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의 예술가 – 유희주 시인 –
보스톤코리아  2013-08-12, 10:25:55 
이민온지 10년동안 꾸준히 시작 및 평론 활동을 해 온 유희주 시인
이민온지 10년동안 꾸준히 시작 및 평론 활동을 해 온 유희주 시인
“시를 쓰는 일은 내 안에 촛불을 밝히는 일”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열네 살때 처음 자서전을 써봤다는 유희주 시인은 책과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반 백년을 살아온 시점에서 남들이 다 말리는 도서관을 열고, 한국문화를 알려 나가겠단다.

매순간 감성과 사색의 끈을 놓지 않는 그가 ‘글’과 살아온 세월은 37년. 세월은 길지만, 다작은 아닌 듯 싶다. 지난 해 첫 시집 <떨어져 나간 것들이 나를 살핀다>를 발간한 것을 보며 드는 짐작이다.

시인은 9세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홀로 행상을 하며 단칸방에서 7형제를 키워야 했다. 그가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짐작된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글로 옭아매고 들들 볶아대야 할 수밖에 없었던……

23세에 당시 ‘인간과 문학’의 편집주간이었던 유한근 평론가로부터 “시를 계속 써야 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시인의 길을 걷기로 더욱 마음을 굳힌 그.

등단을 생각했지만, 굳이 그길을 가지는 않았다. 당시 등단의 관문이었던 ‘신춘문예’ 에서 원하는 틀을 맞추기가 싫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안정된 직장과 결혼이라는 비교적 견고한 성 안에서 지내던 그는 마침내 본격적인 시작(詩作) 활동을 마음 먹고 2000년 <시인정신>을 통해 등단을 했다.

하지만, 남편의 도미(渡美) 선언이 떨어졌다. 영화감독이었던 남편이 제대로 흥행기록을 내지 못하자 훌훌 털고 떠나자고 했던 것. 시인은 남편의 결정을 따랐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이다.

도미해 처음 자리잡은 곳이 지금껏 사는 오렌지 시이다. 한인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곳. 시인이 되지 않고는 그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을 어찌 견딜 수 있었으랴.

먹고 살아야 했기에 자그마한 브런치 전문식당을 운영해 왔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단순노동을 하지만, 시인은 늘 사색한다. 감성은 살아 꿈틀거린다. 내재된 열정은 식지 않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시를 토해내고 그것도 모자라 유화에 세상을 담아본다. 살아 있음을 뜨겁게 느껴야 했기에.

그렇게 용트림을 해도 가슴은 늘 채워 지지 않았을까? 2007년 시인은 시평론으로 등단, 미주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시평론을 쓰고 있다.

이후 지난 해에는 그동안 쏟아낸 시들을 모아 시집을 발간했다. “내 어둠과 결별하기 위한 일”이었다는 것이 시인의 말이다.

안에서만 소용돌이치던 열정을 이제는 밖으로, 사회로 분출해 보겠다고 선언한 시인은 이제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한국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려 보겠다고 나섰다.

그는 시집 머릿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외진 곳에서 시를 쓰는 일은 내 안에 촛불을 밝히는 일이다……지금 내 시를 읽고 있는 이가 나와 한호흡이라도 함께한다면 그것이 계속 시를 써야 하는 이유가 되어 줄 것이다.”

그가 구상하고 염원하는 일에도 끊임없이 호흡을 함께 할 이가 생겨 주길 바라는 또 하나의 염원이 여기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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