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 무산, 수석대표 ‘격’ 이견
보스톤코리아  2013-06-17, 12:29:38 
12일 열리기로 했던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회담장으로 확정됐던 그랜드 힐튼 호텔은 아침부터 철수작업으로 분주했다
12일 열리기로 했던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회담장으로 확정됐던 그랜드 힐튼 호텔은 아침부터 철수작업으로 분주했다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6년만에 재개될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간 회담이 수석대표의 직급 문제 때문에 무산됨에 따라 남북 관계가 또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북한은 전날 남북당국회담의 우리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결정한 것을 문제삼아 12일로 예정된 남북당국회담 불참을 일방 통보, 남북당국회담이 끝내 무산되면서 여파와 파장도 커지고 있다.

격 맞지 않아 회담 무산
북측은 통상 방문하는 쪽에서 대표단 명단을 보내는 관례를 깨고 명단을 동시에 교환하자고 통보해 왔고 우리 측은 이를 수용해 어제 오후 1시 판문점 중립국 회의실에서 만나 명단을 주고받았다.

북측은 예상대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아닌 조평통 강지영 서기국장을 수석대표로 제시하면서 우리측에서 장관급이 나오지 않으면 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우리 정부는 북한 조평통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유사하며 조평통 서기국장은 민주평통의 사무처장(차관급)과 비슷한 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아닌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남북이 서로 격에 맞지 않다며 6시간 넘게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고 결국 7시 5분쯤 북측이 먼저 회담 무산을 통보해 왔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측은 우리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 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정총리, 일방적 양보는 이제 그만할 때
정홍원 국무총리는 12일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위상 문제로 무산된데 대해 "대화라는 것은 격이 맞아 서로 수용해야지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는 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지금까지는 무한대로 일방적으로 (북한에) 양보했지만 이제는 남북이 격에 맞는 대화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역시 12일 남북당국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수정 제의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그러나 북측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로 무산된 남북당국회담은 북한이 우리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은 입장을 철회할 경우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새로운 시대 및 환경에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하나의 과정에 오늘 같은 진통이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 정부 유연성 보여야
새누리당은 회담 무산에 대해 북한측 책임을 강하게 제기하며 우리 정부에 향후 당당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남북 대화라는 큰 목적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시각차를 보였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이 실사구시의 회담으로 한반도 화해 협력 시대를 열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싸움으로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본질을 놓쳐버렸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절차와 형식도 중요하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눈물과 이산가족의 찢어지는 가슴을 헤아린다면 교착 국면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남북 당국이 한발씩 뒤로 물러서야 한다"며 "기싸움과 주도권 다툼을 벌일 정도로 한반도의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회담성사 촉구
개성공단 운영중단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측 입주기업과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가능성에 화색이 돌았던 현대아산, 이산가족 상봉 기대감에 부풀었던 국민들 모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이 주요 의제로 꼽히면서 조업 재개를 희망했던 입주기업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여의도 비대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당국자 회담에 조속히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우리 정부도 기업인들의 고충을 헤아려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기계설비 점검이 시급하다"면서 "설비 점검팀이 즉시 방문할 수 있도록 통신 연결 등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당분간 냉각기 후 회담재개 가능성
우리 정부가 여전히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언급하고 북한도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밝혀 양측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관계개선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북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상황 개선은 어려워 보여 한동안 냉기류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완전히 판이 깨진거라고 보기 어렵고 단기적으로는 냉각기는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냉각기를 거치면서 남북이 다시 실무회담을 제안한다거나 조절을 해나가면서 당국회담을 재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자금줄이 막힌 북한이 남측과의 경제협력이 필요하고 국제사회와 중국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어 북한이 현재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실무회담 제의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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