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32
보스톤코리아  2013-06-24, 12:21:25 
좌: 마을을 감싸며 흐르는 론강의 풍경, 우: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1888)
좌: 마을을 감싸며 흐르는 론강의 풍경, 우: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1888)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아를 (Arles)은 두 세시간 남짓이면 천천히 걸어서 시내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는 작고 정겨운 마을이다. 아담하고 한산한 아를 기차역(Gare d’Arles) 에서 내리면 프랑스 남부 특유의 따뜻한 공기가 여행객을 맞는다. 따뜻한 공기와 눈부신 햇살의 프랑스 남부지역은 마티스, 피카소, 샤갈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휴양지 혹은 치유의 공간이었으며, 이곳에서 작가들은 밝은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의 많은 작품을 제작하였다. 

특히 아를은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화가 반 고흐가 (1853 – 1890) 생의 말기에 15개월을 보내며 그를 대표하는 200여 점 이상의 유화를 그리고 예술혼을 불태웠던 마을이다. 이 곳에서 고흐의 숨결과 함께 그의 그림 속 실제 배경이 되었던 공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짧고 강렬했던 고흐의 삶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있다. 고흐가 고갱과 함께 아를의 ‘노란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그림에 대한 논쟁끝에 분에 못이겨 스스로 귀를 짜른 이야기는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일화일것이다. 

젊어서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미술작품 딜러 일을 하기고 하고, 또 목사의 꿈을 꾸며 선교사 생활을 하기도 했던 고흐가 전업작가가 되기로 결심한것은 20대 후반 비교적 늦은 시기였다. 그리고 고흐의 삶을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인물인 동생 테오는 고흐가 평생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후원했을 뿐 아니라 고흐의 유일한 소울 메이트로서 그가 훗날 대가의 반열에 들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고흐가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은 파리였다. 그는 그곳에서 당시 큰 유행을 일으켰던 화풍이었던 인상주의 그림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영감을 받는다. 그러나 평소 정신적으로 쇠약했던 그는 그림에 대한 고민,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고통 등으로 지쳐갔고 종종 발작적 행동을 보이곤 했다. 고흐는 1년 반 정도 지속됐던 파리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가 떠올린 곳은 따듯한 프랑스 남부지방이었다. 고흐는 남부에서 작은 예술가 공동체를 만들어 재능이 있는 예술가들과 함께 스튜디오를 나눠 쓰며 서로 영감을 주고 작가로서 성장하고 싶었다. 그가 오랜 고민끝에 선택한 마을은 고대 로마의 유적이 곳곳에 남아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 아를이었다.  

1888년 2월. 고흐는 파리에서 아를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16시간 기차를 타고 마침내 아를역에 내렸을 때 오랜 여정에 지쳐있던 고흐를 처음 맞은 것은 소복이 눈 덮인 아몬드 나뭇가지에서 피어나오는 작은 꽃망울이었다. 아를에는 일찍부터 봄의 신호가 찾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아를에 도착한 고흐는 ‘노란집’을 렌트하여 새 둥지를 틀고 집을 새롭게 페인트 칠하는 등 단장을 하며 예술가 공동체를 만드는 꿈에 부풀었다. 이 ‘노란집’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부서져 더 이상 아를에 남아있지 않지만 고흐가 남긴 그림에서 노란집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가 있다. 봄을 맞은 아를은 눈부신 태양빛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고흐를 치유시킨다.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고흐는 이곳에서 생명력 넘치는 원색계열의 색채와 강렬한 붓터치로 고흐 특유의 화풍을 완성시키고 그를 대표하는 수많은 작품들을 탄생시킨다.

아를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마을을 둘러싸는 론강이었다. 이 강을 배경으로 고흐는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완성시킨다. 빛을 찬양하듯 모든 사람과 풍경은 어둠 속에 가려지고 밤하늘에 터질 듯이 빛나는 별빛과 항구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불빛, 그리고 그 모든 빛을 반사하는 강물의 출렁거림만을 화면에 담았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는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빛을 머금은 론강을 바라보는 그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테오에게
‘이 강변에 앉을 때마다 목 밑까지 울렁이는 별빛의 흐름을 느낀다네. 나를 꿈꾸게 만드는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별이 빛나는 밤에 켄버스는 초라한 돛단배처럼 어디론가 나를 태워갈 것 같기도 하네. 테오.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강변의 가로등, 고통스러운 것들은 저마다 빛을 뿜어내고 있다네… 심장처럼 파닥거리는 별빛을 자네에게 보여주고 싶어… 나는 노란집으로 가서 숨죽여야 할테지만 별빛은 계속 빛나고 켄버스에서는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리네… 테오, 나의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갈 수 있을까? 트왈라잇 블루. 푸른 대기를 뚫고 별 하나가 또 나오고 있네’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 www.bostonart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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