퇴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경질설이 언급되면서 업무 장악력이 떨어진 상태다. 또한 주요 공기업 수장에 대한 임명도 중단된 지 오래다.

정부 운영에서 ‘인사가 만사’ 임을 감안할 때 결국 이런 잦은 인사파동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깊은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 지적이다.

‘왕 실장’ 김기춘
최근의 인사 논란은 공교롭게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장 이후에 집중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가 국정운영을 장악하면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약속했던 책임장관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던 터에 김 실장을 임명한 8월 이후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은 청와대로 더욱 기울었다. 

박 대통령은 8월 "청와대비서실이 국정 운영의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고 했고 김 실장은 "부처를 이끌어 성과를 내라"고 지시했다. 김 실장은 이후에도 청와대 참모들에게 "(부처를 이끌)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왕 실장’ 수준을 넘어 ‘부통령’ 소리를 듣고 있는 김 실장 중심의 2기 참모진이 더욱 확고하게 국정을 장악하려 들면서, 청와대가 주도하는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 방식이 더 깊고 넓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불통’ 심화 
진 전 장관과 채 전 총장의 사퇴 파문을 거치면서 드러난 청와대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여야 모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김 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이 기용된 이후 ‘불통’이 심화됐다는 비판이 많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요즘 청와대 내부 시스템에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더 심화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며 “그런 부분이 시대 흐름과 맞지 않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일련의 사퇴 파문을 통해 ‘공포정치’가 부활됐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가 엉망이 된 나라꼴에 대해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소신 장관에게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였다”며 “대통령 뜻을 거스르면 다 배신자냐”고 따졌다. 이어 “대한민국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청와대 참모진부터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초연금 논란 ‘불씨’ 여전
진 전 장관의 사표수리 이후 ‘항명논란’으로까지 번졌던 사태는 일단 외견상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양상이지만, 사태를 불러온 기초연금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지난 7월 활동을 마치며 진 전 장관이 주장한 '소득 인정액에 따른 차등 지급안'과 정부가 제안한 '국민연금 연계안'을 각각 1안과 2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연금 연계안은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지급 방식이 아주 복잡한 데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것이 최대 약점이었다.

 이에 따라 진 전 장관은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심해 국민연금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며 소득 인정액에 따른 차등 지급안을 마련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이런 진 전 장관의 방안에 대해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을 덜기 위해 20만원 전액을 받는 사람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서둘러 만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기초연금 계획을 담은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2일 입법예고했다. 이 제정안은 앞서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 정부안과 내용이 같지만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게 보장하는 최소수령액을 정부 재량에 맡긴 부분은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26일 발표된 정부 예산안에 책정된 복지 관련 예산은 105조 9000억원으로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복지 예산의 전체 비중도 29.6%로 3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초노령연금 등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복지공약들은 후퇴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복지예산 가운데 60조원가량은 공적연금과 보훈 등이어서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순수 복지예산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친박 ‘올드보이’ 귀환
일련의 인사파동 외에도 야당과의 대치로 지난달 30일 시작된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이나 민생법안 통과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박 대통령은 ‘복합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이러한 난국에 직면한 가장 큰 원인으로 청와대의 국정 주도로 인한 책임장관제 부재, 청와대와 부처 간의 소통 실패 등을 꼽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서청원 새누리당 상임고문의 ‘10.30 재•보궐선거’ 경기 화성갑 출마 선언,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내정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향후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기춘-당 서청원-외곽조직 홍사덕’ 등을 염두에 둔 ‘친박체제 구축 시나리오’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가뜩이나 불통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 국정운영이 친박 ‘올드보이’의 등장으로 청와대의 일방통행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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