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연기, 남북관계 경색국면
보스톤코리아  2013-09-30, 11:21:02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개성공단 정상화를 계기로 화해국면으로 나아가던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북한이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해왔고, 우리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남북 관계가 당분간 냉각기를 맞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연기된 배경중의 하나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관련된 추문이 지목되면서 진위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일방적인 연기 통보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1일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를 통보하면서 최근 남북관계 성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언급과 국가정보원의 통합진보당 수사 등을 거칠게 비판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남조선 괴뢰보수패당에 의해 북남사이에 모처럼 마련된 대화마저 동족대결에 악용되고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전쟁과 폭압소동이 광란적으로 벌어지는 이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대화와 북남관계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상봉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정부도 성명을 발표하고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통보 이후 금강산에 파견됐던 우리측 선발대 인원 63명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이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자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준비한 상봉을 불과 4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측의 연기(통보)는 이산가족과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산가족 안타깝지만 생사확인에 만족
북한의 갑작스러운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발표에 상봉 대상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북녘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만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상봉연기와 관련, 우리측 상봉 대상자와 가족 등 200여명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고 상봉대상자인 허경옥(85), 김종덕(81) 두 분을 직접 방문 위로하기도 했다. 
상봉을 이끌어 온 대한적십자사도 실의에 빠졌다. 방문단과 상봉단에게 연기 소식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돌린 이상조 남북교류팀원은 "가장 먼저, 그리고 중점적으로 말씀드린 건 취소가 아닌 연기라는 점"이라며 "많이 놀라는 모습이 아닌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모습에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라고 전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상봉행사 연기발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협회는 각각 논평을 내고 북한의 무책임한 결정을 비판하면서 조속한 상봉재개를 촉구했다.

대한민국지킴이연대 등 30개 보수단체 연합체인 나라사랑구국단체연합회도 이날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비난했다.

야, 정부 대응방식 비판
새누리당은 23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대해 '비상식적, 반인륜적 행태'라며 맹비난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상봉일자를 연기한 것은 큰 실망과 안타까움을 갖게 했다"며 "북한이 이석기 의원 등 내란 음모 연루자들을 옹호하면서 우리 당국의 수사와 정당한 법 집행까지 비난하는 것은 헌정질서와 법질서를 무시하는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북한의 비상식적 태도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해 주변국을 협상테이블로 부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북한은 주변국 신뢰를 얻기 전까지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남북한 당국을 동시에 비판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분들이 고령자고 해마다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는데 이 문제를 정책문제와 연결해 거부하고 연기하고 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북한당국을 비난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정부에도 "때로는 다소 유연하게 해서 북한의 자존심도 세워줘야 한다"며 "이는 협상과정에서 저희가 결코 손해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당부했다.

본인이 이산가족인 우원식 최고위원은 "남측은 북한의 상봉중단 발표 즉시 상봉 준비 선발대 전원의 철수를 지시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취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이산가족 상봉자들이 얼마나 서운했을지 생각해 봤냐. 좀 더 설득했어야 했다. 인내하고 상봉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설득했어야 했다"며 정부의 대응방식을 비판했다.

정부, 상봉연기 철회가 우선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연기로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은 가운데 정부는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재확인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 합의사항인 이산가족 상봉연기를 철회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도 이산가족상봉 문제는 북한이 일방 통보한 연기를 철회할 것,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3대 전제조건’인 박왕자씨 피격사건 진상규명, 신변안전 보장 강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이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먼저 대응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갑작스런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무기한 연기 일방 통보가 발표되자 개성공단에도 그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한때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우리측 인원의 정상적인 출입경 진행은 물론 594명의 우리 인원의 공단 체류까지 유지하는 등 개성공단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연기 배경에 리설주 관련 추문 논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나흘 남겨두고 지난 21일 돌연 연기를 통보한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만과 남북관계 주도권을 틀어쥐어야 할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 부인 리설주와 관련된 추문을 보도한 국내언론 때문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0일자 인터넷판 보도를 통해 "북한 당국이 최근 리설주와 관련된 추문을 은폐하기 위해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예술단 소속 단원 9명을 지난 8월 처형했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신문은 처형당한 이들이 자신들이 출연하는 포르노를 제작했고, 북한 인민보안부가 이들의 대화를 도청하는 과정에서 "리설주도 예전에는 우리들처럼 놀았다"는 대화를 확인했다고 보도하며 파장을 증폭시켰다.

이후 한국언론들 역시 아사히 신문을 인용해 관련 보도를 했고 이에 북한은 전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아사히 신문 및 한국언론이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최고존엄 모독’관점에서 보면 리설주 추문 소식이 북한을 자극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특별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정보 기관도 관련 사실에 대해서 나름의 파악된 정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측이 '최고존엄'과 관련된 이야기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관련 이야기를 당국 차원에서 언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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