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교사를 만드는 학부모
보스톤코리아  2013-05-13, 14:31:46 
유난히 올해는 봄이 늦게 와서인지, 유월이 코 앞에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이맘때가 되면 늘 기억나는 일이 있다. 미국에 와서 처음 내 큰 아이를 학교에 보내던 해의 학기가 끝나는 날, 많은 아이들이 아침에 꽃다발을 들고 가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었다. 알고 보니 일년 동안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가져 가는 것이었다. 학년이 끝나면 선생님을 볼일도 없을 텐데,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꽃을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이 놀라왔다. 미국 부모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각별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좀 다른 듯 하다.    

나는 미국에서 교사로도 일을 한 적이 있다. 그 학교의 교사 한 사람이 신문기사를 들고 달려 왔던 기억이 난다. 그 기사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직업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였는데, 그 1위가 바로 교사였다.  나도 처음엔 뜻밖이다 싶었지만, 이내 내가 미국에 온 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우리 아이의 선생님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교사라는 직업은 박봉이어서 미국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 만큼의 월급을 벌기 위해서라면 굳이 교사가 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그것보다 힘든 직업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교사가 존경을 받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교사는 훌륭한 학부모에 의해 만들어 지는 듯 하다. 사람은 의미가 있는 일,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교사가 의미가 있는 일을 하도록 돕는 사람이 학부모일 것이다. 

내가 부모뿐 아니라 교사가 되어보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역할도 쉽지 않지만, 교사의 역할 또한 부모에 못지 않게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집에서 하던 버릇대로 학교에 가서 하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부모가 힘들어 하는 아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가정에서 시작된 이런저런 문제들을 교사들도 함께 겪게 된다. 감기 걸린 아이, 감기약 먹고 졸린 아이, 아침 안 먹고 와서 배고픈 아이, 부모들 싸움 때문에 밤잠 설친 아이, 형에게 맞고 온 아이, 새로 동생 본 아이, 부모에게 야단맞고 온 아이 등. 그래서, 아이들은 말 안 듣고, 짜증내고, 대들고, 다른 아이를 때리고, 어수선하고, 멍하니 딴 생각을 한다. 때로는 그런 아이가 한둘도 아닌데, 이런 아이들과 씨름을 하며 하루를 지내게 된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집집마다 공주, 왕자들이어서 더더욱 힘들다.  

내가 일하던 학교에는 방학 하기 전 일주일이  “선생님께 감사하는 주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 일주일 간은 매일 자기 집 화단에서 꺾어서 만들었다는 꽃다발, 아이와 엄마가 같이 만들었다는 쵸콜렛 쿠키, 아이들이 스티커와 색연필로 만든 카드 같은 것들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주가 끝나는 금요일엔 부모들이 각 가정에서 만들어 가지고 온 음식으로 마련한 아름다운 아침식사를 부모들과 나누었다.  

한 학년이 끝나는 때가 되면, 나는 여러 가지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바쁘고 어수선해서 아이들과 헤어질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마지막 주를 맞곤 했다. 그럴 때, 부모들이 마련하는“선생님께 감사하는 주간”은 나와 아이들에게 한 학년을 잘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기회가 되었다. 천사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때로는 아이들도 나도 힘들고 지칠 때가 있어, 지나고 보면 늘 더 잘 해 줄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들로부터 안쪽 두 면이 모자라도록 빽빽하게 쓴 카드들을 읽으면, 그 아이가 부모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그래서 그 아이에게 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느끼곤 했다. 어떤 사람이건 귀하게 대하면 귀하게 되는 법이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은 그 방법의 하나이다. 이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 아이를 일년 동안 키워주신 교사에게 꼭 그 마음을 전하면 좋겠다. 



홍새나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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